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김홍도가 본 조선시대 풍습과 머리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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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원(圖畵署)은 조선시대 예조에 소속된 기관으로, 조선시대 왕실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의례나 국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그려 중요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도맡았다. 도화원에 속해서 그림을 그리는 이들을 ‘화원(畵員)’이라 했다. 신분이 높은 “문신들은 화원을 천한 직업으로 대우했으며 신분상으로는 기술직 중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화원의 그림 솜씨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당대 최고를 자랑했다. 그중에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전설의 화원들이 있었다. 혜원 신윤복과 그의 제자 단원 김홍도이다. 그들이 남긴 작품들에는 조선시대 여인들의 머리 모양과 어떻게 자신들의 머리를 관리했는지가 고스란히 묘사되어 있다. 18세기 후반 전설의 화원들이 남긴 그림, 그 안에 구현된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 보자.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신윤복은 시냇가에 있는 세 명의 여인과 한 명의 남자에게서 흐르는 정경을 화폭에 담았다. 그리고 시냇가의 아름다운 이야기쯤으로 해석되는, 《계변가화(溪邊佳話)》라는 이름을 달았다.
《계변가화(溪邊佳話)》, 신윤복, 19세기 초/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제공
신윤복의 섬세한 시선을 따라서 그림 아래쪽 두 여인의 머리 모양을 살펴보자. 맨 아래 빨래하고 있는 여인의 머리는 결혼한 여성의 전형적인 모양으로 긴 머리를 땋아 위에 올린 얹은머리 형태이다. 얹은머리가 앞뒤로 축 처진 것으로 보아 ‘다리’로 장식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조선시대 얹은머리형은 얹은머리, 첩지머리, 조짐머리, 후계로 나뉘기도 했다. 첩지머리에서 첩지는 쪽머리의 가리마에 달던 장신구로 장식, 모양, 재료에 따라 신분상의 차이가 나타났다. 조짐머리는 의례, 행사 때 하던 머리 모양으로 머리털을 소라딱지 비슷하게 틀어 만들었다. 조선시대에는 얹은머리의 크기가 아름다움의 척도여서 본인의 머리카락으로 만족하지 않고 돈을 주고 다른 여인의 머리카락을 사서 더 크게 했으며, 여인들은 혼례나 명절에 맞춰 좋은 다리로 얹은머리를 장식하는 것을 큰 낙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다시 그림 속 세 여인 중에서, 중간에 위치한 여인의 머리 모양을 눈여겨보자. 다리를 넣으며 머리를 땋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는데, 여인의 주변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세 개의 다리가 보인다. 이렇듯 조선 중기를 넘어서면서 다리를 이용하는 것은 하나의 풍조를 이루어 당시 부녀자들 사이에서 매우 성행했다. 특히 얹은머리는 양반가와 상민, 기생의 구분 없이 널리 유행했으나 크기가 클수록 비쌌기 때문에 신분과 부에 따라 크기에 있어 차이가 컸다. 이러한 이유로 18세기 들어 정조가 ‘가체신금사목’을 내렸으나 그 이후에도 얹은머리의 성행은 계속 이어졌다. 정조를 이은 순조(1790~1834) 즉위 이후에야 쪽머리, 낭자머리가 얹은머리를 대신했다.
이처럼 당대 최고의 화원 신윤복의 《계변가화》에는 조선 후기 여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머리 모양이 생생한 광경으로 멈춰 있다.
《점괘(占卦)》 또는 《시주(施主)》, 단원 김홍도, 18세기 후기/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제공
거리 바닥에 그림판을 펼쳐놓은 두 명의 스님이 목탁과 광쇠를 두들기고 있고, 이를 구경하는 두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스님과 여인들의 모습이 단원의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단원의 출중한 손끝이 가만있을 턱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이 단원 김홍도의 《점괘(占卦)》 또는 《시주(施主)》이다. 스님들이 시주를 청하는 장면이다.
그림 속 한 여인은 장옷을 머리에 이고 있어 그 머리형태를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다. 뒤돌아선 채로 스님들을 빤히 쳐다보는 작은 체형의 여인을 주목해 보자. 땋은 머리를 하고 있는데, 다른 말로는 귀밑머리라고 했다. 전라도 방언에서는 귀영머리라고 불렀다. 땋은 머리는 이마 정 가운데서 머리를 반으로 갈라 귀 뒤로 넘긴 뒤에 땋은 모양이다. 흔히 결혼 전 여인이 하던 머리 모양으로 머리끝에 붉은색 제비부리댕기를 했고, 결혼 전 남자는 검정색 제비부리댕기를 했다.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에는 땋은 머리와 댕기에 대한 또렷한 묘사를 엿볼 수 있다. “등 뒤로 땋아 내린 검은 머리 끝에는 제비부리댕기가 물려 있다. 붉은 댕기가 바람도 없는데 팔락 나부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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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그림은 조선 후기의 결혼 전 여인의 모습이, 여인들이 하던 땋은 머리의 형태가 어떠했는지를 후대에 말해주고 있다. 단원의 그림은 풍속의 기록이 된 것이다.
전설의 화원 신윤복과 김홍도. 이 두 사람은 역사 속에서 미스터리가 많은 인물들이다. 그러나 천재적인 이들의 솜씨 덕분에 우리는 조선 후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후기 여성들의 의복과 머리 모양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신윤복과 김홍도가 그림에 담은 것은 사람의 모습 속에 드리운 조선이라는 사회의 공기였을 것이다. 인간사의 풍습과 사람들 내면의 풍경이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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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1편. 머리카락 속 신비로움의 절정, 그리스 신화의 여신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