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콜라소녀>에 이은 김숙종 작가와 최용훈 연출의 환상적인 콤비의 신작.

따뜻한 가족애를 담고 있는 텍스트와 섬세한 연출,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극단 작은신화 배우들의 앙상블.

2014.10.31~11.9/80분/대학로설치극장 정미소/만13세~/25,000원/11.4.화.8시 w/해바라기님

거대한 현대 사회 속 뿌리 없이 부유하는 삶.

서로의 빈 곳과 상처, 상실감과 마주하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상처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보듬어준다.

이들에게 '집'이란, 각박한 사회에 안주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떠도는 이들의 따뜻한 안식처로 회귀이다.

연극 <엄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과 김치찌게가 차려진 소박한 밥상에 모인 사람들에게

그 소소한 행복에 기대어 부유하는 삶의 자락을 다시 한 번 잡아 맬 수 있는 힘과 희망을 선사한다.

어느 집에 들어 온 도둑이 용산 참사로 남편 잃고 재개발로 가게 잃은 아들은 가출하고

아들을 기다리며 혼자 살아가는 한 엄마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웃집 친 동기간처럼 살고 있는 부부의 등장까지 일어나며 코믹하면서도

이슈성 발언도 많이 나오지만 결국은 제목대로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두 분의 감초 조연. 기가막히게 감칠맛 나고 사실감 넘치는 닭살 노부부.

"술은 낮술이지~" "이러다가 에미 애비도 못 알아보는 거 아냐?"

정말 웃기게도 왜 이 대사가 제일 먼저 떠오를까? ㅋ

얼마전 우리 에스더맘님 덕에 알게 된 '낮술'에 대한 얘기.

"(고맙다는 말) 그 말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못하게 될 줄 알았나?"

하고 서로 릴레이로 고맙다 감사하다며 인사를 주고 받는다.

상황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게 되는 젊은도둑.

청년실업으로 자살하려던 도둑의 절망적이고 비관적이고 염세적이기만 한 시각을

어른들은 그래도 버텨야하고 그러다 보면 나아지는 날도 온다 위로를 하지만

청년에게는 먼 세상 이야기같기만 하다.

"집은 세상 먼지 닦아내고 허기진 배 채우고 쉴 수 있는 곳이잖아.."(해숙)

"힘들다고 생각 안 혔슈. 고향 떠나 첨으로 내 집 갖는디 춤이 절로 나왔슈.

  세상 살믄서 내 꺼라 이름 써 붙일 수 있는 온전한 내꺼라 좋았어.

  첨 가져본 내꺼. 아무도 못 뺏어가는 내꺼. 거기 내 식구들 사는디 미치도록 좋데.."(문식)

"맞다. 맞아. 그 날 너무 좋아서 귀에 꽃 꼽았다."(애자)

"두부 들어간 김치찌개 먹고 싶어요.."(상우)

결국은 집 나간 아들을 생각하며 "엄마 노릇하게 해 줘서 고맙다"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내가 이렇게 씻게 해주고 먹게 해주고 입게 해주면 내 아들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그렇게 해주지 않을까.."

라는 눈물섞인 말 때문에 칼을 들이대고, 자살할 생각으로 테이프와 번개탄을 가지고 다니던 청년은

맘을 바로잡고 진짜 아들처럼 같이 가서 단팥빵과 우유를 먹자 팔을 내민다.

고맙다는 말,

아무 때나 할 수 있다고 아끼지 말아야겠다.^^

공연시작 전부터 밥을 하기 시작해서 "밥이 다 됐습니다"라고 말해주는 밥솥이 공연 시작을 알린다.

잠시 후, 청년도둑이 이 뜨거운 밥을 퍼 먹게 될 줄이야...!

하나하나 모든 소품도 사실감을 살리고 내 상황이 관극이 힘든 상황이었기에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아들뻘 청년과 어머니의 나이차이가 그리 많이 않아 보인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을 뿐.

크게 어색하다거나 이상하다 느껴지는 장면도, 배우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사실감하나는 <콜라소녀>때처럼 일품인 극이었다.

전날 심하게 체해 또 병원에 다녀오는 바람에

이날은 음식을 조심한다고  낮에도 죽, 저녁에도 죽을 먹었다.

수퍼에서 파는 죽 한 봉지에 3인분이라 돼 있는데

공연을 보러가야해서 다섯시즈음부터 완전 혼자 야금야금 다 먹었다.

뭐 괜찮겠지~하고 늘 사마시는 우유도 안 사마시고 그냥 갔고,

평소 90~100분 일반적인 공연 시간에 비해 80분짜리라 가뿐하게 맘 먹었었는데

연극 도중에 막 부추전 부치고 밥하고 김치찌게 끓이고 생밤 까서 먹고...

그 냄새 맡고 전날 그렇게 고생하던 위장이 살아나 죽을 호로록 소화했는지

한시간쯤 지나자 무대에서 퍼져오는 음식냄새와 더불어 너무너무 배가 고픈 거였다.

꼬르륵~ 꼬르륵~~~ 초민망한 상황. ㅜㅜ

에고...챙피해라.

<콜라소녀>때도 바로 앞에서 나는 전냄새, 잡채무치는 냄새 덕분에 괴로웠었는데 ㅎㅎ

있는 거라고는 사탕밖에 없어 암전도 없는 극에 할 수 없이 비상상황이라 얼른 사탕껍질까서 먹었다.

맨날 남들 관크질(관객이 무대를 방해하는 행동 등) 흉봤었는데 어젠 내가 제대로 관크질했다.ㅠㅠ

그래도 또 배가고픈 상황이 밀려오고 에효....민망 민망 왕챙피..소리는 또 왜 그렇게 큰지.

미치겠다는 소리가 절로나는 상황;;;;;

정말 식은땀 나고 내용 하나도 안 들어오고 배에 힘을 줬다 뺐다 조용한 난리를 떨며..겨우 참은 후반부.

80분이 왜 그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암전이 한 번도 없는 극이라 죽는 줄 알았다;;;;;

커튼콜(인사)

제작:극단 작은신화 / 작가:김숙종 / 연출:최용훈

출연:홍성경(해숙,어머니), 송현서(애자), 김문식(문식), 오현우(상우, 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