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s://mirror.enha.kr/wiki/%EC%8B%A0%ED%95%B4%EC%B2%A0

1968.05.06 – 2014.10.27

남진도

나훈아도

신중현도

조용필도

그리고 전설처럼 신화처럼 얘기되는 수많은 음악인들이 여전히 살아있는데,

다들 그렇게 살아있고, 살아가고 있는데...

신해철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니 너무 갑작스럽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한때는 열광했고

언젠가 부터는 무관심하게 되었던

다행히 냉소하고 조롱할 정도는 아니었던

하지만 저사람 왜 저러고 있어... 라는 생각은 간간히 들게 되었던

그리고 그렇게 잊혀져갔던

그렇고 그랬던 신해철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그저 너무 이르다는 말만 계속해서 입가에 맴돌게 된다.

조금은 뜬금없다는 생각도,

짓궂은 농담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남들이 다 그러하듯 신해철을 기억할 수 있고 추억할 수 있는 시절을 살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억을 그리고 추억과 생각들을 잠시 펼쳐놓게 된다.

그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지만...

어린... 젊은 시절에 대한 기억이기도 추억이기도 할 것 같다.

그렇게 한때의 시절을 다시금 되돌려 본다.

신해철에 대한 첫 인상을 떠올린다면 아마도... 영어를 무척 잘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그의 솔로 시절의 노래였던 ‘안녕’ 때문인 것 같은데, 수수한 복장으로 혼자 무대에서 영어로 된 가사를 열정적으로 부르는 모습에서 꽤 신선한 느낌이 들었었다.

당시가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다음 앨범에서는 ‘재즈 카페’를 불렀던 것 같고, 많은 이들이 우상으로 여겼었던 기억이,  주변 친구들이 무척 좋아하던 기억이 함께 들게 된다.

그 당시에는 한국 가수들을 좋아하기 보다는 뉴키즈 온 더 블록 New Kids On The Block 이나 토미 페이지 Tommy Page 와 같은 이들을 무척 좋아하고 있을 때라 그다지 관심이 들지는 않았었고, ‘재즈 카페’와 같은 곡 때문인지 무척 묘한 분위기의 노래를 들려주는 가수라는 느낌만을 받았을 뿐이었다.

다른 이들과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와 가사로 인해서 인상적이었는데, 어렸을 때이고 위스키 브랜드가 뭔지도 모르고 콜라는 알지만 피자라고는 본적도 없었던, 발렌타인 데이도 무슨 날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노래하는 약간은 특이한 분위기의 가수였다는 생각만 들었었다.

생각해보면... 그는 그 당시부터 가사를 통한 감정과 분위기 전달에 대해서 무척 예민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신해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약간은 알게 된 이후 그에 대한 기억들은 좀 더 뚜렷하게 된다.

서태지라는 하나의 충격은 한국 가수들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단숨에 날려버리고 밋밋하고 뻣뻣한 느낌에서 무척 역동적인, 젊고 건강한 이들로 바라보도록 만들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서태지로 인해서 순식간에 뒤바뀐 음악계의 모습은 무척 의미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한국 대중음악에 대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를 하게 된 이후 팝음악에 빠져 있었던 사람에서 온갖 한국 대중음악을 찾아듣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알게 된 넥스트의 첫 번째 앨범 Home 은 서태지의 음악과는 다른 매력을, 1990년대의 중요한 음악적 흐름 중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신해철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넥스트의 첫 앨범인 Home 은 ‘도시인’과 같은 대표곡과 함께 여러 좋은 노래들이 많았는데, 아쉽게도 앨범으로서는 욕심이 많았는지 그게 아니면 좀 더 야심으로 가득했던 것인지 후반부에서의 여러 시도들은 그다지 좋게 들리진 않았었다. 장황하다고 해야 할까? 난해하다고 해야 할까? 그게 아니면 너무 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다고 해야 할까?

그것 보다는 하려고 했던 생각들과는 달리 결과물은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다만, 가사에 있어서는 무척 흥미로운 내용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 같고, (어렸을 때라 아직은 그런 것들을 전부 다 이해하진 못했었어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무언가를 관찰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감수성 충만하게 혹은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과 생각으로 말하기도 하는 등 여러 시선으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음악에서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독백-내레이션-해설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기도 했는데, 이미 이전에도 써먹기는 했지만 좀 더 과감하게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식으로 독백을 사용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본인이 말하고자하는 것들을 최대한 명확하게 그리고 되도록 많은 내용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기도 했지만 반대로 조금은 낯간지러움을 느끼거나 압축과 여백의 매력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는 조심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듣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신해철이라는 음악인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매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고, 한국에서 활동한 음악인들 중에서 오직 그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매력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해서 여러모로 그의 음악적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싶은 말들도 많고 그 많은 말들을 최대한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그 방법 말고는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것 같다.

