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프랑스 기차역에서 대형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정부는 이슬람 단체 알만샤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사건은 그대로 종결되는 듯하다. 그러나 우연히 천재 해커 한 명이 사건 현장의 CCTV 화면을 해킹하고, 사실 이 테러 사건 전부가 정부의 음모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 정부에 쫓기게 된 해커! 이제 그가 살아남기 위해 모든 정보를 장악하기 시작한다.”

폭탄테러

CCTV

해커

해킹

보수-극우주의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

그리고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는 국가에 대한 애정

아마도 그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그리고 국가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일 것 같은...

‘해커스’는 조금은 독특한 조합을 갖고 작품을 꾸미고 있고, 색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다. 좋게 말해서는 신선한 방식이고, 나쁜 식으로 본다면 설익은 느낌이 감돈다.

상영시간이 70분을 조금 넘는 시간이라 이야기의 모양새가 그다지 짜임새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고, 몇몇 연출에서는 흥미를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과연 실제로 저럴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들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는 허술한 느낌이지만(어디까지가 현실적인지 조금은 의문스럽다. 만약 많은 부분이 현실적이라면 엄청난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긴박감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고 그 긴박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꽤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까지 우리가 관찰되고 들여다보여지고 있는지,

얼마나 노출되어 있고 사생활이 들춰지고 있는지,

개인이 개인으로 남겨질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얼마나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폭탄테러가 테러단체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국제정세-정치적 의도에 의해서 벌어진 음모라는 것을 밝혀가며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고 그 음모를 폭로하게 되는 존재가 평범한 모습의 청년-해커라는 설정은 신선하다면 신선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여러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그다지 새롭게 느껴질 수준은 아니었는데, ‘해커스’는 약간은 발상의 전환을 하여 독특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해커스’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진실을 알게 되어 그걸 폭로하는 해커가 자신이 컴퓨터를 통해서(만) 모든 것을 알아내게 된다는, 다시 말해서 자신의 방을 전혀 벗어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고, 사건에 개입하고 있으며, 결국 사건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으로 인하여 흥미를 느끼게 되고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모니터를 통해서 바라본다는 것

CCTV를 통해서 사람들을 쳐다보고 온갖 개인적인 공간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들여다본다는 것은 영화적 재미와 진행과는 다르게 무척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들고 있고, 관련자들의 일상을 계속해서 관찰하면서 하나씩 음모를 밝혀내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과연 누군가가 나의 행동들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오히려 최첨단 기술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할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삶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모든 것들을 낱낱이 보여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우리를 노출시키고 있을지... 아마도 알게 된다면 놀라움에 충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수많은 무고한 죽음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그 범죄를 누군가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함께 만들어내고 있으면서도 ‘해커스’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그런 불안감에 공감하기 보다는 엿보는 재미에 빠져들게 되고, 관찰하고 지켜보는 쾌감을 오히려 더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노출된 대상과 지켜보는 존재 양쪽 모두를 비난하게 되고 어느 누구도 옹호하기가 어렵게 된다.

과연 그런 정의감으로 가득한 해커가 실제로 존재할까?

그리고 그가-그들이 그렇게 지켜보고 관찰하기만 하고 있을까?

어떤 식으로 개입할 수 있을지... 얼마나 노출된 사람들의 삶을 망쳐버릴 수 있을지 걱정만 된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고,

네트워크와 CCTV 등 수많은 방식으로 우리들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그리고 철저하게 확인시켜주고 있는 ‘해커스’는 영화적 재미를 떠나서 무척 의미심장하게 이 작품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다.

물론, 영화도 나름대로 재미나기 때문에 꽤 볼만한 작품이 될 것 같고,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될 작품이 될 것 같다.

아쉽게도... 생각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 주목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단지 영화적인 재미 말고도 여러 얘기를 해볼 수 있는 작품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