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청산도 둘러보기

당췌 지도 안보고 산지가 오래되서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못하고..

집에 돌아와서 뒤늦게 지도 펼쳐들고 보니 거기가 여긴가벼...하며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시늉만 하고 있는 중...

에혀 ㅜ.ㅜ

"범바위는 걸어가기엔 쩜 힘들어요, 차가 있으면 좋죠.."

했던 안내소 직원 말을 떠올리며 차를 타고 찾아가기로 했다.

범바위 찾아 참 많이 길을 헤맸는데, 내비 믿고 따라 움직이면서 생긴 시행착오 중 하나.

왔던 길 돌아 다시 가는 일이 다반사, 그럴 때 제일 믿을 만 한 건 현지 주민에게 길 물어보기다.

길 가던 할머니에게 "할머니, 범바위 어느 길로 가나요?"

"범바위는 저짝 길로 가다가 @@@@@..샛길이 나오면..@@@"

듣다보니 놓치고 지나온 그길이 맞다.

"근데 여그서 이짝으로 쪼매만 가면 해수욕장이 나오는디, 거그 꼭 들렀다 가쇼~~잉, 거그 참 좋응께~~"

범바위 물었는데, 해수욕장 꼭 들렀다 가라시는 할머니..

그래서 갔다, 그 해수욕장으로...

입구 쪽에 피서객 텐트가 몇 동 보이고..저 멀리 바닷가가 어렴풋이 보였다.

뒤늦게 안내지도에 보니 여기가 1박 2일을 촬영한 신흥리 해수욕장.

수심이 완만하고 썰물이면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2Km나 드러난다니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 같다.

경치는 좋구만, 저기까지 가서 바닷물에 두발 담그고 오기엔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으므로..

놀다 지쳐 밥 먹고 저기까지 뛰어가면 소화 다 되겠다고..잠시 농담한 뒤 범바위 찾아 Go~~~

저 바위를 지척에 두고 길이 끊겨 되돌아 나온 뒤,

 다시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돌아 올라가면 주차장이 있고 여기서부턴 걸어가야 한다.

저게 범바위 인가부다...생각하고 힘내서 올랐다.

에궁..더운 날 땀내며 계단오르기..

내려다보니 되돌아갔던 길이 저만치 보이고..

왠지.. 정상에 다 온 듯한 뿌듯함이 밀려들었다.

제법 큰 바위 둘레를 돌아보는데...

저 아래 쪽으로 사람들이 모여있고 전망대가 있넴..?

저기도 가보자...내려갔더니, 찾아 헤맨 범바위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 작은 돌 언덕이 범바위라네..

왜 범바위라는 유래가 생겼는지 궁금증을 풀어주는 안내편이 바로 옆에 있고,

딱 때를 맟춰 남편과 통화하던 친구, 남편의 자세한 설명을 전해준다.

이 바위에 철 성분이 많아서 나침반을 가져다대면 방향을  잃어버리고,

유독 이 바위 주변에 안개가 많이 생겨서 오래 전부터 여기서 배들이 바위에 부딪혀 많이 침몰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가 전해져 온다는 친절한 설명.

WOW~~~ 어쩜 그렇게 때 맞춰서 설명을 전해주시는지..갑자기 눈이 반짝해지면서 "멋지구리~" 존경심이 생겨난 순간. ㅎ

더불어 청산도에 대한 안내까지...꼼꼼하게 읽고 돌아서니

거짓말처럼 뿌연 안개로 뒤덮였다.

더위가 싹 가시는 시원한 바람과 차가운 안개에 휩싸인 범바위.

전설이 맞나벼...

내려다보니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길이 산 너머로 끝없이 이어져 있는데..

우리가 다 못 가본 길들은 다음에 다시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남기며 내려왔다.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 정말 알차게 길 따라 가보기..

국화리를 지날 때쯤, 길가에 길게 늘어선 오래된 단풍나무들이 정말 좋아보였고,

지리 청송 해수욕장에 들렀을 때 순천에서 왔다는 관광객 아주머니는 여기보다 완도 명사십리가 더 좋다고 했다.

사실, 해수욕장을 찾는다면 완도나 다른 곳에 더 좋은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트레킹을 안 하고 바닷가만 찾아왔던 중노년의 부부는

"청산도, 1박 2일에도 나왔다는데 그섬 별로였어."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느긋하게 걸으면서 발견한 평화로운 풍경과 이름처럼 파란 빛을 품고 있는 이 섬이 참 좋았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진산리 해수욕장.

태종대같은 자갈돌 해변가에서 누군가 해수욕을 하고 있었는데..정말 시원해 보였다.

(참고로, 진산리 해수욕장과 신흥리 해수욕장에서는 멋진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진산리에서 다시 도청항으로 되돌아가 배 시간 40분을 남겨두고 식당에서 매운탕을 먹었다.

하루 중 처음으로 밥을 먹었는데, 그 밥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매운탕에 들어있는 도미를 가리키며,

아들이 낚시로 잡아온 도미라며 식당 주인 아줌니 강조하신다.

굳이 말을 안 해도 맛으로 알 수 있는,

 갓 잡은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도미 매운탕을 먹고 나니 하루 피로가 싸악 가시는 듯했다.

배부르게 먹고, 5시 40분 배를 타고 섬을 떠나왔다.

청산도를 제대로 다 보려면 적어도 1박 2일은 필요할 듯했다.

길따라 다 걸어보고, 좀 쉬기도 하면서 섬을 다 둘러볼 생각이라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출발하는 게 좋을 듯함: 오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