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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조우영 기자] 가수들이 잇따른 사고에 멍들고 있다. 팬들에게 보다 훌륭한 무대를 선사하는 데 전념해야 할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조차 두려워지게 만드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소녀시대 태연은 공연 도중 무대에 난입한 한 극성 팬에게 손목을 잡혀 끌려 내려갈 뻔했다. 다행히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만큼 팬들의 비판이 들끓고 있다.
앞서 8일에는 가수 휘성도 한 방송국의 공개방송 무대에서 취객으로부터 `날라차기`를 당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시 현장에는 경호 요원이 거의 없었으며 이 남성은 한 차례도 아닌 두 차례나 무대에 난입했던 것으로 전해져 그 심각성을 더했다.
◇ 가수들 연이은 수난…`무대가 무서워`
가수가 팬으로부터 직접 위협을 당하는 일도 있지만 미비한 무대 설치 등으로 말미암아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2AM 조권은 한 행사 무대에서 추락해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 조권은 지나치게 어두운 조명 탓에 돌출 무대의 끝을 보지 못한 채 계속 걸어가다 추락했다.
나무자전거 강인봉도 최근 무대에서 이동하다 넘어져 심각한 중상을 입은 상태다. 그는 `ㄷ`자형 무대에 오르다 바닥이 어두운 탓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빈 공간으로 발을 헛디뎠다.
한 관계자는 "공연 현장 대부분이 어두운 데다 가수들은 앞을 보고 노래하기 때문에 무대 바닥을 잘 못 본다"며 "바닥이나 계단 등에 비상조명등을 다는 게 기본이다. 기본만 지켰어도 이러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댄스가수들은 무대 바닥의 매끄럽지 못한 이음새나 특수 효과로 사용된 비눗방울, 물 등이 남아 있어 안전에 위협을 받는 경우도 많다. 2PM 찬성은 텀블링 퍼포먼스를 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져 팬들을 놀라게 했고 소녀시대 티파니와 씨스타 보라 등은 각각 콘서트 현장에서 넘어져 깁스를 하기도 했다.
◇ 안전불감증에 공연 시장 열악…방지책은?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공연 주최 측이나 가요계 관계자들조차 이러한 일이 너무나 흔해서인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전불감증`이다.
휘성 측 관계자는 "가수들 역시 워낙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 그저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웃어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주최 측에서도 사후 조치에 대한 설명이나 재발 방지 약속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열악한 공연 시장도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많은 공연을 기획한 한 관계자는 "국내 공연 시장은 사전에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예산 확보가 안된다"며 "전문 경호팀과 안전한 무대세트를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되면 남는 수익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키위뮤직 이진영 이사는 "사전에 직접 공연 무대에 올라가 보면 눈에 보이는 위험 요소들이 정말 많다"며 "하지만 미리 가수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알려주고 주의를 주는 정도 밖에 해줄 수 있는게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적은 예산을 갖고 소요되는 경비를 최소화 할 수 밖에 없는 일부 공연 기획사들에게 가수들의 안전은 뒷전인 셈이다. 특히 공연 경험이 적은 단순 행사 대행사나 중소기획사일수록 안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지속성이 없는 일부 공연기획사들은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척박할 수밖에 없다"며 "자본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그들의 기술적인 한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이라는 게 단순히 음향 설비를 설치하고 진행하는 것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다"며 "가수들의 안전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최우선의 방침이 다시 한번 심사숙고되고 주최 측도 공연을 대행할 시 전문 집단에 맡기는 신중한 판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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