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이바를 등지고 향한곳은 신주쿠. 이곳에서 초밥을 먹기 위함이다. 초밥을 먹기 위해 굳이 신주쿠로 향한것은 그곳에서 초밥집을 봤기 때문이지 신주쿠 어디 초밥 집이 맛있다더라 뭐 그런건 아니다. 처음에는 100엔 집을 갈까 했는데, (신주쿠에서 두군데 발견) 지난번 시부야에서 처럼 '규칙' 이 있을지도 몰라 일반 초밥집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ㄱ 님과 다니면서 부터 스캉의 규칙 하나가 깨져 있었다. 바로 밥은 제 시간에 먹는다!. 점심은 1시를 넘기지 말며, 저녁은 7시를 넘기지 말자. 이게 보통 스캉이 밥 먹는 시간 되겠다. 그런데 이날 초밥집에 도착한 시간은, 무려 9시. 점심도 3시가 넘어서야 먹었고, 저녁은 9시가 넘어서야 먹게 됐다. 우리가 저녁 먹을 곳으로 택한곳은, 신주쿠 요도바시 카메라 근처에 있는 회전초밥집.
늦은 시간이다 보니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사람이 없다보니 계속해서 초밥을 만들어 올리는게 아니고, 주문을 해야 초밥을 만들어 준다. 우리 앞을 계속 돌고 있는 넘들은 말그대로 팔고 남은 넘들. 계속 같은 넘들만 앞에서 왔다갔다 할뿐 새로운 넘들은 더이상 나타나 주지 않았다. 소심한 4명이 모여 앉아 (그중에 그래도 ㄱ 님이 좀 덜 소심하시다) 일단 팔다 남은 넘들을 먹어줬는데, 그러다 사고가 발생!
아, 그전에 잠깐 일행을 소개하자면, 한국에서 슝 날라오신 분들이 ㄱ님과, ㅆ님,ㅅ님 이렇게 3분이다. ㄱ님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분이고, ㅆ님은 그냥 이름만 알고 있다 정도, ㅅ님도 뭐 친한 사이는 아니고 걍 블로그 왔다갔다 하는 정도인 얼굴 한두번 여차저차해서 봤었던 사람들이다. 이렇게 스캉 포함 총 4명이 들어가 자리를 잡아서, 팔다 남은 넘들 해치우는 과정에서 굴욕사건이 발생한다.
그 처음은 ㅅ님(ㅅ님도 스캉과 마찬가지로 밥 시간은 지키려는 바람직한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있는 분이다.). 9시가 넘은 시간이니 당연 배가 고팠을것이고, 지가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냐는 식으로 초밥 한 접시를 겁! 도 없이 드셨다. 옆에서 보고 있던 스캉
"어 그거 1,200엔 짜린데!!?"
순간 당황한 ㅅ님. 다시 살포시 접시를 올려 놓으셨다.
"다시 올려놓으면 어떡해요. 예의가 어쩌구저쩌구#$%$#%$"
덕분에 스캉과 ㄱ님의 장난스런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 초밥집 제일 비싼게 1,400엔 이나 하는 무시무시한 초밥 집이라 스캉같은 서민에게는 좀 부담이 되는 곳이다.
식당에서 준 메뉴판에 친절하게도 한글이 표기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문을 해서 먹는건 익숙치않았고 또 늘 초밥을 먹으면서도 이게 뭐고 저게 뭔지 그런거 모르고 그냥 모양만 보고 먹었던지라, 대체 뭘 먹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그나마 아는거 몇가지 시켜 먹고 나니 시킬게 없었는데, 마침 눈앞에 팔다 남은 음식중 400엔 짜리가 계속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400엔? 그래! 400엔 짜리 맛이나 함 보자. !'
하고 스캉 접시를 집어 들었는데, 헉! 400엔 짜리가 아니고 1,400엔 짜리인것이다. 배고파서 갑자기 색맹이 된것인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에서 스쳐 지나간다.
'1,400엔 이면 대충 12,000원 정도. 초밥 하나에 12,000원을 주고 먹을 만큼 스캉의 입은 고급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걸 다시 올려놔? 아~ 방금전 ㅅ님한테 장난이긴 했어도 다시 올려놨다고 핀잔 줄때는 언제고? 그래도, 12,000원 좀 부담 스럽다. 아흐..X팔리지만, 할 수 없다.'
스캉 정말 정말 창피한 마음으로 살포시 접시를 다시 올려 놓았는데, 뒤에서 보던 종업원이 와서 한마디 건넨다.
" 이거! 다시 올려 놓으면 안되요!" (영어로 말하더라!)
아마 속으로 그랬겠지? 아까는 첨이니깐 봐 줬는데, 이것들이 또 저러네 하고?
괜히 한국 사람 욕 먹이는거 같고 아 정말 쥐구멍 찾고 싶었는데, 나도 안다고요. 올려 놓으면 안되는거. 하지만! 스캉 입이 그렇게 고급이 아니거든요. 눈 딱감고 그냥 먹었어야 했을까?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이날 일은 가끔씩 술 안주로 등장할 웃지못할 얘기가 돼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