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1 도쿄의 최고 중심부인 시부야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카라가 실시한 게릴라 콘서트 때문입니다.

사전에 예고 없이 실시된 카라의 게릴라 콘서트는 예상치도 못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사진출처 : DSP 미디어)

당초 30분정도의 행사를 예정하고 실시된 게릴라 콘서트는 갑자기 밀려든 3,000여명의 사람들 때문에

결국 안전상의 이유로 딱 3분만에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예상을 뛰어 넘는 뜨거운 반응에 일본의 메스컴에서도 이번 사건(?)을 크게 다루었습니다.

(사진출처 : 일본 티브이 방송화면 캡쳐)

이번 사건(?)은 국내 언론에서도 관심있게 다루어지면서

이번 행사가 이루어졌던 '시부야109'라는 장소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시부야 109'(いちまるきゅう)는 도쿄 뿐만 아니라 전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의 중심지로

흔히 '시부야 패션의 발상지'라 불리는 패션 빌딩입니다.

'코갸루'나 '강구로' 같은 단어의 시초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일전에 발표되었던 가수 이효리의 앨범 의상들은 거의 이곳에 있는 브랜드 였다고 하며

패션으로 유명한 미국의 패리스힐튼도 이곳에서 엄청난 쇼핑을 하고 갔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인 카라도 바로 며칠전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가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출처 : 시부야109 LB-03 매장 블로그)

시부야109는 현재 소유주인 도쿄 몰즈 디벨로먼트(TMD)의 전신인 도큐 상업 개발의 계획으로

1979년 4월 28일에 지상 8층, 지하 2층의 건물로 '패션 커뮤니티 109'라는 이름으로 오픈을 한 이래

트랜드를 선도하는 최첨단 패션을 선보이며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1987년 10월 30일에는 시부야역 하치코 출구 맞은편에 지상 7층, 지하 2층의 '109-2'를 열고
1979년에 열었던 '패션 커뮤니티 109' 건물은 'SHIBUYA 109'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시부야역 정면에 위치한 109-2)

다양한 방법으로 단기에 크게 성장하여 일본 패션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데 성공한 이곳의 영업전략은 

대학에서 정식으로 연구하고 가르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시부야109'라 건물의 이름의 유래는 생각보다 유치한 듯 재미있습니다.

모회사의 이름인 ‘동경 급행’의 준말인 동급(東急, とうきゅう도큐)를 같은 음의 숫자로 읽으면
 ‘10(十 토오)’과 ‘9(きゅう 큐)’고 읽을 수 있으며 이 둘을 합치면 ‘109’가 되는 것입니다.

읽을 때는 하나씩 숫자를 나눠서 ‘1-0-9’→ ‘이치-마루-큐’로 읽습니다.

도쿄의 젊은 여성들은 이 '시부야 이치마루큐'를 줄여서 '마루큐'라 부릅니다.
그리고, 시부야역 맞은편에 있는 109-2 는 '큐 투'라는 애칭을 붙여 부르고 있습니다.

건물의 정면 현관 앞과 도우겐자카(道玄坂)와 접한 점포 앞에 있는 109 스퀘어는

건물 광고와 연동하거나 또는 단독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신제품의 프로모션, 샘플링, 탤런트의 출연 등, 점포의 고객을 상대로 하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이기 때문에 주말을 중심으로 선전 매체의 하나로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화제가 되었던 카라의 게릴라 콘서트 이전에도

이미 일본에서 자리를 굳힌 보아의 경우도, 데뷔 초기에 이곳에서 비슷한 행사를 열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포스트모던 건축으로 유명한 다케야마 미노루가 설계한 이 건물은

외벽이 알루미늄 패널로 외장처리가 되어 있으며, 독특한 모양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시부야 109 빌딩 정면에는 아티스트의 작품이나 그 시기에 맞는 상품광고를 내걸고 있는데,
여기에 내걸린 포스터만 봐도 요즘 도쿄에서 어떤 것들이 이슈가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1987년 9월 28일자 경향신문을 보면 재미있는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이 시부야109 건물벽에 마릴린 몬로의 대형 사진이 붙어 있어서 화제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이 건물이 오래전부터 도쿄의 사인보드의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가끔은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이 이 벽면을 채울 때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방신기나 보아의 앨범광고가 걸린 장면 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사진이 자주 걸려있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여담이지만 얼마전 동방신기의 영웅재중과 일본 모델 야노 미키코가 시부야109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현장이 목격되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더군요. ^^;

지금까지 시부야109가 어떤 곳인지 대충 알아봤으니, 이제 직접 가보기로 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부야109는 도쿄 시부야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도쿄 시부야역 하치코출구(ハチ公口)로 나와 도겐자카(道玄坂) 방향으로 도보 100m 정도의 거리입니다.  

일단 시부야역 하치코출구로 나옵니다.

