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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여행하기 나만의 추억만들기(이하 나여추)에서 참여하게된 명사 유홍준과 함께 하는 부여답사는 부여군이 주최하고 부여문화원에서 주관하는 꽤나 의미깊은 여행이다. 부여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8시 30분, 정림사지 주차장으로 향해 잠시 기다리자 곧 나여추 회원들이 속속 나타나고 더불어 함께 답사여행을 하게될 사람들이 바글거리기 시작했다.
9시 반에 조금 못지치는 시간, 유홍준 교수가 앞장서 정림사지로 향하고 우리들도 우루루 그 뒤를 따라 가니 푸른 잔디에 자리를 잡고 앉으란다.
정림사지 5층석탑은 백제의 유일한 부동산이라고 운을 떼고, 백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에피소드를 말씀하시길 어느날 부여군수가 서울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때 어느 분이 "멸망한 국가에서 오셨네요"라고 말했단다. 그게 바로 백제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꼭 백제를 생각할때 의자왕이라던가 낙화암이라던가 삼천궁녀등 희한하게 백제의 멸망과 관련된 것들을 기억하는데 사실 백제는 빼어난 문화를 가진 국가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라가 나라를 통일했을때 백제의 문물을 흡수하여 자신들의 것으로 발전시키기도 했고.
이젠 백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명사는 말한다.
제 3대 문화재청장을 엮임 중인 유홍준 명사는 우리가 익히 아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출간한 작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칫 딱딱할 수 있을 유적에 대한 설명을 참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내신다. 부여 정림사지 터에 세워진 5층 석탑은 우리나라 국보 제9호로, 백제의 미를 뽐내는 탑인데 명사님의 설명은 26세, 키 166cm의 처녀의 단아함이라고 설명 하시며 재미를 덧붙인다. 거기에 백제의 아름다움을 '검이불루하고 화이불치 하다'고 설명하시며 자신의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라고 당당하게 밝히시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것이 백제의 미라고 말씀하신다.
정림사지 주차장으로 돌아와 모두 관광버스에 올랐다. 두번째 산직리에 있는 지석묘로 송국리유적의 구릉 남단에 위치한 고인돌이다. 1962년에 보고되어 충남의 기념물로 지정되었는데 인위적인 파괴로 인해서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해 본래의 규모를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온건이 남아 있었다면 국내에서 제일 큰 고인돌이었지 않을까 짐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고인돌에 이어 들른 곳은 송국리선사취락지 자료관. 청동기시대 중기에 속하는 송국리 유적과 관련된 사료 및 유물을 전시하는 곳으로 송국리 유적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두 개의 움막집은 당시 송국리에 세워졌던 주거지의 형태를 알 수 있는 유용한 자료.
송국리 선사 취락지 자료관에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논산의 관촉사이다. 일명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석도미륵보살입상이 있는 사찰로 반야산의 중턱에 위치해 있다. 개인적으로 절로 올라가는 길에 푸른 나무 아래의 석조다리가 꽤 인상적인 곳이었던 곳이다.
관촉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장하리에는 보물 제 184호의 장하리 3층석탑이 있다. 명사께서 설명하시길 정림사지가 너무 단아하여 아름다워 가까이에 두기 어려운 미인이라면 이 장하리 3층석탑은 가까이에 두고 오래 사귀고 싶은 여인이란다. 실제로 그 아담한 크기가 참으로 정감있는 모습인 석탑이다.
장하리에 이은 답사지는 임천면 구교리에 위치한 대조사. 백제와 고려시대에 지어진 절로 백제 시대의 산성인 성흥산성 아래에 지어진 절이란다. 무슨 공사를 하는지 주변이 번잡해서 조금 아쉬운 곳이었지만, 이곳에서 만난 귀여운 꽃사슴 한 마리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곳. 세상에 이런일이에도 나왔던 사슴이라는데 절의 스님께서 키우는 녀석이란다.
임천 대조사에서 나와 잠시 외산 반교리의 돌담길과 유홍준 교수의 집에 들렀다. 반교마을의 돌담길은 기술자가 아닌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세대를 이어가는 것으로 주위의 밭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자연석으로 얹은 돌담이다. 유홍준 교수의 사택은 집이라기 보단 차라리 작은 정원같은 곳이었다. 곳곳에 핀 꽃들과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개울등. 정말이지 이곳에 있으면 근심 걱정 모든 시름이 다 씻겨 내려갈 것 같은 곳이다.
반교리에서 나와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무량사. 만수산 기슭에 남향으로 위치한 고찰로 일주문부터 시작하여 사천문을 지나 대웅전에 이르기까지의 길이 참으로 아름답다.
보물 제 356호의 극락전, 보물 제 185호의 5층석탐, 보물 제 233호의 무량사석탑등 보물의 창고라고 할 수 있는 무량사는 거기에 오후의 보드라운 황금 햇살이 곳곳에 내려 무량사의 아름다움에 빛을 더하니 정말이지 혼을 쏙 빼어 놓는다.
무량사 한 켠에는 매월당 김시습의 초상이 있는 건물이 있다. 생육신의 한사람으로서 21세에 세조가 단종을 폐위하자 불교에 귀의하여 말년을 무량사에서 보내고 입적한 분이다.
무량사 답사를 끝으로 한나절의 부여답사는 끝이났다. 정림사지 주차장에서 9시 반에 시작하여 송국리선사취락지, 논산관촉사, 장하리3층석탑, 임천 대조사, 외산 반교리 돌담길 및 무량사에 이르기까지 사실 개인적으로라면 쉽게 갈 수 없는 유적지들을 탐방할 수 있어 꽤나 알찼던 여행. 매해 봄과 가을에 주최한다고 하니 역사에 관심 있고, 뜻깊은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유익한 정보가 아닐까.
더불어 부여군은 유홍준 교수 외에 시인 김용택, 한옥 건축가인 신영훈 등과 더불어 5월, 10월, 11월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에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간에 맞춰 이런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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