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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화이트 타임’ 역시 담백한 묘사와 화려한 은유,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는 상상력 등 마고 래너건만의 매력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SF물부터 중세시대 왕이 등장하는 시대물과 요정이 나오는 판타지까지, 작가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화이트 타임에 실려 있는 10편의 단편을 통해 작가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한다. 표제작 ‘화이트 타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의 개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차원의 시간을 다룬다. 이 작품은 뒤죽박죽된 시간의 경계 속에서 주인공 ‘셔닐’의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한 새로운 생각과 의심, 불안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또 다른 단편 ‘말하고 키스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살이 찌는 이상한 세상의 이야기를 다뤘다.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을 숨기고 속에 쌓아 두면 살이 된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되짚어보게 한다. 다른 사람의 소원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소녀가 등장하는 ‘소원이 없는 소녀’에서는 사람들을 경멸하던 주인공이 아무런 욕망도 결핍도 없는 소년 ‘키노이’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밖에 네 요정의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한여름의 임무’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돋보이는 ‘웰컴 블루’,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강하게 묻어나는 ‘재산’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는 독특하고 낯선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내 보인다.
열 개의 짧지만 강력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고, 낯선 것은 익숙해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 사계절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