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같았던 길 위의 시간들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고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4000m)
안개인지 구름 속인지 모를 짙은 장막에 가려진 길..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서 버린 차..
웅덩이를 피하지 못한 차에 문제가 생겼다.
힘껏 밀어 올린 끝에 선두 차량은 웅덩이를 벗어났는데..
따라오던 뒷차의 타이어에 커다란 돌이 박혔다.
빗 속에서 길을 메우는 사람들..
멀미때문에 차 안에서 힘들어 했던 장족 가이드 총각..쪼그려 앉아 있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 쪽에선 예비 타이어를 꺼내느라 바쁘고,
다른 한쪽에선 차가 지나갈 길을 손보느라 분주한 사이..
시간을 잊어야 하는 시간들..
길 가의 천막에서 차를 얻어 온 산지킴언니
고생한 사람들의 목을 축이고.. ㅠㅠ
나는 덩달아 짭조름한 티벳 수유차 맛보고..
예기치 못한 힘든 상황에서 웃는 사람은 강하다.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사람도 강하다..
더불어 강하고 싶은 나는..쩌기 모퉁이에서 볼일보다가..
으르릉 소리내며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저 삽차땜에 혼비백산~~ @@
궁여지책으로 차는 다시 움직였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길 위..
태연한 척 웃으며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는 동안에도,
돌을 긁는 둔하고 무거운 소리가 차바닥에서 울려올 때마다
그 소리에 굳어 말을 멈추고 돌아보는 일행들..
사람들은 눈빛 속에 말없는 두려움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
그르륵..그르륵..
깊은 물 속에 빠진 배가 긁히는 듯한 낮고 깊은 소리..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개
거친 산아래엔 봄이 피어나고 있는데..
안개에 가려 일부만 볼 수 있었던 두견화 숲..
그나저나 계속 올라가는 길 위로 눈까지 내리기 시작하자
종잡을 수 없는 길 위에서 사람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이 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