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현기증>은 <가시꽃>(2012)의 이돈구 감독의 영화입니다. 전작 <가시꽃>에서도 강렬함을 보여주었던 이돈구 감독은 이번 <현기증>에서도 등장인물에게 자비를 주지 않더니 이번 <현기증>은 더더욱 몰아붙입니다.
<현기증>은 치매와 가족 간의 갈등 그리고 따돌림에 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가족은 한집 한 공간 안에 같이 사는 존재들입니다. 그만큼 서로를 향한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가족이지요. 하지만 가족 간의 벽이 생기는 순간 그 벽을 깨기는 엄청난 힘이 들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순임(김영애)의 실수로 영희(도지원)와 상호(송일국)의 아이가 죽게 됨으로써 가족 간의 벽이 생기는데, 순임이 치매에 걸린 것을 가족은 모릅니다. 엄밀히 따지면 치매에 걸린 것 같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병원을 가봐라 괜찮으냐라고 하지 ‘같이 병원에 가보자’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결국 생색을 낼뿐 직접적인 소통은 하지 않습니다. 작은 딸 꽃잎(김소은) 역시 자신의 고통을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못 합니다. 너무 늦어버리고 이야기할 타이밍을 잡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전에도 말하지 못한 것은 가족 간의 소통이 부족하였다는 것이죠.
하물며 순임의 실수가 일어난 후에는 보이지 않는 가족 간의 벽에서 확실히 보이는 가족의 벽으로 진화합니다. 소통이 아예 없고 원망만이 가득하죠. 그렇게 변한 가족의 공간인 집은 살벌합니다. 결국 영희와 상호는 그 집을 나가게 되지요. 이것은 순임이와 같이 살던 집(=소통이 없는 공간)에서 영희와 상호의 집(=소통이 있는 공간)으로 간 것을 의미합니다. 한편 소통이 없는 공간에 남겨진 꽃잎과 순임은 고통스럽습니다. 꽃잎의 경우 소통을 하고자 끊임없이 노력을 하지만 순임이 그것을 차단함으로써 소통은 힘들어지지요. 결국 그 소통이 없는 공간에서 견디지 못하는 꽃잎입니다.
한편 영희와 상호는 소통이 있는 공간에서 소통을 한 후 다시 순임과의 소통을 하려고 합니다. 이들 역시 순임의 잘못이 아닌 소통의 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알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순임은 이미 소통의 부재로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던 것이죠. 결국 모든 것은 최악으로 끝나고 맙니다.
행복했던 가족으로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표면상으로 행복이 있을 뿐 개개인에게는 최악의 상황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영희와 상호만이 아이라는 행복이 있었을 뿐이지요. 아이는 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탈출구였습니다. 그 탈출구가 사라져 버린 이상 순임의 가족에게는 더 이상의 소통과 희망이 없는 것이지요.
결국 <현기증>은 소통의 부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자비 없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너무 자비 없이 캐릭터들을 몰아붙이기에 현기증이 나더군요. 충격적이었습니다.
-김소은은 <소녀괴담>에서도 따돌림당하더니 여기서도 그러네
비니비니 영화 리뷰 #810 (2014 #3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