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도서대여점을 할 때면 심심할 때면 대여점 내에 있는 만화책 중에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인지 세는 것이었다. 도서대여점 주인이었으니 읽은 권 수가 몇 천권인 것은 너무 당연했다. 그 당시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중에 하나가 '노다메 칸타빌레'였다. 워낙 일본 만화가 득세를 하던 시절이라 읽을만한 만화책은 전부 일본 만화였다. 남자임에도 순정 만화중에 재미있던 것들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노다메 칸타빌레'다. 지금도 '노다메'와 '차이키'는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이름이다. 워낙 특별하게 개성 넘치는 캐릭터라 인상에 남을 수 밖에 없다. 그 후에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 것만 알고 있고 본 적은 없다. 꽤 인기가 좋았던 듯 하다. 그렇게 내 기억에서는 사라졌던 노다메가 다시 등장을 했다. 한국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대를 했다. 재미있겠다고 말이다.

약간 우려가 되었던 것은 '노다메 칸다빌레'가 워낙 현실에서 그리기 힘든 캐릭터라 드라마로 어떻게 표현할지가 궁금했다. 이런 점을 잘 극복한다면 충분히 재미있지 않을까 했다. 더구나, 원작이 워낙 재미있었기에. 우려가 되는 것 중에 하나는 원작이 아닌 일본 드라마 판권을 샀다는 것이다. 원작을 냅두고 다른 판권을 산 것이 이해는 되지 않지만 재미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드라마 초반에 유럽의 장면을 보여주면서 한껏 기대감을 높혔다. 노다메가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 것을 익히 기억하고 있어 유럽 내용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고 봤다. 초반에 드라마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노다메의 캐릭터는 익숙한데 다른 캐릭터는 익숙하지 않고 겉돈다는 느낌이었다. 이게 우습게도 설내일만 이상한 아이가 되었다. 다른 캐릭터는 현실에 뿌리를 박고 있는데 설내일만 만화에서 그대로 살아왔다.

이러다보니 설내일을 연기한 심은경만 욕을 먹는 상황이 되었다. 더구나 드라마의 내용은 내가 알고 있는 원작과는 모티브만 따왔을 뿐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전개가 되었다. 어차피 드라마는 드라마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 맞겠지만 어느정도 만화를 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대감이나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쉽기 그지 없었다. 남은 것은 원작의 내용과 상관없이 드라마 자체의 재미가 있으면 모든 것이 다 괜찮은 거다.

아쉽게도 드라마는 그런대로 볼만 했지만 기대에는 많이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초반 캐릭터와 후반 캐릭터가 달라진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캐릭터들이 초반과 중반이후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드라마들이 대부분 로코일때 그렇다. 초반에는 재미있는 코메디부분을 강화하는데 중반이후에는 로맨스로 집중을 하다보니 처음 캐릭터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내일도 칸타빌레'는 그런 면이 유독 두드러졌다. 설내일의 캐릭터가 워낙 강력하다보니 말이다.

심지어 일부 캐릭터는 초반과 후반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했다. 연기하는 배우들도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특히, 드라마는 완전히 원작과는 다른 내용이다. 그저 겉피만 갖고 왔다고 해도 될 듯 하다. 신기하게도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오케스트라에 설내일은 참여를 하지 않다보니 드라마 내용도 좀 겉돌게 되었다. 아예 나중에는 설내일이 콩코르에 집중을 하고.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드라마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심은경이 가장 고생하며 연기를 하지 않았을까 한다. 본인이 거의 원탑으로 끌고 가는 드라마인데 이렇게 드라마가 점점 산으로 가니. 그래도 단 한 회도 빼놓치 않고 본방사수하며 봤다. 보면서 웃기도 하고 말이다. 그냥 그런대로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기대가 큰만큼 아쉬움이 크다고 해야 할 듯 하다. 아마도 원작의 무게감 (진지함이 아닌 반대의)에 짓눌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영향이 큰 듯 하다. 방영전부터 미주알 고주알 말들이 많았던 드라마라서.

차라리 조금 더 힘을 빼고 편안하게 욕을 먹더라도 원작에 좀 더 충실하게 드라마를 만들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고 시청자들이 기대를 충족하는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한다. 가장 아쉬운것은 클래식이 주가 되는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딱히 기억에 남는 클래식이 없다는 것이다. '밀회'는 엄청나게 클래식이 기억에 남고 중요한 변곡점마다 극을 이끌어가는 요소였는데 '내일도 칸타빌레'는 그런 면에서 여러모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