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가정의 달 특집 4부작 '나는 별일 없이 산다‘가 26일 첫 전파를 탔다. 72세 말기암환자와 43세 억척녀의 사랑을 다룬 이 드라마는 무겁고, 어두운 얘기일 거라는 일반 시청자의 예측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주인공 신정일(신성일 분)은 7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영, 헬스, 골프로 제 몸을 관리하고, 아이크림을 구비해가지고 다니며 검버섯을 방지하는 유쾌한 세련남이다. 신정일과 사랑에 빠지게 될 여주인공 황세리(하희라 분)는 이혼경력 두 번에 딸을 먼저 보낸 억척녀였다.
세리와 정일의 첫만남은 다분히 계획된 만남이었다. 정일의 아들 병대(김인권 분)는 아버지 정일이 파출부 아줌마인 공여사(김창숙 분)와 연을 맺게 될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유산이 줄어들 거라 생각했다. 이에 단골횟집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세리에게 자기의 아버지를 꼬셔달라고 청한 것이었다.
두 남편에게 사기당하고, 딸까지 뺑소니로 잃은 세리는 마음은 걸리지만 자기도 사기한번 제대로 쳐 목돈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범상치 않은 여자 세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정일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획은 번번이 실패. 정일은 세리의 유혹에 결코 넘어가지 않았다. 끝이라 생각한 그 때 두 명의 불량배가 세리에게 다가갔다. 세리가 불량배에게 반항하고 있는 사이 그 길을 지나가고 있던 정일이 세리에게 달려왔다.
불량배 중 한명이 칼을 꺼내 위협하자 정일은 “이놈들아 나 말기암환자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너희들 손에 죽으나 매한가지야”라고 말하며 배를 내밀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세리가 “그래 나도 겁나는 거 없어. 나 이혼 두 번에 자식새끼도 앞 세워 죽인 재수 더럽게 없는 년이야”라며 산전수전 다 겪어서 죽고 싶어 환장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등장 덕에 목숨을 구한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 가 회포를 풀었다. 세리가 해맑게 웃으며 “말기암환자라는 거 그거 정말은 아니죠?”라고 묻자 정일도 “그쪽도 정말이요? 이혼 두 번에다가 자식 앞세웠다는 거”라고 물었다.
정일의 질문에 세리는 손을 저으며 “아이고 당연히 아니죠”라고 거짓말했다. 불량배사건으로 친해지게 된 두 사람은 다른 듯 비슷한 서로의 모습에 점점 끌려가고 있었다.
젠틀하고 원숙한 정일의 매력과 유쾌하고 솔직한 세리의 매력에 서로가 빠져들고 있었지만 ‘정일이 말기암환자’라는 사실과 ‘세리가 돈을 목적으로 접근한 여자’라는 사실은 서로 모르고 있기에 유머 속에 애잔함이 깃들어있었다.
한편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게시판에는 “재미있으면서도 너무 슬프네요” “신성일씨의 대사 하나 하나가 가벼운 듯 깊이가 있는 거 같아요” “통통튀는 캐릭터들이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신성일씨 하희라씨 연기 너무 잘해요”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김현지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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