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줌마, <써니> 보러 극장 가다 |
| 한창 아이를 키울 땐 많은 엄마가 ‘나’를 잊고 지냅니다. 우리 그러지 맙시다. 분명 그 무엇보다 자식이 귀한 줄은 잘 압니다만, 나를 잊고 지내는 게 결코 자식을 위한 길은 아닙니다. 이달부터 마당발 아줌마 김혜영이 여러분을 독려합니다. 아줌마, 신나게 사는 법. |
| 나만을 위한 투자, 그리고 동지 |
 이달,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인 아줌마 부대와 함께 극장엘 다녀왔습니다. 사람들이 하도 ‘써니’ ‘써니’ 하기에 안 보곤 못 배기겠더라고요. 함께한 여인들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작은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만나 결성한 모임의 멤버들입니다. 서른아홉 살부터 쉰 살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아이들 성향이며 남편들 직업도 각양각색이죠. 그럼에도 전혀 삐걱거림 없이 6년째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만나고 있는 걸 보면 여고 동창생보다 나은 관계인 것도 같습니다. 한 번 만날 때마다 10만원씩 곗돈을 붓고 제비를 뽑아 곗돈을 탄 사람은 그 돈으로 오롯이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는 게 이 모임의 룰입니다. 처음 이들을 만났을 때, 어디든 앉기만 하면 아이 공부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연장자인 제가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그렇게 살아봤자 우리가 그렇듯 애들 모두 제 가정 꾸리면 그만이라고.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엄마는 엄마 인생도 하나 못 즐기고 왜 그리 사냐’며 면박을 줄 날이 올 거라고요. 그래서 매달 만나서 무언가 아이들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일을 한 가지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달엔 콘서트에 가서 소녀처럼 함성을 지르고, 어떤 달엔 이천으로 그릇 구경을 가기도 하면서 말이죠. 살면서 동지를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요. 일 때문에 엮인 관계가 아닌, 마음이 맞아 오래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이 세월이 흐를수록 그렇게 뿌듯할 수 없습니다. |
| 남편과 극장에 가서 손 꼭 잡고 영화 본 게 언제였더라 |
 아이가 태어나기 전엔 그래도 신혼이라 남편이랑 극장에도 가곤 하는데, 아이가 하나 태어나는 순간 참 많은 게 변합니다. 거기다 아이가 둘이 되면 극장에 가는 일은 꿈도 못 꿉니다. 하지만 나이 오십에 돌이켜보니 꿈을 못 꾼 게 아니라 안 꾼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달에 한 번이든 일 년에 한 번이든 큰맘 먹으면 애 둘은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께 뚝 떼놓고 서너 시간 외출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뭘 그렇게까지 하며 굳이 극장엘 가냐고요? 즐기지 못하는 것도 습관이 되거든요. 또 아이에게 인생을 전부 건 사람마냥 허둥지둥하다 보면 남편 역시 당신이 그것만으로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착각할 테니까요. 물론 방송 일을 하면서 정신없이 바쁠 때도 가족들 입에 들어갈 먹을거리를 직접 만들고 챙기는 저 역시 주부의 인생이, 살림이 얼마나 재밌는지는 알아요. 하지만, <써니>를 보고 나면 제 말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주인공 춘화가 친구 나미에게 묻습니다. “넌 하고 싶은 거나 되고 싶은 거 없어?” 나미는 대답합니다. “없어. 이 나이에 되고 싶은 게 어딨어. 그냥 사는 거지.” 이 대목에서 모든 여자가 공감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있습니다. 남성 관객이 뽑은 <써니> 명대사 순위 안엔 온통 웃음을 자아낸 욕이나 코믹한 멘트밖에 없거든요. 다시 말해 우리가 그렇게 꿈도 없이, 희망도 없이 살아봤자 남편들은 점점 익숙해져만 갈 거라는 거죠. 물론 영화 속 남편, 아이들은 비약된 부분도 있지만 그러지 말자고요. 가정을 팽개치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라는 뜻이 아니란 것 아시죠? 이달부터 친구든, 남편이든, 장성한 자식이든 다 좋아요. 함께 극장에 가서 나도 영화 보는 것 좋아한다고, 극장 가서 자막 읽을 줄 안다고, 왕년엔 영화배우 이름 줄줄 꿰던 몸이라고 알려주세요. 당신도 역사가 있는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란 걸 잊지 마세요. 아참, 그 재밌다는 <써니> 얘긴 왜 안 하냐고요? 극장 가서 꼭 보시라고요! |
| 아줌마 영화 보기! 1 아이들과 함께 극장 가서 다른 영화 보기 굳이 아이들이랑 영화 취향을 맞추려고 애쓰지 마세요. 남편과 함께 1관에서 <트랜스포머3>를 보고, 아이들은 <엑스맨> 보라며 2관으로 들여보내도 괜찮아요. 2 조조할인의 추억 아이들 학교에 보내놓고 부지런을 떨며 조조 영화 보고 부랴부랴 와서 다시 아이들을 맞이하세요. 점심 좀 못 먹으면 어때요. 남의 인생 한 편 구경한 게 당신에게 활력을 줄 거예요. 3 공연계 조직하기 나이 마흔 넘어서도 분위기 잡는다고 혼자서 영화 보러 가지 마세요. 여럿이 함께 가서 보고 수다 한판 떨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거든요. 날 잡고 영화 한번 보러 가긴 힘들어도 회비 내는 정기적인 모임엔 본전 생각나서 가게 되잖아요. |
| 자료제공ㅣ우먼센스 기획: 정미경 기자 | 사진: 이호영 | 촬영협조: CGV용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