<지슬> 참고로 '지슬'의 뜻은 제주도말로 '감자'이다.
65년전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여긴다’는 소개령이 내려지고, 이 사건을 중심으로 제주도 마을 사람들과 폭도들을 압박하는 군인들간의 잔인한 진실을 담은 드라마다. 영화적 효과를 더욱 살리기위해서인지 '흑백화면'을 사용한게 인상적이고, 그로 인해 그 비극이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는, 하지만 피칠갑을 한 장면 등에선 그나마 절감해서 전해주는듯한 공동의 효과를 낸듯한 묘한 느낌을 전해받았다.
영화는 대부분 제주도 말을 사용하기때문에, 한국영화임에도 특수적으로 자막이 거의 대부분 붙어나오고, 제주도 말로 대사를 치는 '순박한' 마을 사람들을 보며 허허실실따라 웃게도 된다. 허나, 곧 관객은 안다. 이 순박한 마을사람들의 이야기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슬(=감자)'하나도 동굴안에 피신해서 나눠먹는 그들을 보면서 이내 가장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이 그들에게 닥칠 것임을.. 그래서, 이 웃음과 지슬을 나눠먹는 모습 하나하나가 더욱 슬프게만 다가온다는 것을.
제주도민들을 폭도라고 압박하고 치부하고 무작정 살인으로 몰고가는 군인들은 잔인하기그지없었다. 그들은 마치 뭔가에 홀린 미친사람들처럼, 칼과 총으로 무차별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죽이기에 정신없으며, 일부 군인들은 정말 미친 사람처럼 행동한다. 군인들 중에서도, 이런 행태를 보고 내부적으로 분열하거나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려는 상사에게 반항하기도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 역시..
순박한 마을 사람들의 도피와 미친 폭군같은 군인들의 살인. 이 대립되는 두 집단의 이야기는 제각각 벌어지다,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집단과 미쳐가는 비인간적인 집단, 비폭력과 폭력이 충돌하는 순간, 그것은 제주 4.3사건의 끔찍한 결말로 이어졌다. 총칼 제대로 잡아보지도못한 제주도민과 총칼을 만반준비해서 무조건적으로 학살을 자행한 군인집단. 이 영화가 흑백이 아니었다면 실제로는 더욱 끔찍했을 것이다.
엔딩의 자막을 통해 이 사태에는 미군정의 강압이 있었고, 이 영화를 통해서 제주 4.3사건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슬'을 나눠먹고, '지슬'을 자기들을 공격한 부상당한 군인에게도 주며, 누군가의 어머니가 죽으면서까지 자식을 위해 몸으로 품은 '지슬'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이 되었다. 이 '따뜻한 지슬'을 짓밟은 자들은 누구였는지 그리고 그 희생자들을 기리면서 잔혹한 폭력성이 사람을 무섭게 휘감을때처럼, 그 뜨거운 감자처럼 세상으로 뛰쳐나온 <지슬 -끝나지않은 세월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