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떠난 해남 여행의 베이스캠프, 은향다원.
땅끝 해남 마고마을 한적한 동네의 고즈넉한 차밭 은향다원은
동행한 친구의 부모님이 은퇴 후 귀농하여 일구어 오신 차밭.
봄이면 차만들기 체험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도 있는 곳입니다.
오랜만에 어른신들도 뵙고, 차밭에서 쉬기도 할겸 겸사겸사 여행을 떠났습니다.
I.
무더운 한여름 차밭은 잠시 휴식중입니다.
농약을 치지않고 친환경 재배를 원칙으로 하는 어르신들의 고집으로 돌보는 차밭,
이 차밭 고랑 사이에 잡초가 무성해졌습니다.
해뜨기 전 하루 아침 나절
겨우 한 고랑의 잡초를 뽑았을 뿐인데.. 완전히 탈진하고..
엉덩이에 모기떼의 집중 공격을 받고...눈물겨운 사투를 벌였습니당. ㅠㅠ
커다란 나무 숲에 둘러싸인 차밭의 고요함과 싱그러움 때문에 가끔 여기가 그리워집니다.
몇년전에 비해 훨씬 튼튼해진 차나무들..
여름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차를 따신다네요.
차 밭 입구에 있는 오래된 매화나무..
친구가 봄에 핀 매화꽃 사진을 핸드폰으로 보여주는데...참 이쁩니다.
은향 다원의 나무들은 어머님이 긴 세월동안 일치감치 터를 잡고 키워온 나무들이라
어느 나무 하나 정성이 가지 않은 나무가 없습니다.
II.
차 밭 사이 산책로따라 산책을 나선 길..
나무 이름 꽃 이름 잘 모르는 오마담에게 이것 저것 가르쳐주기도 하는 느긋한 시간들.
이런 저런 풀들이 뒤 엉켜 자라는 길 옆 숲의 이름모르는 잡초도 이쁘게 보이고..
길을 가로막은 대나무 위 커다란 벌레는 괘씸해 보이지만..
벌레 무써버하는 오마담, 금새 기죽어 이넘 어떡해~~~~? @@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은 대나무 아래로 몸을 숙여 지나가는구먼..
나는 한참 뜸뜰이다 잽싸게 지나가기..
제발 머리 위로 떨어지지 마라~~~
고향이 문경인 언니가 민들레잎처럼 생긴 쌉싸름한 맛이 나는 풀을 꺾어들었습니다.
이름을 까먹은 저 풀에 허브와 깻잎, 부추, 양파를 넣고
친구 어머니가 샐러드를 만들어주셨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쌉싸름한 쓴맛에 매실청 드레싱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맛이라
집에 돌아오면서 저 풀 몇 포기 뽑아가겠다고 우겼답니다. ^^
차밭 옆으로 넓은 대나무 숲이 있는데 거기가 모기들의 아지트.
길을 걸으면서도 연신 모기 쫓아내느라 바쁩니다. ㅎ
III.
동행한 아이들의 실습시간..ㅋ
빈터 한켠에 심은 열무 뽑기와 손질을 시켰더니 잘 하네요.
IV.
담장 너머로 길게 핀 능소화
날이 덥지만, 동네 트레킹을 나섰습니다.
계속 올라가면 뭐가 나올지..친구도 모르고 우리도 모르지만
그냥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땀에 홀딱 젖어 동네 뒷산 꼭대기까지 올랐다가 동네 구경 다하고 내려와선
오늘 운동 할당량 다 채웠다고 뿌듯해 했습니다.
햇살이 너무 뜨겁고 더웠던 날이라 시원한 풍경들을 못 찍은 게 쩜 아쉽네요.
밥도 많이 먹었구먼..남아 있는 사진은 겨우 몇 장..
열무김치 넣고 슥슥 비빈 고추장 비빔밤이 맛있게 보이지요? ^^
V.
완도에 다녀온 날, 전복도 사고 시장에서 장을 봐 와서 바베큐 파티를 했습니다.
싱싱한 전복이 푸짐하고
시골 시장에 나온 야채도 싱싱합니다.
집에 오기 전에 저 부추를 사왔는데..오랜만에 보는 토종 부추 ^^
녹차 가루에 잠시 재어 둔 돼지목살과 등갈비도 굽고,
구울 때 온몸을 비틀고 요동을 치는 전복을 보고 있기가 쩜 미안하긴 했지만..
숯불에 구워먹는 전복도 별미입니다.
솜씨좋은 어머님이 담근 보쌈 김치도 나오고..
장에서 사온 찐 옥수수가 정말 맛있어서 해남 있는 동안 옥수수만 보면 "사자~~~~" 고 외쳤습니다.
풀벌레 소리, 나무 사이 바람소리, 숯이 타는 소리, 멀리 개 짖는 소리 외는
귀를 방해하는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는 고요한 시골의 저녁.
마당에 전구 밝히고 날이 저물어가는 시간에 함께 모인 식사 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서서 저녁을 준비하고,
넉넉하게 먹고, 즐겁게 나누는 대화로 채워지는 시간들..
은향다원에서..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은향다원 바로가기
http://www.goodfarm.net/jares/user/eunhyang/
http://blog.daum.net/eunhyanghill/63416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