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둘째날, 동해 바닷길 따라 포항을 거쳐 경주 마우나콘도까지 가는 여정이다.
새벽에 일어나 해오름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야속하게도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자연이 하는 일을 어쩔 것인가, 일출을 보지 못함은 못내 아쉬웠지만 떠오르는 태양 빛으로 인해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하늘인지 알 수 없는 또 다른 멋진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수채화 같은 하늘과 바다의 어우러짐을 감상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접고 남쪽을 향해 길을 나섰다.
동해고속도로 종점인 동해시에서 동해안 따라가던 7번 국도는 삼척에서부터는 새로이 확포장된 자동차전용도로로 이어졌다. 바닷길 따라 구불구불 위로 아래로 좌로 우로 이어지던 길이 직선으로 새로이 쭉 뻗어난 것이다. 길은 빨라졌지만 파란 바다와 함께 하는 동해안 드라이브의 참맛을 볼 수가 없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잠시 달리다 출구가 보이자 주저없이 옛 국도로 방향을 틀었다. 왕복 2차선의 옛 도로는 오가는 차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네비게이션에 의존하는 차들은 거의 새로 만들어진 도로로 다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편안히 운전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겨났다. 잠시 달리다 어촌체험마을이란 표지판이 붙어 있는 장호리를 들려보기로 했다.
동해안 여느 포구와 마찬가지로 장호리는 항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어촌마을이었는데 왠일인지 주차장엔 꽤 많은 차들이 들어서 있었다.
바로 '삼척장호 어촌체험축제'가 시작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이 세번째, 행사본부에서 내어준 팜플릿엔 '한국의 나폴리'란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그만큼 장호리가 아름다운 바다임을 자부하고 있음이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바다이길래...행사장을 지나쳐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둣가 쪽으로 걸어나가자 포구는 'ㄷ'자 형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천혜의 항구임을 알 수 있었다.
축제행사 개막식이 열리고 있었지만 어민들의 바쁜 손길은 여념이 없었다. 포구 여기 저기서 그물을 다듬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방파제 쪽으로 올라서자 장호항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행사가 있는 때문인지 꽤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앞바다 쪽으로 더 걸아나갔더니 점점 더 아름다운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해안선에 장호해수욕장이 백사장을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반도형으로 돌출된 항구 오른쪽 방파제 끝 너머로 저 멀리 용화리에서 넘어오는 언덕과 어우러지는 맑은 바다는 장호항을 왜 한국의 나폴리라 부르는지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파란 하늘 아래 산과 언덕, 회색빛 암벽, 바위섬과 짙푸른 소나무들 그리고 투명하게 물밑이 드러나보이는 바다......
방파제 끝에는 하얀 등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등대 출입문에 왠 경고문이 있어 다가가 보았더니 '자살! 한번 더 생각을...', 이 아름다운 경치에 푹 빠져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고픈 충동이 생겨나는 것일까.......
눈을 오른쪽으로 돌렸더니 또한 바다와 작은 섬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졌다. 잔잔한 바다엔 바다체험을 위해 찾아든 사람들이 여유롭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아치형 다리가 섬과 육지를 연결해 주고 있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경치를 즐기며 사람들이 다리 위와 다리 아래로 쉴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섬 꼭대기로 오르는 계단은 옥의 티라고나 할까. 그냥 암벽을 타면서 오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행사장을 대충 둘러보고는 주차장을 향했다. 그 사이에 개막식 행사는 끝나 있었고 '우뭇가사리 시식코너'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공짜는 더 맛있는 법, 한그릇씩 먹고는 동해안 따라 남쪽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