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서 베란다 방충망을 연다.
늦은 시간이라기 보단,
하루의 마감이자 또 하루의 시작이 시작되는 이 시간에.....
한 동안 쉬었던 담배 한모금이 생각 나
아내 몰래 담배 한 개피를 움켜쥐고 라이터에 불을 밝힌다.
후우욱~~
한 낮의 열기는 35도.
'오늘이 올해 들어서 최고로 덥다네.' 누군가의 입에서 들었다.
늦은 저녁이지만 자동차 한쪽문을 개방한 채
또 한쪽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도 차안 더운공기를 배출하지 못하고
지풀에 털썩 앉아 얼굴이 익을 정도의 오후였지만,
지금은..........
선선한게 딱 좋은 밤 공기이다.
깜깜하고, 조용하고, 누군가의 간섭이 없는 이 시간때의 밤을
나는 좋아한다. 사랑한다.
참 좋은 시절을 안고사는 혹은 고달픈 세상속에 사는지도 모를,
짧은 미니를 입은 술에 취한 처녀가 비틀거리며,
갈 '지'자를 그리며 가다가 멈추다를 반복한다.
그런 모습도 사랑 스럽다.
난
항상 고민을 안고 산다.
안해도 될 고민.
그냥 지나쳐도 아무런 뒷탈이 될 만한 것도 없는 그런 고민들을
덩어리 채 떠 안고 산다.
모순.....
한집의 모든것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의 하루는 고달프다.
유전적인 것도 아닌데....
그래서
난 하루를 마감하고 하루가 시작되는 이시간이....
이 밤이 정말 좋다.
첫 사랑에 대한 죄책감.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에 대한 못다 한 효도.
짜들... 벌어 논게 쥐뿔도 없어 물려 줄 재산이 없는 자식에게 대한 미안한 마음.
이런 상념들이 담배 한모금에 실려 오늘밤도 잠을 설치고 있다.
사는게.........
다 그런거지 뭐.
하지만 열심히 잘 살아 왔잖아.
정적속에서 귀를 찢는 암고양이 울음소리에
방충망을 닫는다.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아름답다.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한구절이 생각난다.
'사막이 아름다운것은 그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오아시스는 언제 찾아 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