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SBS '나쁜남자'가 두번째 이야기상자를 열었다. 이 날 방송은 1초도 허비하지 않았던 정교한 인물들의 배치로 강한 흡입력을 선보였다.
특히 증오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처연함도 짙어졌던 건욱과 비뚤어짐에 드리워진 깊은 외로움을 담아낸 태성의 오묘한 공존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는 태라(오연수 분)와 모네(정소민 분)와의 아찔한 감정과는 사뭇 다른 서늘한 감흥을 선사했다.
2회 방송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태성은 건욱의 것이었을지도 모를 자리를 차지해왔지만 얼굴에는 냉소가 가득했다. 자신을 그림자처럼 취급하는 해신그룹에 대한 분노탓이었다.
그런 그를 옥죄어오는 건욱의 복수극은 그래서 더욱 처연했다. 홍태성이라는 이름 석자를 차지했다면 자신의 것이었을지도 모를 외로움을 목격함에도 결코 멈출 수 없는 질주를 시작했기 때문. 이에 계획된 수순대로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모네와 태라를 바라보는 건욱의 눈빛에는 득의의 찬 냉소와 채울 수 없는 결핍이 공존되어 있다.
하지만 티끌하나 없이 완벽했던 건욱의 시나리오는 재인(한가인 분)이 쏟아낸 커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복수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질주하던 건욱의 삶에 난 작은 틈이 생긴 것. 이에 이성으로 제어되지 않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균열을 일으키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될 건욱의 복수에 대해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이 날 방송에서 김남길은 화려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펼쳐보이며 건욱이라는 인물과 혼연일체되는 명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어린시절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던 건욱을 그려낸 김남길은 짓밟혀온 그의 과거를 찰나의 순간에 집약하는 매력적인 눈빛을 선보이며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신아인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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