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가며 오며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차량들로 인해 힘든 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어차피 나선 길, 조금 돌아가더라도 볼만한 한 두 곳을 정해서 목적지까지 가고 오는 중간에 들린다면 기분 전환도 되고 여행의 맛도 한층 더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지 않을까.
올 여름, 서해안으로 피서를 갔다면 보령 가까이 있는 오천의 갈매못을 들려보면 어떨까. 가톨릭 성지이기도 한 이 곳은 꼭 가톨릭신자가 아니더라도 목적지가 대천해수욕장이라면 꼭 들려보라고 추천하고픈 곳이다.
보령 일대 충청남도 해안쪽으로는 옛부터 예로부터 산과 들이 어우러지고 바다까지 끼고 있어 삶이 넉넉했던 땅, 내포지방으로 불리어 온 이 서해안의 보령시 바로 북쪽에 오천이란 곳이 있다.
갈매못은 바로 오천 땅의 남쪽 해안가에 자리잡은 곳이다. 행정구역은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 산 9-53번지.
바다를 육지가 동그랗게 감싸 안은 연못 형상이기에 '갈매기가 찾아드는 연못'이라 하여 '갈매못'으로 불리어 왔다. 오천 땅은 지금은 찾는 이 별로 없는 한적한 어촌이지만 조선시대에만 해도 국방과 치안을 담당했던 '수영(水營)'이 있었던 곳이다. 당시 수영에 속한 군인들이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이 갈매못에서 한국천주교회사에서 한 획을 그은 다섯분의 성인들이 순교를 하게 되어 성지가 된 곳이다.
한가로이 떠다니는 물새들, 잠시 쉬기 위해 바닷가에 머무른 어선들을 품어안은 갈매못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성지 안으로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가장 먼저 약간 비탈진 언덕 위에 자리잡은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넓직한 마당엔 잔디밭에 '십자가의 길 14처'가 마련되어 있다. 또 잘 조경된 나무들이 눈을 싱그럽게 해준다.
마당 한가운데엔 순교자기념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전시관 앞 잔디밭은 보통 주말에 찾아드는 순례객들이 미사를 드리는 야외성전이다.
장방형의 기념전시관 안에서 순교성인들이 어떤 분인지를 알게된다.
기념전시관 앞 야외성전 뒤쪽 '순교성인비'가 서 있는 자리가 성인들이 처형당한 장소이다.
'형장으로 택한 곳은 바닷가 모래사장이었다.' 샤를르 달레 신부가 저술한 '한국천주교회사'에는 갈매못에서 순교한 다섯분 성인의 처형지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박해시대 때 천주교의 주요인물들은 한양으로 압송되어 처형되었으나 갈매못 땅에서 순교한 다섯분은 당시 고종황제의 혼례식을 앞두고 있어 한양에서의 사형집행이 상서롭지 못하다 하여 충청수영이 있던 이 멀고 먼 오천성으로 보내졌던 것이다.
"성 다블뤼 안 안토니오 주교, 성 오매트르 오 베드로 신부, 성 위앵 민 마르티노 루카 신부, 성 황석두 루가 회장, 성 장주기 요셉 회장". 세 분 프랑스인 주교와 신부는 병인박해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들이 잡혀가면 많은 조선의 천주교인들을 구할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기꺼이 자수하여 목숨을 바쳤던 것이다. 다블뤼 주교를 따르며 회장으로 일했던 황석두 루카 또한 자신만 살수 없다 하여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사형장으로 따라 나섰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인 배론신학당을 운영하다 붙잡혀 한양에서 옥살이하며 처형을 기다리고 있던 장주기 요셉 회장 또한 형장으로 향하던 다른 네분과 함께 순교하기를 자원하여 1866년 성 금요일 이 곳 갈매못에서 희광이의 칼을 받게 된다.
그 때의 참혹했던 역사를 품어안은 갈매못, 지금은 어촌이며 넉넉한 황금들판이 있는 평화로운 오천사람들의 땅이다.
갈매못에 들리면 오천항도 들려보면 좋다.
오천항은 키조개로 유명한 곳이다. 농기구인 '키'를 닮은 생김새 때문에 키조개라 불리는 이 조개는 싸고 맛있다. 포구 주변에서 무침 구이 등 여러가지 요리로 맛볼 수 있다.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광천나들목에서 천북 방면으로 가다가 40번 국도를 만나면 오천 방면, 오천항을 지나 바닷가 길 따라 가면 갈매못이 나온다.(표지판 있음)
갈매못 성지 홈페이지 주소 : http://www.galmaemot.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