점점 더 높아지는 관심 속에서 공중파 방송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 말고는 다른 방식으로 그를 접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그 당시는 라디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난 그다지 친구라고 말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정보에 대해서는 무척 둔감했다) 서태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신해철 또한 무척 신비한 존재로 생각되었었고, 그렇게 신비한 존재가 갑작스럽게 그 유명한 대마초 사건으로 인해서 관심의 집중을 받게 되니 조금은 황당하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두 번째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I The Being 는 ‘날아라 병아리’로 인해서 다시금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놓고 본다면 ‘날아라 병아리’는 조금은 엉뚱한 노래처럼 생각되지만 그 노래만을 생각한다면 무척 좋은 노래이고... 너무 여린 감수성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어떤 식으로도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은 곡이라 자주 흥얼거리는 곡이었고 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들 중 하나일 것 같다.

물론,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을 생각한다면 하드록이나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앨범이었기 때문에 ‘날아라 병아리’만을 기억하게 되지만 더 탁월한 곡이라고 생각하는 ‘Dreamer’ 가 있기 때문에 무척 달라진 모습과 음악으로 새롭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프로그레시브 록과 메탈에 대한 관심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겠다.

이후의 모습들은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일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기억나는 모습들일 것이다.

그의 최고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The Return of N·EX·T Part II The World 와  Lazenca A Space Rock Opera 는 지금의 신해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마도 가장 기억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고 그런 모습과 함께 라디오를 통해서 열렬한 팬들을 거느리게 되면서 대중들과 일정한 거리-간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주 멀어지지 않는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주게 된 것 같다.

자신만의 음악을 하면서도 때때로 무척 대중적인 곡들도 발표하는 그의 줄타기는 넥스트 시절을 마무리하며 조금씩 대중들과 거리를 좀 더 갖기 시작했고, 넥스트 시절부터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공을 들였던 사운드에 대한 여러 시도들은 결국 그가 영국으로 (음악) 유학을 떠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잠시 테크노-전자음악에 대한 열중은 이어졌고 여러 결과물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생각처럼 후한 평가는 받지 못한 것 같다.

때로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감수성이 지나칠 정도로 충만한 시선으로

그리고 음악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함께 다양한 사운드에 대한 관심으로

신해철은 이처럼 단순화시킬 수 없는 복잡한 모습들을 보여주었고, 그의 그런 다채로움은 다방면에 걸쳐서 활동하는 모습과 겹쳐서 음악적인 모습과 함께 그리고 점점 더 음악적인 모습보다는 음악 외적인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더 눈에 띄면서 그의 다재다능함을 마음껏 뽐내게 되는 것 같다.

그게 본인이 의도한 것인지 그게 아니면 별 수 없는 선택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는 항상 음악을 벗어나려고 하진 않았다.

다시금 홀로 활동하던 시절에 들려주었던 전자음악에 대한 이해가 생각처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었고, 넥스트로 돌아와 들려주었던 음악도 대중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컸기 때문에 점점 음악적으로는 대중들의 관심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것 이외에도 무척 여러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항상 그는 대중들과 함께하고 다투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조금은 추한 느낌도 들 때가 있었고,

적절한 선택을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는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았다.

새로운 음악에 대해서 그리고 다양한 음악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실패를 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그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고, 그저 관심이 가게 된다면 시도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보다도 젊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의 모습들은 솔직히 음악을 들려주는 모습보다는 여러 활동들을 지켜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간간히 좋은 노래들을 들려주기는 했지만 음악과 관련된 활동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어쨌든 신해철은 한국 대중음악에 있어서 무척 진귀한 존재였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워낙 욕심이 많고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인지 하나의 작품으로써 앨범을 완성시키지는 여러 부족한 점들이 있었지만 빼어나고 탁월한 수많은 노래들을 만들어낸 사람이기 때문에 그는 한 획을 그었다고 말할 만한 사람이고, 음악 이외에도 한국 대중음악의 큰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면서 다양한 음악적 흐름의 영향을 받아들이고 이후에 다야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음악적인 영향력만을 놓고 본다면 그 누구보다도 높은 위치에 서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적 업적들이 뒤늦었지만 더 크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떠난 이만 생각나기 마련이고,

아쉬움만 느껴지기 마련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잠시 그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졌음에 슬픔을 함께한다.

좀 더 나중에 그를 기억할 시간이 생기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