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배 시간을 확인했어야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함께 가고, 아님 혼자 갈거라고 전날 밤 일행에게 공지했지만.. 혼자 가면 의리없는거지. ㅎ
그런데 6시에 일어나 대충 짐 꾸린 후 다같이 급하게 길을 나선 후에야 첫 배 시간이 7시 20분이란 걸 알았다.
바~~보~~~ (ㅡ.ㅡ)
해남에서 완도 여객터미날까지 빗속에 무슨 정신으로 차를 달렸는지도 기억에 없을정도로 쌩~하고 날아갔건만..
도착하니 7시 25분, 바로 눈 앞에서 배가 막 떠나가고 있었다. 헐~~~@@
우째..일단 터미날 맞은 편 완도타워가 있는 공원에 올라가 간단하게 체조하고..일단 아침밥 먹자~~^^
편의점에 들어간 아줌마들, 컵라면 사먹고 커피도 마시는 둥..한번도 안해 본 일들을 하면서 재미났다.
빵가게에서 빵도 사고.. 다음 배 시간인 9시까지 기다리기.
근데 왠걸..9시 전에 터미날에 갔더니 우리 차를 배에 안 실어주시겠단다.다시 헐~~~~@@
둘러보니 이미 배를 타려는 차들이 긴 줄을 서 있었다.
ㅠ.ㅠ 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차라도 줄 세워 놓는건데...다시 바.보...
결국 9시 20분 배 타고 청산도로 출발~~~~!!
가랑비 내리는 완도 여객 터미널. 바로 맞은 편에 완도타워가 멋지게 서 있는 공원이 있다.
해남에 오고 첨으로 내린 비, 흐린 날씨에 물 안개가 선명한 완도 앞바다가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배는 뜨겠쟈? ㅎ
청산도행 배 한척 보내고..텅빈 부두.ㅠ.ㅠ
다른 쪽 항구엔 제주도,추자도 들어가는 큰 배가 정박중.
시간 때우느라 어슬렁 거리다 "아줌맛~~!!! 거기서 뭐 해욧!!, 거기서 나와욧~~!!!"
때아닌 구박에 민망함과 괘씸함에 쌩끗 웃으며 어정쩡하게 서 있는 공익총각과 친한 척 하기..ㅡ.ㅡ
한번에 한대씩 차례로 차를 싣고, 일반 승객은 따로 승선..
운임은 왕복으로 끊을 순 없고, 갈때 올때 각각 따로 내는데,
차량 한대가 청산도로 들어갈 땐 26000원쯤, 나올 땐 22000원 쯤..왜 운임이 다를까..@@
일반 승객은 5000원 조금 넘었던 걸로 기억난다.
그나저나 청산도로 향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일단 배에 타니 신난다. 잠시 이산 가족 되었다가 배 위에서 재회~~ ㅎ
넘실대는 파도와 안개 자욱한 바다 위로 남는 물결이 시원하다 못해 슬쩍 겁날 정도..
완도에서 45분 쯤 걸려 도착한 청.산.도. 언뜻 보이는 풍경으로 봐선 여느 섬과 다를 게 없어뵈는데..
하얀 등대를 바라보는 동안 선착장에 닿았다.
다들 차에 올라 들뜬 마음으로 GoGoGo~~~ ^^
자동차는 선착장에 주차해 놓고, 제일 먼저 할일은 완도행 배편 확인.
청산도의 하루밤 숙박이 십만원..(비싸다..)이란 말에 차를 가지고 들어왔는데, 걷다 지치면 차로 섬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마지막 배편이 6시 20분, 그런데 표 판매원이 마지막 배는 못 탈 수 있는 상황도 있으니 그 전 시간의 표를 끊으라신다.
일단, 5시 20분 표를 끊고 섬 안으로 들어섰다.
지도만 보고 당췌 섬 크기를 짐작할 수가 있나..나중에 보니 이 섬, 꽤 크다.
청산도 슬로길이 시작되는 곳. 섬에 도착하니 날씨는 쾌~청~~
몇 발짝 안가 경운기 한대가 오길래 그냥 갈림길에서 길을 물을 생각이었구먼..
할아버지가 타라신다. ㅎㅎㅎ
그래서 오르막길을 쉬이 올라 서편제 세트장까지 왔다. ㅎㅎ
할아버지와 함께 탄 할머니는 이 섬에서 태어나 평생 이 섬에서 살아오셨다는데.....
섬 저짝 동네에서 나서 섬 이짝 동네로 시집 오셨단다.
할머니에게 이 섬은 어떤 의미일까.. 할머니의 세상..?
오르막이 끝날 즈음 예쁘게 만든 주차장이 보이고, 할어버지가 경운기를 세웠다. "다 왔어, 여그서 내려.."
장난아니게 더운 날, 여기까기 걸어왔으면 힘 다 뺄 뻔 했는데, 경운기 할아버지 만나 편하게 왔다.
그래도 길 입구 소나무 숲에서 잠시 쉬며 에너지 충전하기.
눈에 들어오는 섬 풍경..
그리고 바로 앞 풍경...눈이 시리게 파랗다.
이섬..정말 예쁘다..를 되뇌이기 시작했다.
파란 밭 사이 나란히 앉아 일하는 할머니들..
할무이들... 뭘 심고 계셔유..?? ^^
충분히 먹은 뒤, 서편제 세트를 지나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올랐다. 멀리 보이는 집이 봄의 왈츠 촬영세트.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 다 저 세트장에 모여 있는 듯 했다.
다만 한 가지, 저 길이 폭신한 흙길이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을 얘기하면서..
느린 걸음으로 청산도 슬로길을 따라 트레킹에 나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