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소재를 다룬 작품들은 언제나 관객의 호기심을 끈다. 영상기술이 발전한 헐리웃에서는 쌍둥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다수 제작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드라마 시장에 쌍둥이 소재가 메인소재로 활용된 사례는 극히 적다. 한 장면에 동일인물을 배치해야 하는 내용의 특성상 고가의 카메라 장비와 CG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쌍둥이 코드를 그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가의 카메라 장비와 CG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해서 쌍둥이 소재를 활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쌍둥이 소재가 갖고 있는 콘텐츠로써의 매력은 영상기술에만 머물러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쌍둥이 소재의 매력은 한 화면에 동일인물이 배치되는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등장인물이 겪게 되는 세계의 전환과, 섬세한 심리묘사, 그리고 극을 지배하는 미스테리 구조로 이어진다.
쌍둥이 소재가 갖고 있는 매력이 무궁무진해서일까? 영상기술이 발전하면서 2008년도 이후 쌍둥이 소재를 메인소재로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속속 등장했다. 드라마로는 MBC에서 방영된 <신데렐라맨> SBS에서 방영된 <미남이시네요>가 있고 현재 SBS에서는 쌍둥이 동생 유경이 언니 유희로 분해 복수를 감행한다는 내용의 <아내가 돌아왔다>가 전파를 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영화에서는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박신양이 쌍둥이 연기에 도전했지만 쌍둥이 소재를 메인소재로 활용한 것은 25일 개봉한 <비밀애>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쌍둥이 소재를 다루는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방식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쌍둥이 소재가 지니고 있는 매력요인들이 장르에 따라 진화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쌍둥이 소재의 매력요인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위에 제시된 작품을 통해 쌍둥이 소재의 매력 포인트들을 정리해보자.
쌍둥이 코드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는 미스테리 구조다. 한 화면에 쌍둥이를 등장시키지 않는 경우 시청자와 관객들은 주인공의 정체성에 의문을 표하게 된다. 과연 주인공이 쌍둥이인지 아니면 정체성의 분열이 온 환자인 건지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극이 결말에 이를 때까지 관객들은 주인공의 이력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없어 긴장하게 된다. <아내가 돌아왔다>의 경우 언니 유희의 죽음에 대한 시청자들의 다양한 추측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쌍둥이 소재가 지닌 미스테리 구조가 극에 ‘추리’적 요소까지 부여할 수 있음을 반영해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 매력코드는 세밀한 인물의 심리 구조이다. ‘의심을 찬양함’에 나온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쌍둥이는 상대방의 존재 속에 들어가는 인물이다. 극의 전개를 위해 자의든 타의든 형제의 세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쌍둥이 소재를 다룬 스토리에서는 극의 주인공뿐 아니라 그 주위에 있는 인물들도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혼란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변모가 중심이 된다.
<비밀애>의 경우 가장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인물은 연이(윤진서 분)다. 극 중 연이는 서로 다른 매력의 쌍둥이 형제 진우/진호(유지태 분)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사랑’에 대한 그녀의 확신과 가치관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다. <아내가 돌아왔다>의 경우 유경(강성연 분)을 사랑하는 영훈(박정철 분)또한 그녀가 제시카인지 유희인지 유경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상대방의 세상에 들어갔다 다시 자신의 세상의 돌아와야 하는 스토리 구조에서는 두 가지 세상으로 인해 극적 흥미로움은 배가 되는 반면, 주인공의 정체성 혼란은 더 깊어지게 된다. 이러한 경우 내면적 여행을 중시하는 ‘마음을 플롯(포르다)’이 더 강화되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 또한 높아질 수 있다.
세 번째 매력코드는 연기변신에 대한 기대감이다. 쌍둥이 코드를 사용할 경우 쌍둥이 역을 맡은 주연배우들은 1인 2역을 소화해야 한다. 외모가 아닌 성격에서 우러나오는 습관이나 말투로 캐릭터를 차별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역할을 완벽히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연기가 필수적이다. 뚜렷하고 미세한 성격차이와 세밀한 인물묘사를 성공적으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기력이 반드시 필요할 터. 그렇기에 쌍둥이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변신과 해당 배우가 선보일 연기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배우들은 부담스럽겠지만 연기변신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은 또 하나의 ‘셀링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마지막 매력코드는 영상기술이다. 영상기술의 대표적 사례로는 <비밀애>와 <신데렐라맨>을 들 수 있는데 두 작품에서는 모두 MCC(Motion Control Camera)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MCC는 카메라 움직임을 그대로 기억해, 입력된 수치에 따라 똑같은 동선으로 반복 촬영이 가능한 특수 카메라다. 이외 <비밀애>에서는 유지태의 얼굴 전체를 360도 3D로 스캔한 뒤 합성하는 ‘페이스 체인징’이라는 기술을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비밀애>의 경우 150컷 이상의 CG가 사용됐다고 해 개봉전부터 영화가 선보일 영상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켜주었다.
쌍둥이 코드의 서사적 활용수준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쌍둥이 코드 활용수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기술의 제약 때문에 내용의 전개도 제약을 받는 시대는 이미 지난 듯 보인다. <신데렐라 맨>의 도전정신은 화려한 영상기술만 보여준 채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하지만 쌍둥이 코드가 가지고 있는 서사적 매력은 무궁무진했고 <미남이시네요>와 <아돌>은 쌍둥이 코드를 장르에 맞춰 변용시키는 재주를 보여주었다. <비밀애>의 뚜껑은 열렸다. 이에 발맞춰 TV 속에서도 쌍둥이 소재를 다룬 드라마의 진화과정을 목격하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김현지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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