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가로운 오후를 즐긴다
은각사를 빠져나오면서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다
'아... 난 여행중이었지....'
철학의 길을 지나 텐노초역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한낮의 따뜻한 햇볕에 마음을 기댄다
인천공항에서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뒤를 쫒느라 여유롭게 둘러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이렇게 불쑥 고개를 든다
그나마 오늘이 지나기 전에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아본다
이제는 조금 반갑기까지 한 100번 버스를 타고 고조자카역, 자완자카를 지나 청수사정류장에 도착한다
사개월 남짓 만에 다시 찾은 거리라서 그런지... 익숙한 골목. 골목들이 마중을 나온다
산넨자카를 지나 닌넨자카에 들어선다
잘 다듬어진 돌바닥들은 가끔씩 숨박꼭질을 하듯 불쑥 튀어나와 발걸음에 훼방을 놓기도 한다
여전히 거리는 사람들로 분주하고 덩달아 내 마음도 바빠진다
'아... 난 지금 여행중이지....'
다시한번 스쳐지나는 거리의 풍경들을 느리게 만들어 본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색들이 사원안으로 끌어들인다
셔터를 눌러도 괜찮은건지 판단이 서기도 전에 지지리 말도 안듣는 두번째 손가락은 이미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나마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않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니 조금은 기특하기도 하다
오늘 호텔에 들어가면 교육을 시킬 생각이지만... 말을 들을지는...^^
조용히 사원을 빠져나오며 얕은 오르막길을 꿈틀대며 올라가 본다
이제는 익숙해질때도 되었을텐데
다른 땅에서 듣는 한국말은 여전히 고개돌려 돌아보게 만든다
인력거 아저씨 눈치가 좋은건지 뭐라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포즈를 잡고 손으로 부른다
하긴 카메라들고 웃으며 다가오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면 그것도 그럴테지만...
아마도 속마음은 '사진 찍어줄테니 인력거 한번 타줘~'라고 수없이 외칠것이다
하지만
아저씨 꿈도 꾸지 마세요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인증샷으로 평생 기록되는 것으로 만족하시는게 좋을듯 싶네요 ㅎ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상점들이 니넨자카 골목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곳에서 넘어지면 2년밖에 살지못한다는 전설이 있다
이길과 이어진 산넨자카에서 넘어지면 3년밖에 못산다고 한다
'도대체 이런 말도 안되는 전설이 다있냐?' 라고 비웃음을 보낸다
'정말 전설처럼 그런다면 이길위에서 넘어진 사람들은 무슨일이 있어도 최소한 2~3년은 보장된 삶을 사는 거냐!'
비웃음과 불신으로 가득한 내 머리와는 상관없이
난........이번 여행중에 가장 느리게 걷고 있었다.........물론 땅을 보면서...........
찰칵 소리가 들린다
다정해 보이는 일본인 커플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조금더 뒤로 가라고 손짓도 한다
아저씨 조심하세요
뒷걸음질하기 참 부담스러운 길이랍니다~
별별생각을 다하며 니넨자카 거리를 지나 산주산겐도 사원으로 향한다
난 이 길을 완전히 빠져나갈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2010 니넨자카에서 죽기살기로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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