하치코출구에는 '하치'라는 개의 장식물과 동상이 있습니다.

주인이 죽은 뒤에도 계속 주인을 기다렸다는 충견 하치를 기념하기 위한 곳으로

이 이야기는 영화 '하치'로 일본과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시부야역 하치코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면 가까운 곳에 109란 글자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천천히 길을 따라 올라가면 금방 건물 앞에 도착을 합니다.

이번에는 건물벽에 '카미지 유스케'란 일본 배우 사진이 걸려 있군요.

이제 큰길을 건너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젊은 여성만을 위한 쇼핑몰의 컨셉답게 건물안으로 들어가자 20대 전후로 보이는 여성들이 가득합니다.
- 10대나 남자들을 위한 매장은 시부야역 맞은편의 '109-2'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

내부 구조는 우리나라의 두타나 밀리오레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타나 밀레오레가 이곳을 보고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고 하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이곳은 각 매장마다 연예인 뺨치게 세련되고 멋진 여성 종업원들이 있습니다.

소위 '카리스마 점원'이라고 불리우는 이곳의 종업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매장직원과 다릅니다.

각 브랜드의 점원이 그 매장의 패션을 대표하는 패션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여

다양한 패션잡지와 매스컴에 직접 등장을 합니다.

이러한 카리스마 점원들은 패션리더의 역할을 통해 역량을 쌓아가며

스스로 디자이너나 브랜드 프로듀서, 혹은 MD의 역할까지 역량을 발전시키기도 합니다.  

즉, 이곳의 매장 직원들은 단순한 판매원이 아닌 각 매장의 브랜드의 일부가 되는 것 입니다.

그래서 소위 잘나가는(?) 점원들은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고 합니다.

자, 이제부터 층별로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 찬찬히 둘러보기로 합니다.

1층입니다.

그룹 카라가 찾아갔던 여성의류 매장 LB-03이 3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MUSIC=FASHION"이라는 컨셉으로 블랙 문화를 베이스로한

음악과 패션의 융합을 컨셉으로 한 스트리트 패션 매장입니다.

4층은 여성의류를 중심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4층에는 EGOIST(에고이스트) 매장 가장 유명합니다.

섹시&글래머러스를 컨셉으로 여성적이고 캐주얼한 스타일의 옷으로 우리나라에까지 알려진 브랜드입니다.

카리스마 점원이라는 말이 탄생된 곳으로 이곳을 거쳐간 점원 중에는

모리모토 요코(森本容子) 같이 독립 브랜드까지 런칭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5층은 여성의류와 악세서리 매장입니다.

5층에는 리즈리사 매장이 있습니다.

통로를 줄이고 매장을 넓혀 보기 쉬운 디스플레이로 고객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매장은

모델 출신의 점원을 채용한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으로 눈길을 끕니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모델인 점원들이 출현한 비디오는 상영해주며
고객들과 기념 사진도 찍어 줍니다. 
실루엣, 컬러, 소재의 아름다움을 살려 여성 특유의 매력을 끌어내면서
섹시하면서 강한 스타일, 캐주얼과 품위있는 스타일의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6층은 여성의류의 잡화 매장 입니다.

밀리터리와 마린을 컨셉으로 하는 one spo나

어른스러움과 깨끗하고 귀여움의 융합을 컨셉으로 하는 TRALALA 매장이 있습니다.

7층은 여성의류와 수영복, 그리고 스파게티식당과 케익 매장이 있고

8층은 여성의류 매장과 미용실, 잡화 카페 매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하2층에는 SLY와 LIP SERVICE와 같은 여성의류와 수입 브랜드 의류 및 가방 매장이 있으며

지하1층에는 여성의류와 신발, 악세사리 매장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시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금 더 잘 알 수 있겠지요? ^^

참고로 1월 2일이 되면 매장주변에는 엄청나게 긴 인파가 늘어서있는 진풍경을 보게 됩니다.

 매장 개장시간 한참 전부터 진을 치고 있는 이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복주머니' 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입니다.

복주머니란 새해를 기념하여 고객들에게 선물처럼 배풀어지는 행사로

커다란 가방속에 여러가지 상품들을 넣어 놓고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 입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과자 종합선물세트'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사람들은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는 가방속을 열어보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서로 필요한 물건들을 즉석에서 바꾸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상에서 도쿄 패션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시부야109를 살펴 봤습니다.

우리나라 동대문의 매장과는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본만의 개성을 가진 패션 아이템을 보고 싶으시거나

연예기획사들이 가장 많이 찾아올 정도로 넘쳐나는 도쿄의 멋쟁이들이 보고싶으시면

시부야109에서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p.s. 가끔 여기서 옷을 사가지고 온 뒤 "MADE IN KOREA" 라벨을 뒤늦게 확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동대문 의류도 이곳으로 수출이 된다고 하니 쇼핑하실 때는 꼭 확인을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