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동안의 말로 다 할 수 없었던 기쁨, 그리고 엄마가 된다는 기대감과 우리 부부에게 찾아와 착상해 자라고 있는 아이에 대한 소중함을 만끽하고 있던 결혼 13년 만에 처음 임신한, 41살에 첫 임신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 감동과 떨림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또 난임병원에 일주일 단위로 다니며 혹시 아이가 어떻게 되면 어쩌나 맘 졸이며 매일 프로게스테론을 질정을 넣고 잘 자라주기를 바라며 잠들던 나날들의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약물배출로 아이를 그저께 보내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잘 진정이 되지를 않고 꿈에서 깨우난 듯이 몽롱하고 이 큰일에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리가 되지 않는 와중입니다. 글이 두서 없을수도 있겠지만 저와 같은 일을 지금 겪는 분들이나 겪고 슬퍼하실 분들이나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계실 분들을 위해서 저의 경험을 나눕니다. 

* 난임병원에서 아이가 심장이 뛰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구요. 병원에서도 사실 진정이 되질 않았습니다. 다른 초음파를 잘 본다는 산부인과에 가서 계류유산이라는 통보 받았는다는 말 없이 초음파 보고 그 선생님의 입으로 다시 한 번 확정 받았을 때 받아들여야 겠구나 생각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 난임병원에서 서울 성*모병원에서 약물 배출을 하고 그것이 소파 수술을 하는 것보다 자궁 내막의 손상없이 이 임신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다고 연결을 해 주셔서 판정을 받고 가장 빠르게 예약을 잡을 수 있었던 금요일에 박*영 선생님 만나고 토요일에 입원 일요일에 퇴원하였습니다. 약물 넣고 3-4시간 안에 큰 덩어리가 나왔고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생리통 같은 고통과 함께 아기집 배출 그리고 아침에 자궁수축 주사 2대 더 맞고 계속해서 출혈을 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안에 나오지 못한 피를 약간 긁어냈는데 그게 많이 아팠고 소파수술은 아닌가, 자궁에 손상 안 가게 약물배출하는건데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담당 선생님이 같은 처리(드레싱)을 해 주시며 소파수술과는 다른 거라하셔서 안심했습니다. 퇴원 무사히 하였고 아기집 배출 한 뒤에는 그리 큰 고통은 없었고 아파도 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바로 처치 가능해서 심정으로 안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 아이가 떠난 것이 내가 잘 못해서 그런건 아닌가 하는 자책에 많이 괴로웠습니다. 많은 글들을 통해서 계류유산은 내 잘못이 아닌 이미 유전자에 문제가 있으면 아이가 자라지 않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에 차라리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도 저희에게도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애가 있어도 태어났다면 당연히 사랑으로 길렀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게 되어 있다는 것이 어쩌면 자연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맘이 편해졌습니다. 

* 남편은 많은 격려의 말을 해 주었지만 솔직히 제가 겪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억울한 감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화도 많이 났구요.하지만 남자들의 경우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여자만큼 느끼지만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압력이 더 있어서 그렇게 행동한다고 하네요. 안 그런척 하면서 속으로 많이 속상할 그 사람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이 일을 같이 겪고 있고 서로 격려해야겠다고 마음 먹기까지 꼬박 하루의 눈물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어제는 남편에게 시험관 2번을 겪고 유산한 내 마음을 그 사람이 어떻게 헤아리겠나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거든요. 하지만 같은 상황에 있는 남편이 안에서는 나와같이 슬픔을 겪는다는 사실이 안쓰럽고 잘해줘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일어난 일에 슬퍼하기 보다 첫 임신을 통해 얻은 것을 기억해 보기로 했습니다. 착상이 가능하구나. 아이가 올 수 있는 몸이구나를 알게 된 것에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아예 착상된 적도 없었으니까요. 2달간 경험했던 희망과 사랑을 그리고 너무 소중해서 잃기 싫어서 걱정했던 날들을 추억으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다시 찾아올 다음 생명을 위해 몸이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요. 

* 약물배출로 하면 몸의 회복이 빠르다고 합니다. 혹 소파수술을 권유받으셨으면 남편과 함께 좀 힘들고 아프지만 자궁에 손상이 없는 약물배출을 고려해 보셨으면 합니다. 소파수술 하지 않은 것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지금 이 순간 어느 여정에 있으시더라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큰 그림에서 보면 지나갈 일들일 수도 있고 그 힘들고 설레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소중한 삶의 선물이니까요. 저는 잠시나마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예측할 수 없지만 나아가는 것이 인생의 본질인데 너무 안전하고 좋은 것만 바라고 원하는 것이 일어났을 때 심하게 실망하는 저를 보면서 아직도 사는 것을 배우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면서 몸에 좋은 미역국이랑 다른 것을 챙겨먹었습니다. 몸도 다시 만들고 다시 올 아이를 기다릴 계획을 세우고 남편과도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 할려고 합니다. 그 동안 저의 눈물과 투정을 같이 해 준 그 사람에게 내가 다시 힘 내고 있다고 말해주려구요. 

* 내년엔 태어난 아이를 보며 지난 해에 이런 아픔을 겪었고 지금 내 아이가 여기 있구나 감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