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www.djuna.kr/xe/review/13823616
희망을 부추기고 싶진 않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건 안타까운 일야
널리 알려진 원작 소설도 유명하(다)지만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고, 그중에 1946년에 발표된 영화가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나선 계단’은 말끔한 스릴러 또는 공포물이라 할 수 있다.
의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2차 대전 종전 직후에 발표된 영화라 조금은 의미심장하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긴 하다. 특히, 누구나 지적하겠지만 장애인(과 약자)에 대한 어떤 혐오를, 그리고 강함-우월성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집착을 말하는 장면에서 그 당시로서는 여러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 시대에서 본다면 약자에 대한 뒤틀린 시선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어쨌든 편견과 혐오로 똘똘 뭉쳐진 생각이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얘기가 가능할 것 같다.
조그마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속된 살인
살해된 이들에게서 찾게 되는 장애인이라는 공통점
어린 시절이 겪은 사건-사고로 인해 말을 할 수 없게 된 여성
거대한 저택에서 식물에 관한 연구를 하는 학자
그리고 방탕한 삶을 지내고 있는 남동생
헛것을 보고 헛말을 하는 정신적으로 어지러운 모습인 두 형제의 어머니
어머니는 혼탁한 정신으로 예언과 같은 말을 내뱉으며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을 암시하고
그녀를 모시며 저택에서 생활하는 여인들은 어머니의 유별난 성격을 견디지 못해가고
비바람 몰아치는 늦은 밤 그리고 새벽
조금씩 죄어드는 긴장감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실마리
침묵과 고요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말하고 싶고 외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처지의 여인
서서히 드러나는 범인
이런 영화가 해낼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아주 그럴싸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나쁘지 않은 연출과 연기 그리고 이야기 구성이었다. 변칙적이고 반전을 거듭하진 않으나 긴장감을 유지하며 좋은 영화로 만들어내고 있다.
“동네 호텔의 무성영화 상영장에서 시작하는데, 이건 상징적입니다. 관객석에 앉아있는 이 영화의 주인공 헬렌은 혼자 무성영화 캐릭터거든요. 어렸을 때 입은 심리적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걸 이해시키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요새 관객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이 영화가 한동안 지나치게 많이 나왔던 연쇄살인마 스릴러의 초기 버전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최초는 아니에요. 히치콕의 첫 작품인 [하숙인]도 연쇄살인마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이후 이탈리아 지알로나 슬래셔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몇몇 어휘들이 발견되어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숨어서 희생자를 훔쳐보는 살인마의 눈 같은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풍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원형을 맛보게 해주기도 하고.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우월감을 말하는 장면에서 어떤 섬찟함이 그리고 불안이 가득하고, 큰 저택 내에서만 거의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실내극이라 그걸 어떤 식으로 영화로 만들어내는지 기술적으로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관객석에 앉아있는 이 영화의 주인공 헬렌은 혼자 무성영화 캐릭터”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연쇄살인마 스릴러의 초기 버전”이니 어떤 식으로 그런 유형이 만들어지는지도 살펴본다면 더 즐기게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이 영화는 이후 이탈리아 지알로나 슬래셔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몇몇 어휘들이 발견되어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숨어서 희생자를 훔쳐보는 살인마의 눈 같은 것”들 말이다.
