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를 볼 수는 없지만 김구라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의 초기 정체성은 김구라를 중심으로 구축됐다.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거친 예능은 김구라와 방송인생과 닮아있었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질문을 거침없이 해대는 '라디오스타'의 매력은 5분방송의 굴욕에도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김구라가 과거 위안부 발언에 책임을 지고 모든 방송활동을 접은 후 '라디오스타'는 새 인물을 영입하지 않았다. 김구라 미니 피규어가 자리를 지켰고 막내MC 규현이 김구라 빙의 모드를 선보이며 김구라의 빈자리를 틈틈이 언급했다.
방송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김구라가 11월 중순 케이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방송에 복귀했을 때 김구라의 지상파 복귀 1순위는 당연히 '라디오스타'였다. 김구라 측도 '라디오스타'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라디오스타' 제작진 역시 김구라가 하차한 후에도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 받아왔고 그의 '라디오스타' 복귀는 기정 사실화된 사항이었다.
하지만 MBC 김재철 사장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의견청취회에서 김구라의 복귀 불가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구라의 MBC 복귀불가 방침은 최근 있었던 예능본부 업무보고에서 일부 이사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김구라의 '라디오스타' 복귀는 당분간 어려워진 상황이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의 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MC들은 공공연히 김구라를 '셋째'라 부르며 그의 자리를 비워둔 상황이다. 프로그램 하차 후에도 김구라를 수차례 언급했지만 김구라가 방송활동을 재개한 후에 그 빈도가 높아졌다.
12월 26일 방송에서는 게스트들을 '셋째가 키운 인물' 김태원, '셋째의 워너비' 용감한형제, '셋째의 이상형' 김소현, '셋째의 심심풀이 땅콩' 김연우라고 소개했다. 김구라식 게스트 활용법을 정확히 분석한 소개였다.
윗선의 김구라 복귀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라디오스타' 제작진과 MC들은 김구라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라디오스타' 팀은 김구라가 언젠가 '라디오스타'로 당연히 돌아와야할 MC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MC들의 지속적인 '셋째' 언급은 훗날 김구라 복귀를 더욱 자연스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