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낭만은 기차였다. 덜컹거리는 의자에 앉아, 책도 읽고 풍경도 보고 가끔 음료와 간식도 챙겨먹고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 사색에 잠겼다가 불편한 잠도 자보고. 친구들과 네 좌석 차지하고 앉아 두런두런 수다도 떨다가 가지고 온 트럼프 카드 꺼내다 역무원 아저씨께 주의도 받는 등 이상하게도 여행 = 기차의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편리함과 접근성을 따져 주로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차와 멀어지고 올해 4월 청산도에 가기 위해 탔던 광주행 밤기차가 가장 최근에 탄 기차 여행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아주 유쾌한 기차 여행기회가 왔다. 2012년 여수 세계 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여수시가 주최하고, 코레일이 운영한 아주 특별한 기차여행 '레일크루즈 여수로'에 참여하게 된 것.

7월 2일 밤에 서울역 출발하여, 3일 새벽에 도착 여수를 여행하고 3일 밤에 여수역을 출발하여, 4일 새벽5시 서울역에 도착하는 아주 알찬 여행이다. 일정상으로는 무박 2일, 실제로는 3일이 소요되는 여행인데, 여행의 시작은 서울역여행센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여행센터에서 참가자의 명단을 확인하고, 명찰을 받은 후 기차 시간에 맞춰 플랫폼에 내려가니 우리를 안전하게 여수까지 이동시켜주고, 또 서울로 데려다 줄 기차 해랑이 대기중이다. 국내 유일의 레일크루즈 해랑은 해와 더불어 고객과 함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유랑하는 열차라는 순 우리말로 상상의 새 봉황과 차량 외부의 조상의 깊고 무한한 우주관을 나타낸 짙푸른색이 어우러진 열차이다. 단체여행객을 위한 스탠다드 객실과 가족실, 일반실등이 구비되어 있고, 식당과 전망차등이 있는 해랑은 안락한 숙식을 제공하고 더불어 즐길거리와 먹거리를 준비하는 등 서비스면에서도 크루즈 여행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6시 반, 역수역에 선 기차에서 간단하게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는다. 도시락이라고 해서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던 나에겐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진수성찬들. 학창시절 가짓수 적고, 뻑뻑했던 찬밥을 상상했던 나로서는 이렇게 푸짐하고 양도 많은 도시락이 있던가 싶은 그야말로 감동을 주었다. 맛도 역시나 일품!

아침도 먹고 짐도 싸고 드디어 기차에서 내려서서 여수역에 발을 딛는다. 혹시 하늘색에 관공서 같았던 여수역을 기억하시는지, 하지만 이제 그 이미지는 버려야겠다. 너무나 세련되고 아름다워진 그야말로 세계 박람회에 어울리는 여수역이 떡하니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거기다 위치도 기존의 역사에서 600m정도 떨어진 곳에 새로 세워졌고 내년 초에는 KTX도 정차하여, 3시간이면 서울에서 여수에 도착할 수 있는 편리함이 제공될 예정이란다.

여수역에서 단체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배를 타고 돌산섬을 에둘러 돌아 향일함으로 가는 선착장. 머리 위래 돌산대교도 지나가고, 빨간 하멜등대도 지나고, 구비구비 점점이 아름다운 돌산섬도 보면서 배에서는 계속 유명한 곳이나 의미가 깊은 지역에 대한 설명도 흘러나온다. 그저 풍경만 살펴 보았다면 아쉬웠을 유람이 이런 설명을 통해 지루함도 덜고 흥미도 더욱 올리니 심심할 틈도 없다.

그리고 마침내 선착장에 정박한 배에서 내려 향일암을 향해 올라가는 길. 긴 밤을 이야기로 지새운 나와 세 명의 이탈자는 향일암 방문 대신 산자락 아래 식당에 자리를 폈다. 맛난 파전 하나와 여수의 술 개도 막걸리. 일출이 아름답다는 향일암은 후에, 정말 해가 뜨는 것이나 보러 오고 오늘은 그 맛나다는 개도 막걸리나 쭈욱~.

