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의 한복 문화 산책.7]
‘신라호텔사건’, 우리의 한복 현실 바라보는 계기 되어야
한복 산업 침체, 한국 복식 관련 전공 홀대 등
최근 핫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다. 한복을 즐겨 입는 한 한복디자이너가 신라호텔 뷔페식당 출입을 제지당한 것이다. 이 사건을 놓고 여론이 뜨거워졌다. 한복이 ‘추리닝과 비슷한 류로 취급을 당했다’, ‘한복이 위험한 옷이냐’, ‘기모노 입고 행사하는 것은 되고 한복은 안되냐’ 등등...... 누리꾼, 언론들의 다양한 의견과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것이 비단 신라호텔의 특정한 문제일까? 신라호텔에 뭇매를 때리기 전, 우리의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복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옷이었다. 명절이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다니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결혼을 한 새 신부는 녹의홍상(綠衣紅裳)을 곱게 차려입고, 일정기간을 지내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고, 어르신들은 외출복으로 계절별 색상별 한복을 여러 벌 마련해 놓고 입었다. 집집마다 자개로 장식된 한복 장롱은 어느 집이나 하나씩 다 갖추고 있었다.
자, 그렇다면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1월 둘째 주 월요일에 대대적으로 성인식을 치르며, 일본의 전통의상을 입는다. 이뿐이 아니다. 매년 11월 15일 ‘시찌꼬산(七五三)’이라는 행사가 있다. 아이의 성장을 축하하고 건강을 바라는 마음에서 치르는 행사로, 이날이 되면 3세와 5세가 되는 남자아이와 3세와 7세가 되는 여자아이들은 예쁜 옷을 입고 부모님과 함께 신사에 참배하러 간다. 신사의 신주님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오하라이(おはらい: 신에게 빌어서 죄나 부정을 없애는 의식)를 해준다. 또한 기모노 예쁘게 입기 대회까지 개최하며, 이 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일본의 기모노 시장도 저렴한 보편적인 상품부터 고가의 장인의 예술작품 수준의 것까지 구비되어 있으며, 기모노를 입고 당당하게 지하철이나 택시 등 공공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국가의 지원으로 전통 기모노 재현 및 복원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관광 상품화된 의복이 고정적인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아기의 돌잔치를 생각해보자.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새로 옷을 입히던 전통 한복은 그 의미가 무색해져가고 있다. 돌 복으로 전통 한복 맞춤보다는 퓨전한복 내지는 양복이나 드레스를 더 선호한다. 성인식행사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전통 통과의례 절차인 관례와 계례라는 풍습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결혼 예복으로써 한복도 대여나 중고로 사고파는 부류가 늘고 있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액막이로써 다홍치마도 그 의미가 실종되고 있다. 더군다나 전통 한복을 위한 재현 및 복원작업 및 새로운 시도, 창작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웨딩시장으로 국한돼 작디작아진 한복시장의 무리한 가격경쟁시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복원단생산 공장과 이에 따른 염색 및 가공공장 등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이뿐 인가? 사회적 분위기는 한복을 입고 거리를 나서는 것을 무척 부끄럽게 느끼고, 국가적 공식행사에서조차 한복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그나마 미스춘향 등 지방 미인대회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그마저도 한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하나의 작은 미인대회 행사로 전락해버렸다.
국가 예산에 진정으로 전통 한복 연구나 제작 사업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실제로 필자도 국가기관 산하 프로젝트 중 ‘한(韓)’ 문화를 관광 상품화하기 위한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사업들의 예산은 주로 디자인팀에 집중되고 있다.
각 대학의 의상관련학과에서도 한국복식 관련 과목은 폐지되고 있으며, 한국복식관련 교수가 정년퇴임을 하게 되면, 그 후임을 채용하지 않는다. 대신 몇 시간되지 않는 강좌를 시간강사로 채운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신라호텔 관계자들에게 돌을 던지는 바로 그들은 한복에 대해 얼마나 알고 얼마나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가 묻고 싶다. 한복을 한 벌이라도 가지고 있는가, 아니 입어본 적이 있는가? 한복을 제대로 입을 줄은 아는가?
현재의 한복산업이 왜 이렇게 침체되었을까? 왜 우리나라는 여전히 일반 서민이 구입하여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한복도 없고, 또 그렇다고 장인에 의한 최고품질의 작품성 한복도 존재하지 않는 걸까? 한복지 생산업체도 판매업체도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물론 생산자와 판매업자의 자구적 노력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우리 모두의 책임이 더 크다.
인간문화재의 작품을 누가 인정해주고 구매해주고 있는가 생각해보자. 우리는 모두 ‘당신은 인간문화재이니까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국가적 지원이 있을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과연 당장 먹고살 걱정을 하지 않으며 편안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왜 이수자들이 많이 생겨나지 않을까? 인간문화재들이 왜 일거리를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을까? 한복원단생산과 봉제 기술자들이 왜 고령화되며 그 숫자 또한 줄어들고 있을까? 업체들은 왜 더 이상의 개발기술 투자를 하지 않고 있을까? 대기업들은 왜 한국문화관련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까?
특정 브랜드 마크가 새겨진 실크스카프 한 장을 150만 원에 살망정, 1:1 맞춤으로 제작된 실크 한복 1벌에 50만 원 정도의 투자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가 반성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글/사진_한복나라 남가람 총괄이사 윤지원
(한국복식전공 이학박사/드라마짝패 의상제작협찬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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