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적응이 안된탓에 자고 깨고를 반복하며 뒤치닥거리다가 아침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현관을 나서 길 옆에서 바라보니 호텔건물이 참 묘하게 생겼다는걸 알게되었다. 아마 기다랗게 생긴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디자인 또한 고려한 때문이 아닐까.
호텔 뒤편엔 넓은 광장이 자리하고 그 끝에 기다랗게 거대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름하여 'Cita des sciences et de industrie la villette', 1986년에 문을 연 '라 빌레뜨 과학산업관'이다. 아직 업무 시작 전이라 내부는 잠겨져 있었다.
건물 뒤쪽으로 가다보니 인공호수가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다리로 이어진 건너편엔 지구본처럼 보이는 커다란 원구체가 눈길을 끌었다.
뒤쪽의 문도 아직 열지 않고 있었다. 좌우 대칭의 균형을 갖춘 모양새가 한 눈에 일반적인 건물이 아님을 느끼게 했다. 이 과학관 건물은 당시 국제설계공모전에서 1위를 했다고 한다. 개관 이후부터 세계 최대의 과학관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단다.
과학관 건물을 포함한 이 일대는 'Parc de la villette'(라빌레트 공원)라 불린다. 100년 이상 소도축장과 가축거래소가 있던 파리의 변두리를 1979년부터 시작된 미테랑 대통령의 도시개발계획에 의해 변모시킨 것이다.
반대편 통로에 서 있는 표지판이 원구체가 'Geode'란 이름을 가졌음을 가르쳐준다. 1985년 개관된 영화관으로 6천4백개가 넘는 삼각형스테인레스 조각으로 겉면을 장식했다.
'Geode' 영화관 뒤편에는 운하가 흐르고 있다.
운하를 따라 산책하기 좋은 길과 함께 잔디밭이 또한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아침 운동나온 사람은 겨우 둘이었다. 왜일까?
뒤쪽에서 바라본 '제오드 영화관' 벽엔 '25'라는 글자가 씌어있었다.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무슨 의미인지는 알수 없었다.
짙은 녹색의 잔디밭은 과학관을 찾은 사람들에게 좋은 쉼터가 되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겐 더 없이 좋은 놀이터이리라.
잔디밭 끝쪽의 안내표지에는 지하철역이 두 개 표시되어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든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른쪽으로 조금 걸었더니 운하가 넓어졌다. 선착장이 있고 물길이 동서남북으로 갈리는 곳이었다. 선착장 뒤로 중형급 호텔로는 유럽에서 꽤 유명한 'hotel ibis'가 자리하고 있었다.
바지선도 보이고 작은 요트도 있었다. 신호등도 있고 이정표도 있었다. 도로라면 큰 교차로인 셈이다. 옛날엔 아마 이 운하가 파리의 주요 교통수단이었을 것이다.
도심 방향으로 운하가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물은 깨끗하지 않았고 운하의 양쪽 벽들도 많이 지저분해 보였다.
호텔 쪽으로 방향을 틀어 큰 도로 쪽으로 나가보았더니 도로는 온통 공사 중이었다. 마주 보이는 건물 너머로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도 대형크레인이 눈에 띄었다. 도로 뿐만 아니라 동네 전체가 리뉴얼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호텔을 중심으로 외곽쪽으론 거의가 공사 중이어서 길 건너 시내 중심 방향으로 건널목을 넘어가 보았다.
아침을 맞은 시내엔 푸르른 가로수들 옆으로 차량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골목 안 주택가로 들어가 봤더니 거의 모든 건물들이 빈 집인 듯 보였다. 아마 2,30년 이상 된 집들이어서 재건축에 들어간 것 같았다.
허름한 벽체에다 유리창도 다 뜯어낸 건축물들이 우중충하게 서 있었다.
아예 도로를 차단하고 공사를 진행 중인 구역도 있었다. 호텔이 자리하고 있는 파리의 19구역은 아마 전면적인 도시재개발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듯 보였다. 초기 이민자들과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알려진 19구역, 전면적인 도시 정비로 새로운 면모로 태어나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