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항을 나와 남쪽으로 나 있는 비탈진 도로를 올랐더니 고갯마루에 전망데크가 만들어져 있어 차를 멈추었다.
갈남1리 어촌마을임을 아르켜 준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바다풍경은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바다는 바닥이 환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맑았고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자리한 바위섬이 만들어내는 풍경 또한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절벽 바로 아래로 아담한 공간에는 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그 앞으로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얕은 물가는 한나절 물놀이 즐기기엔 그만인 듯 보였다. 자리를 차지하여 텐트를 설치한 누군가가 부러워지는 풍경이었다.
송림 사이로 갈남리 앞바다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바다 가까이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갈남리 마을에서 오른쪽은 갈남항이 왼쪽으로는 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저 앞쪽에 보이는 섬은 '월미도'란 이름을 가지고 있고 왼쪽에 나지막한 섬은 '장호이리작은섬'이란다. 옛날엔 갈남리도 바로 북쪽에 있는 장호리에 속해 있었기에 섬 이름도 그리 붙여진 듯 하다.
조그만 바위섬들이 군데군데 자리잡아 아이들이 놀기 좋은 자연풀장을 만들어 주고 있는 해변은 가족 단위로 조용한 휴가를 즐기길 원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해수욕장이기에 사람들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잠시 머물다 가고 싶었으나 갈 길이 멀기에 그냥 둘러보는 걸로 만족하고 돌아나왔다.
갈남리를 나와 잠시 달리다 어촌민속전시관을 들리기 위해 신남항에 있는 해신당공원을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왠걸 해신당공원을 찾아온 건 맞았으나 원래 가보고자 했던 어촌민속전시관 방향이 아닌 남근조각공원으로 잘못 찾아온 것이었다.
입구에서부터 각종 남근 조형물이 걸려 있는게 눈에 띄였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함께 보기엔 적당한 곳이 아니기에 그냥 발길을 돌리기로 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약 30여분 달리다 울진의 죽변항으로 들어섰다. 죽변의 특산물인 대게요리도 맛보고 멋진 바다풍경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느새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쿨쿨 꿈나라로 빠져들어 있었기에 먼저 죽변의 해안선을 돌아보기로 했다.
2004년 여름휴가 때 들렸던 죽변 해안의 포인트는 높다란 언덕 위 하얀 등대가 서 있는 해안선이다.
등대가 서 있는 언덕은 온통 대나무숲이다. 한자로 대나무 '죽'을 쓰는 죽변이란 이름이 바로 이 대나무숲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바다 아래쪽을 향하는 계단 입구엔 2004년에 방영됐던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세트장이라는 안내간판이 서 있다.
교회건물과,
드라마의 주인공이 살았던 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 그닥 이 곳 경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바다를 보는데 방해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트장 너머로 깍아지른 절벽 아래로 파란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죽변을 한바퀴 돌아보는 중에도 꿈나라로 간 아이들은 돌아올 줄 몰랐기에 죽변에서의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다시 남쪽을 향해 길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