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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길 디자이너, 옷으로 희망을 말하다

파리, 밀라노에 이어 아시아 최초 남성복 전문 패션쇼, 길옴므 무대 공개!

어디를 둘러봐도 기분 좋은 소식은 찾아볼 수 없다. 뉴스를 보기가 겁난다. 어렵고 속상한 이야기들이 세상을 메운다. 최근에 일어난 대지진과 기후변화는 사람들의 말을 잃게 하고 마음을 절망케 했다. 천재지변 앞에 펼쳐진 두려움과 슬픔이 시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불안, 초조, 어두움의 벽이 다가온다. 그러나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어두울수록 더 밝고 환하게 빛나는 빛을 보라. 조금 어둡고 불안하더라도 절망은 말아야 한다. 당신 바로 앞에 희망의 빛이 놓여있으므로.

‘맨즈패션위크 싱가포르 2011 Men’s Fashion Week 2011 Singapore(MFW 2011)’이 지난 3월 30일 개최됐다. MFW 2011은 파리, 밀라노 컬렉션에 이은 아시아 최초의 남성복 전문 패션쇼로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4월 1일에는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서은길 디자이너의 길옴므(G.I.L HOMME) 패션쇼를 만날 수 있었다. 서은길 디자이너는 주최측의 초청으로 참가했으며, 이번 패션쇼에서 2011 F/W 시즌의 옷 40 착장을 처음 공개했다.

이번 패션쇼는 ‘희망’을 콘셉트로 진행됐다. 서은길 디자이너는 지난 시즌 '적십자'를 콘셉트로 한 남성복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콘셉트 역시 옷에 휴머니즘을 담고자 하는 그의 뜻에서 나온 선택이다. 서은길 디자이너는 “옷에 인간애를 담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는 편이다. 최근 필요한 시대의 화두가 ‘희망’인 것 같다. 기후변화, 천재지변 등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을 당면했을 때 가장 필요한 마음일 것이다. 옷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제작했다”고 전했다.

패션쇼 무대에서 희망은 옷의 색과 너비로 표현됐다. 쇼 초반, 차분하고 어두운 색의 옷이 무대를 지배하지만, 음악의 템포가 빨라지면서 점점 선명하고 밝은 색의 옷들이 등장한다. 어두운 칼라에서 밝은 칼라로 급변하는 것이 아니라, 보색 대비가 확연한 옷들이 쇼 중간에 섞이면서 점점 선명해진다. 자연스럽게 보는이들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 받는다. 옷의 너비 또한 슬림한 사이즈에서 오버 사이즈로 점점 바뀌어간다. 서은길 디자이너는 쇼를 컬러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성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구현해내는데 성공했다.

옷은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 스타일을 선보였다. F/W 시즌이라는 점과 최근 패션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형태지만 겹겹이 서은길 디자이너만의 구성적 요소로 재해석 된 부분이 보인다. 니트, 모직, 패딩, 퍼 등에서 다양한 소재들이 조화롭게 믹스됐고, 강렬한 색의 옷들이 그레이쉬 톤과 매치되면서 세련됨이 유지됐다. 전체적으로 모던하면서도 활동성 강한 감성의 옷들이 다수를 이뤘다. 강렬한 색들이 이목을 집중시키면서도 튀지않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서은길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인간미와 네츄럴함이 이번 시즌 그의 옷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싱가포르 현지의 반응도 뜨거웠다. 쇼를 마친 뒤, 서은길 디자이너를 향한 현지 관계자들과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계속됐다. 특히 배용준, 소지섭, 김정훈, 2PM 등 싱가포르에서도 인기 있는 한류 스타들이 입는 옷으로 길옴므가 알려지면서 더욱 인기를 모았다. 서은길 디자이너는 ‘MFW 2011’을 마치고, 4월 말경 국내에서도 F/W 시즌 작품을 선보이는 개인 패션쇼를 가질 예정이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