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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일간스포츠 신문에 연재됐던 명화칼럼을 묶어낸 이 책은 미술관 큐레이터와 승마선수 출신 교관, 말 산업 전문기자가 모여 말과 그림에 관해 다각도로 조명한 책이다.
그림 속 백마의 가지런하게 정리된 갈기와 탄탄한 둔부, 힘 있는 꼬리와 빗질이 잘 되어 찰랑이는 꼬리털까지, 공재의 백마는 어느 한군데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
유하백마도’는 어쩌면 공재 자신일지도 모른다. 혼자 나무에 묶여 있는 모습은 정계 진출을 포기하고 홀로 귀향한 당시 공재의 상황과 겹치며, 흠 없고 깨끗한 흰말은 그의 성품을 은연 중에 나타낸 것 같다. 나아가 백마의 당당한 모습에서 자신의 처지를 꿋꿋하게 견뎌 나가는 그의 기백이 느껴진다. (책 ‘말을 보고 말을 걸다’ 중)
책 속에 등장하는 말들은 일차원적인 교통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현재에도 고급레포츠로 분류되는 승마는 당시 지배 계급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지배 계급은 자신의 준마를 그리거나 말을 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자신의 부와 명예를 은유적으로 내세웠다. 마(馬)문화가 발달한 영국의 경우, 경마에서 우승한 말은 초상화까지 그려 자축했다.
19세기 조선 최고 화가 김홍도 역시 말 그림을 자주 그렸다. 그의 작품 속 말들은 비슷한 시기, 같은 종(種)의 말임에도 불구하고 자세와 생김새, 말을 그려내는 선의 굵기와 갈기의 표현까지 모두 달라 흥미를 자아낸다.
김홍도 외에도 신윤복부터 르네 마그리트, 21세기 최고의 극사실주의 화가 루시안 프로이드의 작품까지, 이 책은 현대인들이 꼭 알아두면 좋을 작가들과 그들의 수작을 다루고 있다. 또한 감각적인 편집과 읽기 쉽도록 다듬어진 글을 통해 어린 독자들부터 중년의 독자분들까지 교양을 다지기에 좋은 책이다.
사진제공 : 플러스81스튜디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