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심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직장상사의 질책에 입바른 소리로 말대답을 일삼는 혜리의 태도는 엉뚱함이라 치부하기에는 지나쳤다. 어쩌면 김소연의 연기가 너무 탁월했는지도 모르지만 혜리는 옆에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밉상 그 자체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매일 같이 6시 정각 칼 퇴근을 일삼는 혜리에게 세준이 “마검사 계속 칼퇴근인데 야근을 하지 않고 배당한 사건을 다 처리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혜리는 난감한 듯 “제가 왜 야근을 해야 되냐?”며 “공무원 법정 시간이 있고 야근한다고 월급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에 세준은 “다른 검사들은 그런 말 할 줄 모르고 그런 생각이 없어서 야근하나?”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혜리는 “그건 본인들의 선택일 뿐 국가가 야근을 하지 않으면 해고한다고 한 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답답했던 세준은 “검찰에 올라오는 사건 수에 비해 검사가 부족하니 야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까지 설명했지만 혜리에게 돌아온 답은 “그건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이었다.
이후 혜리는 대형사고를 쳤다. 연예인과 관련된 소송사건파일을 화장실에 두고 와 외부로 유출될 뻔했기 때문. 이에 정선(최송현 분)은 “화장실에 기록을 두고 가냐”며 질책하지만 혜리의 입에서는 “죄송하다”는 대답대신 “이게 너무 재미있어서”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세준은 다시 한 번 혜리에게 쓴 소리를 했다. “이 직업을 선택한 이상 꼭 갖춰야 할 덕목은 신중함”이라고 강조한 세준은 “내 판단이 억울한 사람을 전과자로 만들 수도 있고 나쁜 놈을 풀려나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사람의 운명을 쥐고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혜리는 이 같은 세준의 열변에도 “전 제 기준에서는 충실했다”며 끝까지 반성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할 말을 잃은 세준은 “내가 꼭 한 번은 해야 할 말을 했으니 됐다”며 자리를 떠났다. 이후 세준은 부장검사에게 혜리의 지도검사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선배 검사들을 모두 불안함에 떨었다. 혜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 결국 이들의 예상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혜리의 지도검사를 맡았던 선배들은 혜리의 이기적인 태도에 하나 둘 나가 떨어지며 백기를 들었다.
그러던 중 지운(최성호 분)은 구두 경매장에서 혜리를 만났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혜리가 검사 워크숍에 불참한 채 명품 경매에 참여했던 사실이 드러났던 것. 결국 모두가 포기한 가운데 부장은 혜리를 독립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어 혜리에게는 단순 사건만 배당되고 업무량도 현저히 줄게 됐다.
이 같은 낌세에 처음에는 쾌재를 불렀던 혜리는 불안함을 느끼며 화장실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숨어 기다렸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포기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해리는 부장검사를 찾아가 제대로 일을 배당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워크숍을 빠지고 명품 쇼핑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일을 주지 않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 혜리의 주장. 이에 울분이 터진 중석(김상호 분)은 “네가 네 죄를 모르냐”며 “검사로서의 기본도 모르고, 책임감도 없고, 선배를 선배로 알지도 않고”라며 “다른 부서에서도 아무도 너를 받지 않겠다고 해서 독립시켰다”며 “네가 사건을 맡을 자격이 있냐”고 소리쳤다.
물론 이 드라마는 혜리의 성장기를 담을 예정이다. 그렇기에 현재 혜리는 미완의 상태여야 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성과 미모 재벌까지 갖춘 혜리가 인간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어쩐지 불편하다. 시작점부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여주인공에게 인간미가 빠진 탓이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싸이코패스’라는 과격한 단어까지 써가며 조직과 화합하지 못하는 혜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성장기라는 것은 주인공이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발전해 갈 때 응원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혜리가 검찰청에서 뿐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소통에 힘쓰길 기대할 뿐이다.
신아인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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