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입니다.
지금까지 연애사는 젬벵입니다.
늘 먼저 좋아하고 혼자 끝나고 고백도 못하고 그랬지요.
그 사이 저를 좋아해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사람들이 남자로 보이지 않아 늘 만남을 회피했었습니다.
그러다가정말 사랑하게 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 눈에 반했다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운명이 있다라면 이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주변에서도 대끔 그 사람과 제가 잠시 함께 있는 걸 보고는
"네게는 저런 사람과 만나야 한다"
라고 해서 제 속을 들킨 것 같아 깜짝 놀랐습니다.
그 사람도 제게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제 30대 후반이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은 사람이 아니라
저와 연애를 함으로서 잃어야 할 것이 많은 그 사람은
결코 저와 연애할 마음도 결혼할 마음도 없습니다.
저 보다 자신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겠지요.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고
서로 눈만 보고 있어도 알고 서로 한 마디를 해도 같은 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 사람은 저를 위해 자신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 사람은 홀로 지금 그대로 자신이 만들어놓은 상황 안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저를 잡고 싶지만 본인의 자신감이 결여 되어 놓겠다라는 사람을 억지로 제가 잡아도
서로 불행할 뿐이고.. 그 사람도 저도 이를 잘 알기에 잘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 합니다.
서로 전화번호도 지우고 피하고 그래도 또 마주치고 잠시 손가락이 닿아도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은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다가도 정말 필요하게 되면, 가정적인 문제나 직장 문제나 사람 문제로
정말 너무나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1년에 서너번 있는
그런 날에는 서로를 찾습니다. 그리고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농담 같이 한 두마디를 주고 받고
유쾌하게 웃고 나면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외적으로 매력적인 건 아니지만( 윗 사람도 외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전혀 아닙니다)
최고의 학벌에 최고의 직업에 온유하고 부드럽고..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사람 저를 너무 너무 너무 좋아해주고 사랑해주고
제게 하는 작은 행동, 아주 미약한 배려에도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요리를 하고, 동물을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고
세상에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 생각하는
동글 동글한 참으로 보기 드문 사람입니다.
상처 없이 평탄한 삶을 사랑 받는 가정 안에서 커 왔고
이 분의 부모님과 가정도 너무나도 조용하고 부드럽습니다.
거기에 이 사람은 제가 가진 것 저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을
차근 차근 보며 거기에서 매력을 발견합니다.
그 동안 그냥 찔러보고 아니면 그만, 또는 만나지 않겠다라는 것에 오기를 품고
니가 꺽이는지 안 꺽이는지 보겠다라는 식의 남자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자신을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 들어내며 관심을 표현하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그 겁없고 솔직한 모습에 감동을 했고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이 사람은 서로간에 나이도 있고 하니 결혼을 목적입니다.
그 것도 결혼을 하면 제가 양육과 가정에 신경을 쓰며 제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 사람과 손을 잡았는데, 싫었습니다.
그 사람이 존경스럽고 인간적으로 아름답고
내면의 매력에 '세상에 이런 사람 다신 없다'
싶은데....전 이 사람을 남자로 보이지 않습니다.
좌절 했습니다.
가만히 이 같은 이야기를 결혼한 선배에게 털어 놓으니
무조건 두 번째 남자를 잡으라고 했습니다.
의무적으로라도 정기적으로 만나보라고, 여자는 정들면 남편으로 보이는 거라고..
그렇지만 제 안에 그 사람을 남자로 전혀 이식하지 못한다라는 걸 알고나니
만나도 저도 모르게 차갑게 굴고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거기에 남자는 저를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유리병 처럼 대합니다.
마음이라면 첫 번째 사람에게 달려가서 욕을 해주고 싶습니다.
남자가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느냐고, 나를 잡지 왜 다른 걸 계산하면서
놓치려고 하느냐고... 그리고 함께 살고 싶습니다. 가난하든 불행하든..
하지만 저 하나 사랑을 껵고 눈을 감으면
두 번째 사람과 조용하고 평탄하게 부모님도 그 사람도 기쁘게 하며 살 수 있겠지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결국 선택을 해야하는 것은 저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