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지로 동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인 경포해수욕장, 하지만 해수욕장의 이름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디든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것이 여행이기에 해수욕장의 이름인 경포를 알아보고 경포 주변의 명승지인 경포대를 돌아보는 것도 아이들에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강릉으로 피서를 갔다면 아이들과 손잡고 경포대에 올라보면 어떨까?
경포는 강릉시 저동에 위치한 호수의 이름이다. 바다와 분리된 석호로 경포해변과는 모래밭과 그 위에 노송들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경포호는 둘레가 4km에 이르며 경치가 아름다워 옛부터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랑받았던 곳이며 지금도 강릉시민들이 산책코스로 즐겨 찾는 곳이다.
이 경포호에서 경포해변으로 들어가는 초입부문에 '경포대'가 자리하고 있다. 옛부터 우리의 선조들은 경치가 아름다운 곳엔 그 풍광을 감상하기 좋은 곳에 누각을 지었는데 이 경포호를 감상하기 위에 만든 누각이 바로 경포대이다.
야트막한 언덕 위를 향하는 완만한 경사길은 짙은 녹음으로 우거져 한여름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게 해준다.
(5월에 찍은 사진)
경포대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6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면 6칸, 측면 5칸, 기둥 28개이며 팔작지붕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고려 충숙왕 때인 1326년 지금의 위치보다 바다 쪽으로 7-800m 더 떨어진 자리에 처음 창건되었고, 조선 중종 때인 1508년 지금 위치에 다시 지었고 여러차례의 중수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누대의 전자액은 조선 영조 때의 서예가인 유한지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누각 내부의 정자액은 역시 조선 후기의 문신인 이익회의 글씨라고 한다.
누각 주변은 몇 백년의 세월을 나타내주는 오래된 나무들이 감싸고 있다.
노송들 사이로 바라보는 경포호수의 풍경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제일강산'이란 편액은 명나라 사신인 '주지번'이 썼다고 전해 내려온다. 다만 '제일'과 '강산'이 서체가 틀려 강산이란 글자는 훼손되었던 것을 후세의 누군가가 썼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누각 내부에는 숙종이 지은 시문과 율곡 이이가 10세 때 지었다는 '경포대부'를 비롯한 여러 명사들의 문장과 시문들이 걸려있다.
언덕 위 경포대 누각 맞은 편에는 한국전쟁 중에 전사한 강릉 출신의 군경을 기념하는 충혼탑이 서 있다.
누각 앞마당 오른쪽에는 강릉을 대표하는 역사인물인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역광에 찍은 사진이라 사진이 선명치 않네요.)
충혼탑 조금 아래쪽에는 한시비(漢詩碑) 광장을 만들어 놓았다. 광장 중앙에 있는 비석은 '송강정철선생관동별곡비'이다. 송강은 관동별곡에서 경포호수를 '잔잔한 호수 비단을 곱게 다려 펼쳐 놓은 것 같다.'라고 예찬하였다.
'뱃놀이 즐기고자 경포대에 다시 올라보니 호수의 절경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네
황학루와 악양루의 글씨 누가 보았던가 이백 두보 없었다면 알려지지지 않았으리' - 김세필(1473-1533 이조참판)
'만고의 세월 풍정 경포대를 보호하고 끝 없이 넓은 호수 눈 아래 펼쳐지네
해가 지자 바다어귀 뭇 새들은 돌아가고 맑은 달밤 호수에는 백구만이 날고있네' - 구사맹(1531-1604, 좌찬성)
경포호를 예찬하는 시비들을 감상하노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한시비 광장에는 경포대가 만들어진 이후 지어진 수많은 시들 가운데 엄선한 14수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더운 여름이지만 기왕 강릉까지 간 길, 역사공부도 하고 멋진 경치도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