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의 남쪽 끝에 자리한 후포에 이르러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후포항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을 안 후포항으로 가는 길가에는 울진대게 간판을 단 집들이 쭉 늘어서 있어 후포가 대게의 주산지임을 짐작하게 했다. 
예로부터 울진은 대게로 유명한 곳, 대게의 주 서식지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동해 바다의 '왕돌초'라는 거대한 암초 주변이어서 대게잡이의 역사가 오래된 고장이다. 대게 하면 보통 영덕을 떠올리지만 영덕은 1930년대 경 교통이 편리한 이유로 인근 항구로 들어온 대게의 집산지가 되어 영덕대게란 이름이 붙여졌던 것이다. 영덕과 울진은 서로 대게의 원조고장이라며 자처하고 있지만 거의가 왕돌초 주변에서 잡아 오는 것들이라 대게 자체는 차이가 없다. 영덕 강구항에서 출어한 배들이 잡으면 영덕대게, 울진 죽변항이나 후포항에서 집하되는 것들은 울진대게로 이름 붙여지고 있는 것이다. 영덕의 유명세에 맞서 울진군에서는 2000년부터 매년 4월에 후포항에서 울진대게 축제를 열고 있다.


  

대게잡이는 대게의 서식과 성장을 감안하여 12월에서 이듬해 4~5월까지만 가능하다. 그러기에 후포항에서 볼 수 있는 대게들은 울진대게가 아닌 수입산으로 보통 러시아산이다. 가격은 1마리에 크기에 따라 보통 삼 만원에서 삼 만 오 천원, 세 마리 십 만원 달라는 걸 만 원 깍아서 구 만원을 치뤘다.




값비싼 박달대게는 아니지만 러시아산 대게는 속도 가득 찼고 맛 또한 훌륭했다. 하얀 속살을 열심히 빼먹고는 게딱지에 담긴 비빔밥까지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고서는 울진군과 작별을 고했다.




후포 남쪽으로 영덕군에 속한 땅이 시작된다. 병곡리에 있는 고래불 해수욕장을 끼고서 시작되는 해안도로엔 '아름다운 바닷길 고래불로'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해변을 따라 난 고래불로는 송천을 건너는 고래불대교를 넘어서면 대진리로 이어지고,




대진해수욕장을 옆으로 끼고 '아름다운 바닷길 영덕대게로'가 시작된다. 이 영덕대게로 옆으로 바닷가 따라 걷는 동해안 탐방로인 '영덕 블루로드'가 있다. 저 남쪽 영덕의 강구항에서부터 고래불해수욕장까지 45km 코스이다. 제주도의 '올레'로부터 시작된 걷기 열풍은 전국에 걸쳐 걷기꾼들에 의해 좋은 길을 만들어냈는데 경북에서는 동해안 따라 걷는 최고의 코스가 바로 이 '영덕 블루로드'이다. 




걸으며 구석구석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여름에는 힘든 일, 하지만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하며 바라보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코스이다.




바닷가 따라서 길은 축산항으로 이어진다.




대게잡이 배들이 많은 축산항은 강구항과 함께 영덕의 대표적 어항이다. 항구로 들어서면 하얀 등대가 서 있는 작은 산 하나가 떡 버티고 자리하고 있다. 축산마을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죽도산, 이름 그대로 옛부터 대나무가 많이 나는 산이다.




등대 있는 곳으로 가려 했으나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죽도산 반대편으로 나와버리고 말았다. 죽도산 남쪽 바닷가로는 길이 끊겨 있었고 다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축산항을 지나면 경정리, 대게원조 차유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고려 때 이 곳에서 많이 잡혔던 게의 다리가 마치 대나무 마디를 닮았다고 해서 그 때부터 대게라 불리웠다고 전한다. 




축산에서 영덕 강구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일명 강축해안도로, 몇 년 전엔가 우리나라 드라이브 10선에 뽑힌 아름다운 길이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 따라 가다보면 창 밖 풍경이 좋아 차를 오랫동안 타도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멀리 산위에 영덕풍력발전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는 친환경적이라 좋긴 하지만 아무리봐도 푸른 산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높다란 언덕 바다쪽으로는 '영덕해맞이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강축해안도로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어 쉬어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저 북쪽으로 지나온 길을 바라다 본다. 바다를 향해 쑥쑥 튀어나온 봉우리들이 멋진 경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맞이공원은 온통 초록색이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좋다. 파란 바다와 함께 눈과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곳이다.




해맞이공원에 서 있는 등대(창포말등대)는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대게의 고장임을 강조하기 위해 대게의 집게발로 등대를 감싼 모양이다. 등대 외부에는 전망대도 설치하여 끝없이 펼쳐진 동해바다를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게 하였다. 




해맞이공원에서 약 15분쯤 달리자 강구항에 이르렀다. 역시 대게로 유명한 고장 답게 항구 주변은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로 꽤 혼잡하였다. 도로는 강구항 대게집들이 모여있는 복잡한 시장골목으로 이어져 자연스레 강구의 풍경을 돌아볼 수 있게 하였다.




강구항의 식당에서도 대게들은 역시 러시아산이었다. 제 철이 아니기에 우리 바다의 대게를 맛볼 수는 없지만 한여름에도 싸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수입산의 잇점일 것이다.




오십천을 가로지르는 강구대교에도 영덕대게의 고장임을 알려주려는 듯 대게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고보니 후포항에서의 점심시간부터 쭉 대게와 함께 시간을 보낸 셈이었다.

대게여, 바이바이! 다리를 건너 경주로 이어지는 7번 국도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