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유령같은 존재가 되는 거야 "

짜릿한 두뇌 게임을 선사해줬던 <메멘토>부터 히어로물을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그리고 꿈을 훔치는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줬던 <인셉션> 등등 내어놓는 작품들마다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시선이 '우주'로 향했습니다. 연출한 작품들에서 다양한 공간들을 아우르며 이야기를 풀어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기에 이번에는 또 어떤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 <인터스텔라>는 역시 기대를 저버러지 않는 상상력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품이 담아내고 있는 '감성'이더군요. 단언컨데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필모 가운데 가장 감성적인 영화입니다.

생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식량 문제'에 직면한 위기의 지구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인류를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우주로 나갑니다

< ▲ 사랑하는 딸 '머피'를 위해서라도 그는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꼭 돌아오겠다'라는, 어쩌면 지키지 못할 수도 있었던 약속을 남긴채.. >

그게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멀지 않은 미래로 설정되어 있는 <인터스텔라>의 지구는 지난 세월 동안 인류가 범한 잘못으로 인해 황폐해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무엇보다 심각했던 것은 생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먹고 사는 '식량 문제'로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가 멸망 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어가고 있었으며 이렇게 기본적인 부분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과학'이니 '스포츠'(뉴욕 양키스가 동네 야구장 같은 곳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데 웃음이 나오더군요)니 하는 부분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은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NASA'마저 해체되어 버린 상황, 하지만 아직 남아있었던 'NASA'의 연구원들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두가지의 플랜을 준비중이었고 여기에 운명적으로 전직 우주비행사였던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합류하여 그들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광활한 우주를 아우르고 있는 <인터스텔라>속 거대한 세상

<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구현해낸 광활한 우주 >

<인터스텔라>가 구축하고 있는 세상은 거대합니다. 우리 은하 토성의 근처에 생긴 '웜홀'을 통해 이어지는 다른 은하와 그 곳에 위치하고 있는 새로운 행성, 그리고 그 속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두렵게만 느껴지는 '블랙홀'과 '그들'이 구축해 놓은 5차원의 세계까지 이 작품은 그동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광활한 세계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세월을 거치면서 진화한 인간들의 지적 수준은 그 광활한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는데 이토록 향상된 인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한한 공간에서 곧 '벽'에 부딪히고 절망과 마주하고 맙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인간은 '시공간의 한계'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이었고, 형언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우주'와 비교한다면 우리 인간은 그야말로 먼지보다 못한 존재였기 때문이죠.

어떤 방법으로든 '시공간의 한계'를 거스를 수는 없었던 인간

하지만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결코 거창하지 않습니다

< ▲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버무러지고 있었던 영화 '인터스텔라'

그렇다고 해서 우주선에서 연애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

그렇다면 그저 넋놓고 앉아서 마지막 순간이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터스텔라>를 통해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해결책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고 이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이야기속에 버무러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감정은 비록 그 몸은 한없이 먼 곳에 떨어져 있었지만 한시도 놓지 못했던 딸 '머피'(맥켄지 포이 & 제시카 차스테인)에 대한 애끓는 부정이었죠.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유령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했던 그의 말, 부모라는 존재는 그런 것이죠. 아이들을 위해 언제나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고 그들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해줘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 '쿠퍼'는 거창하고 위대하게 보이는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그 기나긴 여정을 거치면서 새삼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의 표현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답게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려지고 있었던 <인터스텔라>였습니다.

차갑고 냉철한 '이성'보다 따뜻한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터스텔라>

< ▲ 앤 해서웨이는 저체온증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재개했다고 하죠. 역시 프로라는 ! >

때문에 영화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과 같은 대단한 이론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거나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뭐 깊이 파고 들 수도 없을만큼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지만 <인터스텔라>가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은 이런 차갑고 냉철한 '이성'보다는 구름마저 얼어붙었던 그 차가운 동토에서도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감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작품을 가르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감성적인 영화라고 표현했던 것인데 언제나 냉철하며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만 느껴지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알고보니 따뜻한 남자였군요. 실제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주인공 '매튜 맥커너히'와 작품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을때 영화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보다는 오로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만을 나눴다고 합니다.

놀라운 시각 효과와 청각 효과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역시 '아이맥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역시 '아이맥스'가 제격이죠

< ▲ 이런 장면은 그냥 '아이맥스'로 봐야합니다. 그게 이 영화를 제대로 만끽하는 방법 >

그리고 이 작품을 관람하실때는 '아이맥스'로 관람하시는 것이 확실히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비티>에서 확인했듯이 그 광활한 우주 공간을 제대로 느끼는데는 '아이맥스'가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지구 언저리에 머물렀던 <그래비티>와는 달리 은하계 전체, 그리고 다른 은하까지 아우르고 있는 이 영화의 우주 공간은 '아이맥스'와 함께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합니다. '거대한 임무'를 띄고 먼 곳으로 나아가던 '인듀어런스호1'가 '토성'의 곁을 지나가는 장면에서 그들이 타고 있던 우주선은 그야말로 티끌처럼 보이면서 인간 존재의 무기력함이 그대로 느껴지고 혹독한 동토로 이뤄진 행성이나 상상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행성, 그리고 웜홀과 블랙홀에 대한 묘사와 같은 영화속 거대한 '볼거리'들은 아이맥스 화면에서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죠.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더 중요하게 강조했던 '사운드 효과' 역시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보는 것이 제격으로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했는데 때문에 <인터스텔라>를 관람하실 예정이라면 가급적이면 '아이맥스'를 선택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따뜻한 남자 크리스토퍼 놀란 ! 그가 보여준 '감성'이 좋았습니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감성적인 영화 <인터스텔라>

< ▲ 알고보니 따뜻한 남자였군요 ? 그가 보여준 '감성'이 전 좋았습니다 >

다만 '이성'보다는 '감성'을 중시하고 있는 영화였기 때문에 분명 이 작품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지적 유희'를 만끽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에게 있어서 이 작품이 온전히 그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할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가 보여준 이런 감성들이 무척이나 좋았고 깊이 와닿기도 했습니다. 특히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통해 절정의 연기력을 과시했던 '매튜 맥커너히'가 보여준 진정성 있는 인상적인 연기는 영화의 감성을 더더욱 증폭시켜줄만큼 훌륭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여기에 군용 로봇들을 통해 보여지는 과하지 않은 유머들 역시 이야기 곳곳에 양념처럼 뿌려지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아마 한번 더 관람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