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날 보니까 완전 반갑지 ?! "
'바보같은 커플'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덤 앤 더머'라는 말의 출발점은 바로 1994년작 <덤 앤 더머>였습니다. '짐 캐리'가 코미디의 황제라는 입지를 완전히 굳히게 된 작품, 그리고 현재 미드 <뉴스룸>에서 냉철한 앵커 역을 연기하면서 올해 에미상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한 '제프 다니엘스'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만큼 반전 매력을 선사하는 이 작품은 엉망진창 대책없는 두 바보의 로드 무비이자 버디 무비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의 모토는 단순합니다. '뇌를 비워라, 그냥 웃고 즐겨라'라는 것이었죠. 바로 그 작품 <덤 앤 더머>의 후속편이 20년만에 돌아왔습니다.
20년만에 돌아온 속편, 어릴때 봤던 1편과 머리가 굵어지고 난 뒤에 보는 2편은
분명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영화였습니다.
< ▲ '해리'(제프 다니엘스)를 속이기 위해 20년간 환자 행세를 하고 있었던 '로이드'(짐 캐리)
이 놀라운 바보의 스케일이 다른 장난질 ! >
이렇게 오랜만에 속편이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물론 9년의 텀을 두고 있는 '비포 시리즈'와 같은 예외의 작품도 있지만 그 강렬하고 독특했던 <신시티>와 <300>의 경우엔 8~9년만에 돌아온 속편에서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었고 국내 작품의 경우에도 <친구 2>는 평단과 관객에게 쓴소리를 듣기도 했었죠. 때문에 무려 20년만에 제작되는 <덤 앤 더머 투> 역시 우려의 시선이 당연히 존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덤 앤 더머>의 경우엔 '코메디'라는 장르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기도 했구요. '개그 코드'라는 것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고 특히 20년전 어릴때 이 영화를 봤을때와 이제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분명 다른 느낌으로 볼 수 밖에 없기도 한 것이기 때문인데 그래서 그런 것인지 <덤 앤 더머> 1편을 봤을때 만큼의 큰 재미까지는 느낄 수가 없었던 <덤 앤 더머 투>였습니다.
'해리'를 속이기 위해 20년간 환자 행세를 하고 있었던 '로이드'
역시 장난부터 스케일이 다른 '덤 앤 더머'의 두번째 이야기는 1편과 닮았습니다
< ▲ '해리'의 딸을 찾아가는 두 바보의 여정, 전편과 이야기의 구조가 닮아있습니다 >
<덤 앤 더머 투>의 이야기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20년의 텀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궁금해지지만 영화의 선택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1편에서 아름다운 여인 '메리 샘소나이트'에게 푹 빠졌다가 그녀가 유부녀인걸 알고 상심했던 '로이드'(짐 캐리)가 그 충격으로 20년간 정신병원에 입원해있었던 것이죠. 아니 그런 '척'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유는 단 하나, '해리'(제프 다니엘스)에게 장난을 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그 장난의 스케일마저 상상을 초월하는 이 두 바보는 전편만큼 아니 전편보다 더 멍청해져서 돌아왔네요. 그리고 이번 <덤 앤 더머 투>의 이야기 역시 전편의 그것과 큰 틀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메리 샘소나이트'에게 가방을 전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났고 결국 그녀를 만나서 겪게 됐던 온갖 기상천외하고 웃긴 사건처럼 이번 작품 역시 '해리'의 딸 '페니'(레이첼 멜빈)를 찾아가는 과정과 그녀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이 있었던 것인데 이 속에서도 빛이 나는 것은 역시 명불허전 '짐 캐리'의 연기입니다.
그냥 표정 하나만으로도 웃기는 '짐 캐리'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
역시 '짐 캐리'의 코미디 연기는 명불허전이네요
< ▲ '짐 캐리'의 코미디는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
'진짜 저런 사람이 아닐까 ?' 라는 생각이 들만큼 보기에도 멍청해 보이던 '로이드', 특히 앞니가 조금 깨져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멍청하게 보이는 '로이드'라는 캐릭터는 짐 캐리가 아니라면 누가 그토록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그야말로 바보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말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로 웃기는 그의 내공은 여전히 빛이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는 '해리' 역시 <뉴스룸> 냉철한 앵커의 이미지는 벗어던지고 '로이드'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바보스러움을 보여주지만 역시 더욱 빛나는 것은 '로이드'였구요. 게다가 여기에 포함되는 화장실 유머, 지저분한 유머, 슬랩스틱 유머, 유치한 말장난 등등의 다양한 코메디와 개연성 같은걸 굳이 따질 필요가 없는 황당한 사건의 연속 등은 여전히 전편과 흡사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긴 하지만 전편만큼 많은 웃음을 안겨주진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개그 코드가 변했고, 또 그때에 비하면 철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그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던 영화 <덤 앤 더머 투>
< ▲ 비록 많이 웃으면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
하지만 오랜만에 어린 시절에 봤던 그 아날로그 개그를 다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다소 오두방정스럽고 다소 그들만의 야단법석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그런 것이 또 매력인 영화이기도 하구요. 어린시절에는 참 많이 웃었던 심형래씨의 '슬랩스틱 코메디'를 지금와서 다시 보면 그때만큼 웃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만들어주기도 한데 <덤 앤 더머 투> 역시 그런 느낌으로 보게 된 영화였던 것이죠. 때문에 비록 많이 웃으면서 보지는 못했다고 해도 좋은 느낌으로는 볼 수 있었던 영화 <덤 앤 더머 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