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2014 시즌 프로그램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내 안의 김수영을 찾아서

"연출, 배우들이 만난 김수영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

"우리가 몰랐던 김수영을 찾아서" (특별강연1)

"시인들이 좋아하는 김수영의 시, 그로부터 받은 영향에 대한 이야기" (특별강연2)

2014.11.4-11.30/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150분/만13세~/일반석:25,000원/관람일:11월15일(토)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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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인이 있었구나..

다큐형식의 극은 쉽게 만나지거나 선택되어지는 극은 아니다.

하지만 그저 일반적인 구성인 줄 알고 관람하게 된 이 극도 '연극이 아니어도 좋은 연극'이었다.

그저 어느 한 시인의 굴곡진 삶의 모습에 아파하고 끝이 아니라 그의 시를 다시 뒤져 읽으며

그가 고민했던 것이 무엇이며 내 안에는 그와 닮은 모습이 얼마나 있으며

그것을 찾아 어떻게 표출할 것인가를 고민하게끔하는 행동을 일으키는 선동극이라 하겠다.

참으로  익숙치 않은 구조이다. 영상으로 시작해서 내내 연극을 만드려는 실제의 상황들과

그 속에 시간이 겹쳐지기라도 하듯 현재의 배우와 극 속의 시대와 주인공들이 조우하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 어처구니 없는 상황때문에 배우는 진짜 불평을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말하기 힘든 대사를 서로 미루는..너무도 인간적인 모습도 진짜같이 보인다.

특히나 이 딱딱하고 암울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속에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풍자와

이젠 아는 사람은 다 알아 숨길 것도 없는, 그러나 외면하고 싶었던 그들의 흑역사등이

제법 많은 웃음을 안겨준다.

시인 김수영은 인물검색에 어떤 인생으로 적혀있을까?

현대시인. 본관은 김해. 서울 종로구 출생. 아버지 태욱(泰旭)과 어머니 안형순(安亨順)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1941년 선린상업학교를 졸업. 일본 동경상과대학 전문부 중퇴. 1944년 가족과 함께 만주 길림성(吉林省)으로

이주하였다.  광복 후 연희전문학교 영문과 편입, 중퇴. 북한의 남침으로 미처 피난하지 못해 북한군에

징집되었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었다. 그 뒤 미군통역생활도 하고 평화신문사 문화부차장

등을 역임하였다.  1956년 이후부터는 시작과 번역에만 전념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공연 보실 때에는 뒷사람을 위해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관람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강신일배우가 광화문광장 잔디밭에 누워 들었다는 생각에서부터

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 속에 어떤 모습과 태도로 살아야하는지 시작부터 날카로운 질문을 내민다.

자신을 찾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동무여, 이제는 바로 보려한다.."

6.25당시 서울을 떠나지 말라고 언론을 통해 공표했던 정부의 입장은 수복후 순식간에 돌변해서

대통령을 따라 남하했던 사람들은 남하한 애국자이고, 분단의 희생자, 99%의 서울시민들은 

북한에 협조한 부역자들로 취급받는 억울한 상황이 일어난다.

"서울 시민이 부역자라면 친일파들은 일본에 대한 부역자들이 아닌가?"

"아니다."

"어째서?"

"북한과 일본은 다르다. 북한은 적이다."

"일본은?"

"..근대화의 동반자?"

이런......XX

6.25가 한국전쟁이라 인이 박힌 나에게 "6.25는 한국에서 벌어진 세계전쟁"이란 말은 비수가 되어 박힌다.

"가다오 나가다오.."라며 미국과 소련의 열강들에게 피를 토하듯 부르짖는 시가 사무친다.

2년간의 거제도 생활.

PW라는 낙인이 동물처럼 몸에 찍혀진 채 미국의 잡지  '라이프'지를 쳐다보며

열강들은 자신들은 인간적인 라이프를 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라이프는 짓밟는 것에 대한 날카롭고 예리한

자주적 시각을 대하면 통역에 대한 그의 탐탁지 않아하던 그의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수 밖에.

이승만 대통령이 나와서

"뿌리 깊은 나무"나 "명량"처럼 자신도 다시 리메이크해서 인기를 얻어야할텐데..라며

"교학사 국사 교과서"를 잔뜩 쌓아놓고 읽으라하던 장면에서 관객은 고개를 저으며 박장대소한다.

비틀어진 초창기 독재 대통령들...자칭 "국부"라 칭하던 이승만 대통령의 뒤를 따라

또 우리를 엄청 웃겼던 "구국의 영웅"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도 이어진다.

"두결한장"에서 게이역할을 비롯한 다역으로 나왔던 이갑선님이 여기에서 무게있는 진지한 역과

이승만대통령 옆에서 정치를 하던 친일파 코믹한 역으로 나오는 장면에선 나만 즐거웠다.

이 극의 제목이 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읽어보면 그의 고민이 나의 고민이 되어

숨어있던 김수영이 막 튀어나오려한다.

이 <푸른 하늘을>이란 시에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어느 나라나 비슷하게 겪었던 자유와 민주의 과정에 흩뿌려진 피의 색깔이 진하게 다가온다.

푸른 하늘을(4.19혁명에 대한)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孤獨)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이 외에도 <긍지의 날>등 많은 시를 김수영역의 오대석님과 강신일님의 정확하고 감성있는 목소리로 읽어준다.

서로 읽기 싫어 미루었던 언론의 자유를 논한 김일성만세~로 시작하는 시도 있었다.

인혁당 사건, 인민일보 민족일보사건도 다루어진다.

그저 인간의 감정이나 사소한 주변사나 자연에 대한 시로 돌려 은유하지 않고

이 험난하고 위험했던 시기에도 시대를,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식민정신에 굴복치 않은

시를 쓴다는 것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한 그 이름 "김수영"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에게*

이 극을 본 느낌을 말하자만, 신랄하다! 신랄하다!! 신랄하다!!!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도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 만으로도 위인이며 성인이다.

인터미션때 앞 줄의 젊은 관객, 지인과 통화하며 "인터스텔라 보다 100배는 재미있어~"라 했다고

내가 말해 주었지? 이렇게 되어야 정상인 것이다. 인터스텔라보다 고난의 역사를 살아낸

감동있는 한 시인의 삶을 조명하고 훨씬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젊은이가 훨씬 더 많은 우리 나라.

그렇게 따진다면 지금 우리는 "비정상?"ㅋㅋㅋ 빨리 김수영시전집 빌려다조~~~~~

주최:서울시 / 주관:서울문화재단, 드림플레이 테제21 / 제작:남산예술센터, 드림플레이 테제21  / 작,연출:김재엽 / 출연:강신일 , 지춘성, 유준원, 선명균, 백운철, 정원조(재엽), 오대석(김수영), 우정국, 이갑선, 서정식, 유종연, 김원정, 윤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