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다보면 사람이 참으로 이중적이 될 수 밖에 없는걸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었지만 아직은 내겐 너무 먼 길이라 열망만 하다가
어느 날 제주 올레에 관한 정보를 접하는 순간 아 그래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어찌어찌 기회만 엿보다가 드디어 결행을 하기로 했다.
마일리지를 핑계삼아 성수기인 7월이 오기전에 그곳으로 가야한다고 주변 사람들을 세뇌시키면서
허나 정보의 바다에서 넘쳐나는 올레에 관한 모든 것을 다 섭렵하기는 내게 너무 벅찬 일...
그리하여 쿨하게 내 방식대로 실천하기로 했다.
그래 일단 첫 숙소에 대한 정보만 갖고 모든 것은 현장에서 해결하자.
허나 막상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동회선 버스를 타고 보니 약간의 두려움이 밀려왔다.
제주는 이번이 세번째..
헌데 예전엔 제주사투리는 내겐 너무 어려운 말들이라 반은 알아듣고 반은 그저 눈치로 적당히...
그나저나 숙소 예약도 하질않고 달랑 전화번호만 들고 찾아가는 상황이라... 약간 긴장된다.
다행히 버스 기사 아저씨는 거의 표준말을 구사하는 편이라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이었다.
물론 중년의 아줌마가 왜 혼자 왔을까 호기심어린 표정을 피해갈 수는 없지만..
제주가 아무리 넓다해도 섬일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성산까지 1시간 30여분이 걸렸다.
행여 내가 내리는 곳을 놓칠까봐 노심초사하며 졸리는 눈을 비비면서 안내방송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드디어 온평초등학교 앞... 아 왔노라! 보았노라! 내렸노라!!
정보에 의하면 내가 가고자 하는 둥지황토마을은 이곳에서 걸어서 10여분을 가야한다는데..
갈림길에서 잘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그곳에 묵던 올레꾼 둘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전화를 하면 픽업 나오실꺼라 친절히 알려준다..
그래 모든 것은 이렇게 하나씩 해결될꺼야..
왠지 이번 올레 무지무지 행복한 올레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