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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항상 도망만 다녔어. 그런 내가 어딜 또 가겠어 "
요즘에 제작되는 영화들을 보면 '소설', '웹툰'을 가리지 않고 원작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조금 인기를 끌었다 싶은 '웹툰'의 경우에는 상당수가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것 같은데 '기안84' 작가의 동명의 원작을 영화로 옮기고 있는 이 작품 <패션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원작 웹툰을 보지 못했고 대충 전해들은 이야기로 '병맛 돋는 웹툰'이면서 그 웹툰 원작 역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기 때문에 원작과의 자세한 비교는 못할 것 같고 영화만 놓고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기명'이라고 불릴만큼 존재감 없었던 빵셔틀 '우기명'
그런 그가 서울로 전학을 가면서 인생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지만 곳곳에 암초가..
< ▲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했던 우기명, 하지만 서울로 전학하면서 인생 반전의 기회를 맞이하는데 ! >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우기명'(주원). 하지만 학교 짱의 빵셔틀이었던 그는 '무기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릴만큼 존재감 없었고 꿈과 희망도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서울의 기안고로 전학을 가면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게 되니 그 계기가 된 것은 큰 맘먹고 장만했던 비싼 패딩, 하지만 알고보니 짝퉁이었던 '뭉클레어 패딩'이었죠. 그 패딩으로 인해 만나게 된 전설의 패션왕 '남정'(김성오) 덕분에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기 된 것인데 그렇게 '간지'를 알게 된 우기명은 학교 생활에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 기안고 여신 '혜진'(박세영)의 관심까지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우기명이 혜진과 가까워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기안고 황태자 '원호'(안재현)는 우기명을 눈엣가시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일이 꼬여가는데 그럼에도 우기명의 옆에는 예전 빵셔틀 시절과는 달리 '멘토' 남정을 비롯해서 미모를 포기한 전교 1등 '은진'(설리), 그리고 '창수'가 있었고 그의 아픔을 보듬어 주신 어머니 역시 한결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셨기 때문에 더이상 도망만 다니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초중반까지의 '병맛 코미디'는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곧 '진부함'으로 변해버렸던 아쉬움
그리고 그다지 '간지'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캐릭터들
< ▲ 기안고 황태자 '원호'(안재현) & 기안고 여신 '혜진'(박세영) >
<패션왕>은 영화의 분위기상 초중반과 중후반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두 부분에 대한 느낌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병맛 코미디'와 '진부함'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두가지 느낌이 자연스럽게 합쳐지지 못하면서 영화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게 되네요. 웹툰을 못봤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웹툰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 것 같은 초중반까지는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유치함과 함께 중구난방스러운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게 나름의 매력으로 느껴지는 병맛 코미디였고 그래서 제법 낄낄대며 볼 수도 있었던 것에 비해 본격적인 '패션왕 오디션'이 시작되는 중후반부의 흐름은 그저 진부하게만 느껴졌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존재감 전무하던 주인공이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게 되는 이런 이야기 역시 결코 특별한 것은 아닌지라 그 이야기에서도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캐릭터들의 경우에도 '남정' 역을 맡은 김성오 정도만 부각될뿐 다른 캐릭터들은 크게 인상적이지도 않았습니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뭐가 '간지'나는지도 모르겠더라구요.
다양한 이야기들을 영화속에 녹여두고 있지만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던 영화 <패션왕>
< ▲ 그나마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 '전설의 간지왕' 남정(김성오) >
이처럼 영화의 구성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는 영화인데 그 속에 감독은 학교 폭력의 현실을 녹여두고 있었습니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는 떳떳하고 피해자는 고개를 들지 못한채 도망치듯 전학을 가야 하는 현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치듯 전학을 간다고 할지라도 남아있던 폭력의 잔재는 끝없이 피해자를 따라다니고 결국은 그렇게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학교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우기명'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인데 이 이야기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까지 확장이 되고 '명품'을 두르고 있다고 해서 '명품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명품이란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정말 명품일때, 그래야만 진정으로 빛이 나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 <패션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할지라도 다소 뒤죽박죽 섞여 있고 우왕좌왕하던 영화는 크게 와닿을 수가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