향일암에서 다시 출발해 점심을 먹고 이동한 곳은 2012여수세계박람회홍보관. 오동도 입구에 위치한 여수엑스포홍보관은 2007년 4월에 개관하여 2012년 열릴 여수세계박람회의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엑스포의 역사와 여수 관련 자료, 여수와 남해안권 발전에 관련된 전시가 되어 있으며 박람회의 유치 의의와 국가, 지역적 위상, 지역개발에 대한 설명등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홍보관에서 멀지 않은 전망대에서는 한참 공사가 진행중인 여수 세계박람회장의 현장이 내려다 보인다. 지금은 비록 조감도와 조직위원회분들의 열성적인 설명으로 아쉬움을 대신해야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서서히 이곳엔 박람회의 건축물들이 들어서겠지. 박람회 기간 동안에는 그에 맞는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고,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지역민들을 위한 시설로 남길 살짝이 기대해 본다.

전망대에서 버스를 타고 충민사로 향했다. 여수시에 있는 충민사는 충무공 사후 3년 뒤에 우의정 이항복이 현지사찰을 하고 통제사 이시언의 주관에 건립된 사당 1호란다. 본래는 전라좌수사 이억기가 배향되었다가 보성군수 안홍국이 추가 배향되었다. 고종 7년 서원철폐로 사라졌던 사당은 1870년대 증수되었다가 일제강점기에 다시 철폐되었고, 다시 1947년 지방유림에 이해 재건 된 질곡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충민사 아래쪽에는 유물관도 있어 함께 둘러보니 꽤 괜찮았다.

충민사에서 출발 10여분만에 연륙도 오동도에 도착했다. 올해 초 동백을 보기 위해 오려고 했던 오동도를 여름이 되어서야 찾아오게 된 것. 비록 붉디 붉은 오동도는 보지 못하지만 녹음이 우거진 오동도의 숲길과 대나뭇길 걸으니 한결 기분이 상쾌해지고, 즐거워진다. 날이 맑다면 등대에 올라 주변 경관도 살펴보고, 시간이 좀 더 허락한다면 오동도 테마열차도 타볼텐데 그런건 다음을 기약해야지

오동도의 아쉬움이 채 가시기 전에 도착한 진남관은 전라좌수영 본영으로 사용되던 곳으로 국보 제304호란다. 넓다란 마루에 시원스러운 바람이 불어와 이곳에 앉아 여수 시내를 내려다보면 참으로 아름답겠구나는 생각이 드는 곳. 문화해설사 선생님이 설명하는 동안 진남관을 빙빙 돌다 슬쩍 내려와 전시관에 들렀다. 이곳에도 충무공과 관련된 유물들이 간소하게 전시되어 있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동안 언제 해가 졌던가. 저녁을 먹고 나왔더니 사위가 어두컴컴하다. 이제는 마지막 여행지로 향할 시간. 버스가 한참을 이동끝에 올라간 곳은 돌산공원. 돌산대교와 여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이란다. 익히 사진을 통해 몇 번을 보았던 돌산대교는 하필 오늘은 시계가 맑지 않아, 그렇게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공원에서 흘러흘러 퍼지는 음악소리가 아름다운 다리가 있어 꽤나 좋은 곳이었다.

돌산공원을 끝으로 여수여행이 마무리 되고 밤 10시 반즈음에 다시 여수역으로 돌아왔다. 전날 밤 10시에 출발해서 꼬박 24시간 만의 여행. 피곤하고 노곤한 마음은 그래도 알찬 여수여행으로 뿌듯함이 남는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고, 여수의 미래를 슬쩍이 엿볼 수 있어 유익했으니 다음번 여수를 찾으면 이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겠지.

이왕이면 다시 찾을 여수는 2012년 세계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쾌거를 이룬 곳이었으면 좋겠다.

1. 여수 문화관광 홈페이지 : http://www.yeosutravel.net/

2. 코레일 해랑 : http://www.railcruis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