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사기꾼이 유명 카 레이서가 되어 큰돈을 벌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역시 일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시작된다. 인간사의 추잡함을 대담한 터치로 그려낸 돈 시겔의 역작. 대배우 리 마빈, 감독 겸 배우인 존 카사베츠는 물론, 로널드 레이건과 앤지 디킨슨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큰 볼거리를 선사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돈 시겔

리 마빈

앤지 디킨슨

존 카사베츠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

무슨 조합이 저런 식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로 작품을 보게 된다면 꽤 흡족하게 즐길 수 있는, 각자가 갖고 있는 매력을 잘 살려내고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인상적인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킬러’는 하드보일드-필름느와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매력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약간은 진부하고 익숙한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흥미로운 작품이었다는 생각에 쉽게 동의할 것 같다.

붉은색과 푸른색과 같은 현란한 색으로 시각적인 강렬함을 만들어내며 시작하는 ‘킬러’는 작품의 전체적인 진행을 이끌고 있는 리 마빈의 (그가 자주 보여주었던) 거칠고 막무가내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리고 그로 인해서 목숨을 위협받게 되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버리는... 리 마빈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모습을 부족함 없이 보여주며 작품에서 등장하고 있고, (감독이 아닌 배우로 등장하는) 존 카사베츠는 한 여인으로 인해서 인생을 망쳐버리는... 그렇게 망쳐진 삶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자신이 죽음을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사랑에 좌절하고 삶이 무너지는 (하드보일드-필름느와르 작품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절망감으로 가득한 패배하는 남성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지만) 앤지 디킨슨은 팜므 파탈-치명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작품의 매력을 더하고 있으며, 로널드 레이건 또한 특별한 모습을 만들어내진 못하고 있고 작품을 장악하는 무게감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나쁘지 않은 연기를 통해서 전체적인 균형-조화를 잘 만들어내고 있다.

시작부터

등장부터

리 마빈은 과격함을 앞세우고 있고, 그 과격함과 함께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과 그 살인 이후 들게 되는 살인에 대한 의문은 ‘킬러’가 다른 하드보일드-필름느와르 작품과 어떤 면에서 다른 접근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가장 큰 특징은 살인이 끝난 이후 그 살인을 떠올리며 어째서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두려워하지도 않고 피할 생각도 하지 않는가? 인데, 그 생각이 이어져 결국 죽은 이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그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죽게 되었는지를 되살펴보는 과정으로 전체적인 이야기가 이끌어지고 있다.

작품의 거의 전부가 회상으로 가득한 ‘킬러’는 죽은 자의 과거를 들춰내는 과정이면서 한편으로는 어떤 식으로 거금의 돈이 사라진 것인지를, 그 돈의 행방을 밝혀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떻게 죽은 자가 범죄의 세계로 향하게 되었는지를

그 자신만만하고 행복하기만 시간이... 곧이어 찾아오게 될 불행이 어떻게 예감되고 생각되지 않았었는지를, 그리고 불행이 찾아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되는지를

어떤 식으로 범죄가 계획되었는지를

어떻게 절망감 속에서 삶을 이어가다 다시금 짧은 희망을 얻게 되고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지를, 그리고 다시금 겪게 되는 배신으로 인해서 깊은 상처와 삶에 대한 더 이상의 미련이 없어지게 되는지를

어떻게 범죄가 진행되었는지를

어떻게 범죄가 계획되었고 저질러졌는지를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로 인해서 모든 것이 계획처럼 혹은 계획과는 다르게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결국 어떤 비극이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끝까지 속기만 하는 남성의 비극과 함께 그 비극의 과정을 남김없이 밝혀내는... 절망감 속에서 삶을 살아가던, 바라기만 하던 죽음을 안겨준 이를 통해서 어떻게 죽음을 원하게 되었고 그토록 죽음을 원하게 된 계기를 알아내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으며, 반대로 살인을 하게 된 다음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죽음에 대한 이유들과 함께 (생각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복수를 하게 되는 과정을(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한편으로는 복수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살인 이후 그 자신도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세련되지 않도록 의도한) 거칠고 투박한 방식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과격함이 무척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정교하면서 절망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로 뒤범벅된 진행을 보여주며 부족함 없는 완성도였던 것 같다.

아무런 생각 없이 보게 된 작품이었지만... 무척 탁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