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엄청난 흥행몰이를 할 것 같은 분위기로 시작한 드라마가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다. 사상 최고가로 중국에 판권이 팔렸다는 기사를 봤다. 게다가 정지훈(비)과 크리스탈의 출연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아직 방송이 시작되지도 않은 드라마가 사상 최고액으로 중국에 수출되었다고 하니 어떤 드라마일지 궁금증이 일었다. 어떤 장르의 드라마인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보니 생소한 인물들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그거야 연기력이 뒷받침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듯 하다. 그에 반해 드라마의 내용은 어떠할지가 관건인데 초반 1~2회에는 전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내용을 암시하거나 임팩트있게 시청자의 눈을 빼앗아 가는데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다소 밋밋한 분위기의 내용에 그다지 흥미진진한 사건 사고도 나오지 않았다.
로맨스 드라마에 연예기획사의 이야기가 함께 곁들여져 흥미를 끌만한 소재이기는 했는데 드라마의 고저장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드라마는 사실 시종일관 잔잔한 호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런 드라마도 충분히 재미있고 일상의 소소함에 공감하며 시청할 수 있다. 이런 드라마들의 가장 최대 장점은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디테일마저도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연예기획사에서 그렇게 순간적으로 다른 탈퇴하고 즉시 연예기획사를 차릴 수 있는 아이돌과 작곡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연예계를 모르는 사람도 알 수 있을 것이라 보는데 그런 점은 그냥 밀어부친다. 주인공인 윤세나가 계속되는 우연으로 정지훈을 만나고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는것은 충분히 인정해도 말이다. 이런 내용전개가 무척이나 자주 일어나서 시청자로써 좀 짜증이 났다.
그래도 시청은 끝까지 했다. 딱히 대단할 것은 없어도 그냥 저냥 시청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본 사람은 대체적으로 지루하다는 평가를 하지 않았을까한다. 두 남녀의 주인공이 애절한 사랑을 하게 되는 과정과 헤어지는 과정도 그다지 큰 공감을 얻지 못했는데 이 부분은 연기력과 연관이 있을 듯 하다. 정지훈은 연기를 딱히 못한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탈과의 호흡은 서로 겉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외에도 출연한 엘과 김진우는 영 어색했다. 엘이야 그렇다쳐도 서재영으로 분한 김진우는 캐릭터 설정을 잘 못 한것인지 이도 저도 아닌 연기였다. 꼭 배우의 잘못보다는 제데로 공감가는 설정을 갖지 못하다보니 연기자가 버거워했는지도 모른다. 연기가 뛰어나면 상황 자체를 스스로 만들어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용에서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다. 워낙 신입급 배우들이 많이 나온 드라마라서 전체적으로 어색한 장면이 많이 나온 드라마다.
그나마, 조연 연기자들이 받쳐줄 수 있었는데 이마저도 그닥 적절한 배치를 못하다보니 밑에서 깔아주는 역할이 아쉬웠다. 그래서 그런지 뉴스로도 이 드라마는 무척이나 다양한 기사가 안 좋게 나왔다. 아이돌들이 연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아이돌만으로 배우를 구성하는 것은 조금 문제였지 않나 한다. 골고루 잘 섞어 시너지 효과를 냈어야 하는데 그 속사정이 있었겠지.
가장 아쉬운 것은 차예련이다. 오래도록 계속 참신한 이미지로 남아 있는데 여전히 조연만 하는게 안타깝다. 충분히 주연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조금씩 핀트가 안 맞나보다. 대체적으로 대박 드라마(영화)에 출연하지 못한 영향이 있는 것도 같고. 이 드라마에서는 가장 빛나 보였다. 하다보니, 이 드라마에 대해 안 좋게 흘렀지만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단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시청했다. 잔잔한 호수를 담담히 바라본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