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바지
텐트를 쳐 놓은 듯
바람이 불어도 넘어지지 않을 듯
만지면 구멍이 날 것 같은
남자 바지 사이의 욕망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 여자다워 보이고
남자는 바지를 입어야 남자다워 보인다
아니, 그래야만 남자인줄 알 수가 있다
미칠 듯 쏟아나는 그 열정의 에너지도
무릎 위로 치솟는 스커트 입은 여자가 지나가면
남자 바지 사이의 욕망은 파도친다
바지 입은 모습이어서 남자다워 보이고
바지 입은 모습이어서 정열적으로 보이는
바지를 입었기에 남자를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여자의 열정
바지를 입어서 눈길이 모아지는
오늘도 단단하게 묶어 놓은 텐트처럼 솟아오른
남자의 바지에
여자는
가슴 설레며 시선을 고정 시킨다
여자치마
남자라는 족속은 벌써 그곳에
범상하지 않은 것이 있음을 한다
어두움이 쳐진 장막에
무언가 손짓하고 있음을 안다
그 어두움의 골짜기에 달빛이 있고
회오리바람이 요동치는 신비로운 동네에
대리석으로 받쳐진 두 기둥의 성지에
누군가 신성을 숭배하며
살고 있다고 본다
그 밝혀지지 않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흥망성쇠의 비밀이 궁금하여
동굴을 끊임없이 뱅뱅 도는
남자는 순례자들이며 신들의 후예이다
그래서 그들은 제자가 되려하고
후계자가 되려고 애 쓴다
어두움의 장막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오색비취五色翡翠를 숨겨 놓은
“문 열려라, 뚝딱”하는 동굴이 있는지도 모른다
무성하게 자란 수풀이 있고
생물들이 살아 있는 그 곳
한번 들어가면 살아 돌아 올수 없는
허무의 동굴!
무한히 뻗어 나오는 힘의 근원이 있음을 알기에
남자는 항상 그곳에 눈길을 두고 있다
-글/하운 김남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