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도 (제주 올레 1-1코스)
비오는 우도에 가다.
제주에 오기전에 기상청 홈피에 들어가 날씨를 꼼꼼히 확인하고 왔는데, 오늘은 분명 날씨가 좋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구라청이라지만, 이럴땐 믿고 싶더라. 암튼, 다른데는 몰라도 우도 만큼은 날 좋은날 가고 싶었다. 그래서, 일기예보를 믿고 오늘 가기로 일정을 짰는데, 밤사이 비가 왔는디, 땅이 촉촉이 젖어있다. 좀 불길한 예감.
총 4박 5일 일정 중 2박을 한 둥지 게스트 하우스는 1박 1인 15,000원에 아침식사가 포함이다. 워낙 숙박비가 싼 제주이기에 3명이면 그냥 일반 민박집이나 여관을 잡는게 이익이긴 하지만, 아침 제공에 각 코스 (1~3코스) 까지 데려다 주고, 데려와 주니 교통비에, 식대를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원래는 게스트하우스내에 식당이 있어서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면 되는데, 오늘은 숙소에 있는 식당이 문을 안 열었다고 해서 차를 타고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위 사진은 차에 타서 찍은 사진. 잔뜩 흐린 날씨다.
아침으로 나온 건 성게 칼국수. 반찬도 맛있고, 칼국수도 맛있다. 다음에 오면 한번 들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식당 간판도 한장 찍어 놨다..^^
머리 나쁜 스캉이라 이렇게 사진으로 안 찍어 놓으면 다 까먹는다. 그래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게 된다. 아침을 먹고 나와 식당 앞에서 잠시 바람을 쐬며 제주를 느꼈다. 바람에 휜 나무들을 보니 재미있다.
그나저나, 날씨가 별로다. 아무래도 오늘 우도 가는건 포기하고 그냥 3코스를 갈까? 제주 오기전 봤던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날씨가 가장 좋다고 했으니까, 조금 있음 좋아질거라는 기대를 일단 가져보자!
다시 숙소로 돌아와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다행히도 날씨가 좋아져서 해가 쨍쨍이다. 추울거 같아서 옷을 좀 껴 입었는데, 날씨가 좋아져서 다시 벗어 놓고 어제 처럼 티셔트 하나만 입고 우도로 향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점점 날씨가 흐려지더니 가끔씩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어...이거 아무래도 날을 잘못 잡은 모양이다.
이제와서 일정을 바꾸기도 그렇고 일단 우도행 배표를 샀다. 배 값은 왕복 5,500원이다. 배 시간표에는 9시 30분이 안나와 있는데, 9시 30분 배가 있어서 얼릉 배에 올랐다.
배에 오르니 어제 성산 일출봉에서도 봤던,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잔뜩 타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좋을때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날씨가 너무 안좋았기 때문이다. 나도 옷을 얇게 입고 와서 하루종일 추위에 떨었지만, 여기저기에서 추위에 떠는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얘들은 버스 타고 다니면서 잠깐씩 내려서 보고 또 버스타고 이동을 하니 괜찮을거고, 게다가 아직 젋잖아? 나는 늙어서 이 추운날 추위에 떨면서 종일 걸어야 한다. 이게 뭔 고생이냐...-_-;; 옷 좀 챙겨 입고 올걸 그랬다. 그나마 만약을 대비해 챙겨온 비옷이 있으니 그거라도 입어서 제주의 칼바람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었다.
7D의 AF 능력을 시험해 보겠다고 열심히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이넘들이 빠른건지? 아니면 렌즈가 후져서 그런가 대부분 초점이 안맞아서 쓸 사진이 별로 없다. 사진 찍으며 추위에 떠는 사이 어느새 배는 우도에 도착했다. 고작 10분 남짓한 시간.
날씨 좋을때 오겠다고 골라온 날인데, 날씨가 왜 이모양이냐. 정말 제대로 날 잘못 잡았다. 춥고 비오고 (아직은 비가 안오는데 잠시후에 비가 오기 시작한다) 안개가 잔뜩 낀 날씨. 아무래도 우도는 다음에 또 와야 할 모양이다. 정말 날 좋을때 말이다
배에서 내리니 학생들은 우루루 버스로 몰려 들어가고 우리는 올레 표시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오토바이를 빌려 주는 곳이 있었는데, 동생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난 무조건 걷는다. 타고 싶으면 너희들은 타고 놀아라. 난 걸을 테니..^^
우도에도 올레 표시가 참 친절하게도 잘 돼 있어 올레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서 한참을 돌아 갔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쓰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