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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학점인정 인턴제 맺고 두 달 간 하루 8시간 업무 투입 10만원 상품권 달랑 1장 지급
“입사원서 쓸 때 스펙 한 줄이 생기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만난 대학생 A씨는 ‘동계 직장체험 인턴십’이라는 명찰을 단 채 정신 없이 물건을 나르고 있었다. 멍든 과일을 골라내기도 한다. 끼고 있는 하얀 목장갑이 까맣게 변했다. 다른 학생은 계산대에 서 있었다.

‘학점인정 인턴제’에 지원한 대학생이 지난 11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지점에서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A씨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꼬박 일하고 있다. 이렇게 두 달을 일하고 손에 쥐는 것은 10만원짜리 홈플러스 상품권 한 장이다. A씨와 같은 일을 하는 홈플러스 직원은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임금을 받고 있다. A씨는 “영업지원업무라고 해놓고 매장에서 할인행사하는 전단지를 붙이라고 시킨다”며 “프로세스에 대한 교육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15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일부 지점이 서울과학기술대와 서울여대 등의 대학과 협약을 통해 ‘학점인정 인턴제(학점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업체에 나가 실무를 배우며 학점도 인정받는 것으로 알고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교육’보다 ‘노동’에 무게가 실린다. A씨 사례가 보여주듯, 홈플러스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학점과 스펙이 아쉬운 대학생을 매장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 월곡점은 이번 겨울방학에만 49명의 대학생을 공급받아 진열업무 등에 배치했다. 전국의 홈플러스 매장이 14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A씨처럼 스펙 한 줄 때문에 ‘착취’를 당하는 대학생이 많게는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는 방학뿐 아니라 학기 중에도 각 대학에서 학생들을 받아 매장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상 1년 내내 일정 인력을 대학생들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2015년 새 학기에도 다수의 대학에서 홈플러스로 학생들을 보낼 예정이다. 현재 건국대는 홈플러스 잠실점에 16주 과정, 상봉점에 9주 과정으로 일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대학에서 요청해 현장실습을 진행하는 것이고 정식 채용이 아니라 급여가 나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인턴이라고 하면 오해를 줄 수 있으니 ‘직장체험’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대해서는 “유통은 예전부터 3D 업종이었다”며 “결국 고단한 일이고 육체 노동 강도가 있는 일이라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겠으나 홈플러스가 의도적으로 학생들을 데려다가 쓰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의 류하경 변호사는 “현장 실습생이나 인턴 같은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가 지휘명령 체계를 이루고 있고, 주요 목적이 노무 제공에 있다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홈플러스의 학생 인력 활용을 ‘위장실습’이라고 했다.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을 근로자로 보면, 홈플러스는 교육과 업무를 병행하는 수습 기간임을 고려해도 2015년 기준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5580원의 90%를 지급해야 한다. 학생들이 4주간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근무했다면 최소 80만3520원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