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 여느 때처럼 난동을 부린 어느 날 화젯거리로 도마에 오른다면 거리낌 없이 비난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차나스키는 미안하지만 그 정도의 사람이다. 여자를 욕구를 풀 대상으로만 보며 정착하지 못하는 호색한에, 매일이 주체할 수 없이 취하는 술꾼다. 부모의 장례식에도 경마장을 찾을 정도로 도박까지 좋아한다. 어쩌다보니 얻게 된 우체국의 일자리는 12년 가까이 용케도 유지하지만, 그 과정 역시 불평불만과 위기의 연속이었다. 차나스키는 분명 사회에서 선호하는 타입의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나스키를 무조건 비난하기에는 불편한 구석이 있다. 그가 지닌 어떤 가치관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거나 장려되는 방향이 아닐 수 있지만, 노동에 대해서만큼은 마땅히 존중 받아야 될 정도로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이고 비인간적인 우체국의 노동 체계에 그는 끝없이 불만을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체국에서의 그럴싸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불평등한 업무 분배와 비합리적인 성과 시스템을 묵인한다. 자신에게 닥치지 않은 일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폭언을 일삼는 상사를 용인한다. 하지만 차나스키는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부분에 직언을 일삼고 행동으로 저지른다.
그가 실수로 광고 우편물에 담뱃불을 옮겨 화재를 일으켰을 때에도, 사건 이후 우체국 곳곳에 생긴 금연 안내 표지판들을 보며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여겨버린다. 남의 눈치를 보며 바닥으로 기어 들지 않는 그에겐 사회에서 밉보였다는 죄책감 같은 건 없는 것이다.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에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말 그대로 노동하지 않고 즐기며 사는 삶을 희망하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동경하는 삶의 모습에 가깝다. 비난의 대상이어야 할 것 같은 그에게서 이상을 발견하게 될 때면, 그의 이야기를 읽는 나는 겉으로 포장된 것 안에 진짜 원하는 무언가를 숨기며 살고 있는 게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그 이후로 G.G.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사람 이름을 꺼내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 <착한 사람>을, 그 헌신적인 사람을, 동네 시장에서 보낸 전단지 정리하는 일이 그 사람 목에 칼을 꽂았다. 3달러 이상 구입하면 쿠폰과 함께 유명 상표 세탁비누 한 상자를 준다는 특별 판매 전단지 묶음이. (56~57쪽)
지난 두 번의 장례식 후에도 경마장에 왔다가 돈을 땄다. 장례식에는 뭔가 있다. 사물을 좀 더 똑똑히 보게 한다. 하루에 한 번씩 장례식이 있다면 부자가 될 텐데. (144쪽)
페이의 왼쪽 입가에 핏방울이 맺혀 있어서 젖은 수건을 가지고 와 닦아 주었다. 여자들은 고통받도록 태어난 존재였다. 그들이 사랑한다는 선언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19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