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부터 2008년, 45년에 걸친 '마들렌'과 '베라'라는 엄마와 딸의 사랑의 행방과 감정을 쫓는 뮤지컬사랑이야기 <비러브드 Beloved>는 달달하지만 쓰디쓴 초콜렛같은 재미와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재클린 케네디 등의 숱한 유명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럭셔리 로저 비비에의 구두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만큼 여성들의 욕망과 사랑을 잘 대변하는 영화다.
1963년 파리에서, 주인공 '마들렌'이 그 신발을 신고 또각또각 걷는건 여성으로서의 자신감 표현이며, 그로 인해서 숱한 남성들 중 미래의 남편이 될 사람을 만난다. 이렇게 여성의 사랑과 욕망의 표현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흘러흘러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며, 나이든 '마들렌'자신과 딸 '베라'의 사랑이야기로까지 이어진다..
초중반은 달달한 사랑뮤지컬,
중후반은 묵직한 삶의 무게성을.
밝아보이는 포스터와는 달리, 프랑스영화답게 노출과 수위도 꽤 있는 성인들을 위한 영화. 그러면서 '그들의 사랑과 일상'을 모두 진한 삶의 향기로 담아 만들어내었다. 시간이 흘러 후반으로 갈수록, '그들의 사랑의 향방'은 자신조차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저 감정에 내맡긴채로 흘러가는 사랑의 행동에 대한 책임도 각자가 떠안게 된다. 이혼, 동성애, 죽음, 전쟁, 9.11테러 등의 삶의 어두운 부분까지 영화는 안고가면서 좀 더 진중한 시선을 가지게된다.
그 안에서 그래도 영화의 초중반을 통통튀게하는 건 '뮤지컬노래'. 프랑스영화답게, '달콤하게 속삭이듯', 때로는 '샹송같은 부드러움'으로 들려주는 노래들은, 그야말로 귀를 간지럽히면서 달달하게 만들어준다. <비러브드>만이 전해줄 수있는 뮤지컬노래의 맛이라고 할까.
사랑의 감정을 따라,
사랑의 화살표를 따라 거쳐간
딸과 엄마의 45년간의 이야기.
영화는 파리, 프라하, 런던, 몬트리올의 공간을 넘어 1963년~2008년의 시간도 넘어, '사랑의 화살표'를 계속 돌린다. 엄마 '마들렌'은 아빠를 좋아했지만, 아빠는 다른여자와 사랑을 했고, 딸 '베라' 자신의 사랑의 화살표는 다른 두 남자와 함께 엇갈린다. 이렇게 '사랑의 짝대기'가 계속해서 어긋나면서, 감정도 감정이지만, 무엇보다도 그 화살표들의 올바른 쌍방향성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말미에 대사로 전해주는 질문 "당신은 '사랑받는 것'이 좋은가요, '사랑하는 것'이 좋은가요?" 사랑을 하는 쪽과 받는 쪽의 올바른 쌍방향이 이루어져야 덜 아픈 법. 물론 제각각의 대답이 나오겠지만, 극 중 인물들처럼 대부분은 자신이 '사랑하는 쪽'을 택하지않을까도 싶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본래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그에 대한 행동'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이렇게 <비러브드>는 돌고도는 사랑의 행방을 찾아, 똑 닮은 사랑의 운명을 타고난 '엄마와 딸'의 45년의 사랑이야기를 전해준다. 프랑스영화답게,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론 쉽게 받아들이지못할 것 같은 '사랑의 여러 관계'도 보여지고, 꽤 수위있는 노출과 베드씬도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가 결국 바라보고자했던 바는 '사랑의 본질에 관한 것'이었다. 다시금 묻고, 행동하고, 책임지고, 또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고. 정답은 없지만, 평생 공부해야하는게 아마도 '사랑'이라는 과목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