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이 넘은 싱글입니다.
남들은 저보고 눈이 높아 시집을 못갔다고들 하는데...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도 아닙니다.
선은 정말 백번도 넘게 본것 같습니다.
만나는 남자들마다 왜들 그리 이상한지...
첫약속하고서 10분 남겨놓고 못나온다고 달랑 문자보내는 사람부터
딱 한번 봤는데 그 담날 술에 만취해서 혀꼬부라진 소리로 전화하는 남자..
첫만남에서 내가 먹던 아이스림에 자기 먹던 커피 숟가락 담그는 남자..
딱지를 놨더니 왜 자기가 싫은거야고 밤마다 전화해서 따지는 남자.
이젠 나이가 들어 이혼남이라도 만나면 첫만남에 전처욕설을 해대는 남자...
그런데도 저희 엄마는 이런사람 저런사람있는 거라며 오히려 저를 나무라십니다.
아뭏든 정말 어렵게 아이둘 있는 이혼남을 만났는데...
그에겐 이상한 점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콩깍지가 쓰인 것인지...
그렇게 거의 1년을 만났는데...이상한건 그는 저에게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습니다.
저의 가족, 제의 회사일, 제가 아플 때 조차도....
섭섭할 때가 많았지만 무뚝뚝해서 그런거라고 삭일수 밖에 없었고, 적어도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연락이 너무 없어서...제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서로간에 생각이 좀 다른 거 같아요'
어제 그에게 문자가 왔는데....
자기는 아이들 대학까지 마칠려면 10년을 있어야 하고 부모님도 모셔야 하므로 전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자기에겐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던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결혼할 생각도 없으면서 그동안 저를 만났다는 생각에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제 인생에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입니다...
저는 따질수도 그에게 화를 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가 제게 한 얘기는 거짓말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나 부모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이유가 될수는 없었을테니까요...
그동안 저혼자서만 그를 사랑해왔던 거지요.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아 부담없는 상대로라도 만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마도 그것은 헤어짐 만큼이나 외로울 것입니다.
조금 전 그에게 마지막 인사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받은 문자를 모두 지우고...
저의 우울증은 다시 고개를 들 것이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낼 것입니다.
이곳의 사연들을 읽다 보니 저보다 훨씬 힘드신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그분들껜 죄송하지만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제 주변엔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이 너무도 많은데....
아마도 저에겐 그 행복이 허락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사람의 건강을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